사랑의 '뼈다귀' 줄 수 있는 교육자
사랑의 '뼈다귀' 줄 수 있는 교육자
  • 주은희
  • 승인 2013.07.2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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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쌍류초 주은희 교감...자전거 타기에서 얻은 사랑의 교훈

 
             주은희 교감
언젠가부터 나는 자전거 타기에 푹 빠져 있다. 학교일이 바쁜 나에겐 정말 자전거가 안성맞춤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퇴근 후 1시간 정도 달려도 해는 밝은 채 있고, 겨울에는 라이트를 켜고 달리면 그 묘미가 일품이다.

달릴 장소가 마땅치 않은 도심이지만 어디든지 틈만 나면 달릴 곳은 있다. 바람과 함께 부딪치는 그 속도감과 경쾌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나처럼 뼈가 약한 사람에게는 자전거가 최고라고 남편이 거금을 들여 선물을 해 주었을 때도, 이렇게 좋아하며 오래오래 타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편의 모습은, 자전거를 통해서도 여실하게 보여준다. 워낙 눈썰미가 있는 남편은 자전차의 부품 하나에도 세심한 신경을 쓸 뿐 아니라 나의 작은 옷이나 소품까지도 일일이 챙겨 준비해주고 국내에 없으면 해외에 주문해서까지 나에게 맞는 XXX사이즈로 입혀준다.

어디 잡소리 나는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일, 보완할 부분은 어디인지 등 살펴보고 정성스레 닦고 여기저기 조이고 나서 내일 다시 탈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후 제자리에 잘 간수해준다. 나는 좋아서 자전거를 타지만 남편의 사후관리가 없으면 하루도 제대로 탈 수 없다.

원래 남들은 자전거 상사에 가서 수리를 하는데 남편은 자전거에 관한 일체의 방법을 아예 독학으로 터득하고 스스로 분해, 해체, 조립을 한다. 모르면 어떻게 해서라도 터득하는 그 의지는 참 대단하다. 수리나 조립에 밤을 새운 적도 많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그의 열정은 알아줄 만하다.

자전거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운동 후에 나에게 대하는 세심한 마음 또한 대단하다. 운동 후 근육이 뭉치면 피곤하다고 똑같이 힘들었으면서도 내 온몸의 근육을 풀어준다. 그리고나서 나에게 꼭 뼈다귀를 준다. 남편은 나를 늘 강아지처럼 쓰다듬고 아껴주면서 ‘강아지’라 불러주는데,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 ‘뼈다귀’가 나에게는 바로 적포도주 반잔이다.

운동을 마치면 늘 나에게 이런 서비스까지 빼먹지 않고 챙기며 나에게 정성을 쏟아준다. 바쁜 나는 자전거 탈 시간을 낸다는 게 참 어렵다. 그러나 남편은 항상 아내의 건강은 우리 가정의 건강이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말에는 도심을 벗어나 멀리멀리 라이딩을 나간다. 자전거로 산에 오를 생각(업힐)을 하면 미리부터 숨이 차고 허벅지가 아파오지만 다운힐(산등성이 내려 달리기)의 시원함과 상쾌함, 그리고 53킬로미터의 스피드의 맛(남편은 65킬로미터) 또한 기막혀서 그 맛으로 라이딩을 나간다. 바람과 함께 달리는 자전거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타지 않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산악자전거! 여름은 여름대로 소나기를 맞으며 달리고, 겨울엔 겨울대로 장비를 갖추고 달리면 모든 피로는 다 씻긴다.

오늘도 성북동의 산에 올랐는데 또 다른 코스를 개발하여 콜럼버스인 양 신이 나서 돌아왔다. 대덕 로하스길을 따라 금강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탁 트였는데, 이제는 반석에서 세종보로 이어지는 새로 난 멋진 태양열 자전거길을 달려볼 참이다.

“빨리 올라와, 이따 집에 가서 뼈다귀 줄게.”

앞서 오른 남편은 우거진 숲 사이에서 힘들게 업힐하는 나에게 외친다. 나는 숨이 턱에 닿아 대답을 못하면서도 강아지처럼 머리를 흔들며 좋다는 표시를 하며 어렵게 페달을 밟는다. 빨리 뼈다귀를 먹으려고 달리는 강아지처럼…….

 취미생활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남편이 내게 준 것처럼 남들에게 더 많은 '뼈다귀'를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되길 바랬다. 
나의 취미 ‘자전거 타기’가 그동안 학교에서 보낸 인생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힘겨운 순간도 많았지만, 결과는 항상 보람과 만족이었다. 아이들과 나는 서로에게 사랑과 정성의 대상이었으며, 뼈다귀와 같은 역할이 되어주곤 했다.

남편처럼 주변의 모든 이들은, 내가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온통 감사할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면서, 남은 날들은 남들에게 더 많이 ‘뼈다귀’를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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