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부모님이 싫다"
"나를 괴롭히는(?) 부모님이 싫다"
  • 한솔중 박일숙
  • 승인 2013.07.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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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박일숙...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한솔중 교사 박일숙
종례 후 남아있는 몇몇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두 명은 하루 종일 못 보았던 핸드폰을 이제야 받고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무리지어 앉아있는 아이들은 문제지를 펼쳐 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어려운 것을 해결하고 있다.

야무진 아이 옆에 또 다른 똑똑한 아이, 그 옆에 욕심 많은 아이, 그 옆에 뭐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 친구를 기다리는 주변 친구들이 또 무리지어 얘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기 구역 청소하는 아이들까지 종례 후 교실에는 여러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갑자기 한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핸드폰이 없는) 옆 친구에게 핸드폰을 바로 건넨다. 어머니인가 보다. 금방 간다고 대답한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또 한참을 친구들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몇 분 후 또 다시 전화가 온다. 학생의 목소리가 조금 짜증스러워졌다. ‘왜 전화를 빨리 받지 않느냐? 왜 빨리 못 오느냐?’ 등의 질문이 있는 듯하다. 학생은 ‘내 핸드폰이 아닌데 어떻게 빨리 받느냐, 금방 갈 거다.’ 등 학생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 착실한 학생이고 열심히 하는 학생인데 어머니와의 대화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하게 된다.

어느 날 학급활동 결과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고, 가장 괴롭히는 것이 부모님이고, 부모님이 너무 싫다.’고 응답한 학생이 있어서 상담을 했다. 그 학생의 볼멘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엄마가 쉴 틈 없이 얘기해요. 가족은 다 싫어요.”
학교 벌점을 받았을 때는 어머니께서 ‘그 딴식으로 살지 마.’라고 하셨다고 잊지 않고 말한다. 몇 마디 나누다 보니 동생은 감시꾼이요, 어머니는 고자질쟁이(학생의 표현임)로 집에서 혼날 때는 아버지에게 크게 맞는다고 한다.

한솔중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보며 느낀 점은 부모님들이 정성을 참 많이 들이신다는 것이다. 정성의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며 노심초사하는 집, 해외여행으로 견문을 넓혀 주는 집, 아버지가 함께 자전거하이킹을 해 주는 집, 정성을 너무 들이느라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지 못하는 집도 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상담을 전문으로 하시는 어머니가 학교에 오셔서 자녀상담을 하셨다. 그 동안 보았던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렸다. 어머니 말씀이 본인이 상담을 한다고 넓게 생각하여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만 바랐는데, 그것이 오히려 딸에게 부족함을 만들 줄 몰랐다고 말씀하셨다. 딸아이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보니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웃음으로 때우려는 태도와 모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고집이 생겨난 것을 상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아이를 많이 두지 않고 한 둘 낳아 정성을 쏟다보니 말썽도 참 많다. 모두가 ‘내 아이는 예쁘고 착한데 선생님들은 왜 뭐라고 하실까?’를 궁금해 하며 사유를 물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의 사랑도 마냥 많은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한 것도 문제이고. 사람이 중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또 한 번 삶의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 정말 예쁘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 설사 말썽을 부려도 밉지 않은 이 아이들에게, 혹시 우리는 교사로서 부모로서 너무 지나친 사랑으로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정 우리가 가야할 길,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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