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농부의 마음
못 말리는 농부의 마음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3.07.05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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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은 글] 나이 많다고 농사 말려도 “땅이 있어 짓는다”

시골에 계신 장모님을 며칠 모시고 병원도 가려고 아내와 함께 처가를 갔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이 안 보였습니다. 여름 뙤약볕 속에서 들판에 나가 일에 몰두하다 보니까 점심도 굶고 큰 딸이 오는지도 모른 것입니다.

노인의 몸으로 약을 입에 달고 사시는 장모님에게 이제 일하지 말고 편하게 사시라고 권유해도 농사일을 놓지 못 하고 있습니다. 평생 해온 농사일이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힘들어도 씨를 뿌리고 조금만 일하면 그것이 오이가 되고 마늘이 되고 참깨가 되어 나중에 자식들에게 나누어주는 재미를 느낀다고 얘기합니다. 도회지에서 자란 나로서는 처음에 장모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왜 당신의 몸이 아프고 힘든데 그 힘든 일을 쪼그리고 앉아서 하고 계시냐고 얘기해도 그 때 뿐입니다. 산악인에게 “왜 힘들게 산에 오르느냐”고 물으면 ‘산이 있어서 오른다“고 하는 것처럼 농부에게 ”왜 힘들게 농사를 짓느냐“고 물으면 ”땅이 있어 농사를 짓는다“고 얘기하는 식입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각자의 직업을 갖고 살아갑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분류되는 직업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직업이 의식주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예부터 천하의 근본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직업이었습니다.

당나라 시인 이신은 백거이와 더불어 백성들의 삶을 많이 노래했는데, 그중에서 농부의 수로움에 대한 시를 썼습니다. “鋤禾日當午 (서화일당오) 汗滴禾下土 (한적화하토) 誰知盤中飱 (수지반중손) 粒粒皆辛苦 (입립개신고):김 메는데 해는 중천에 이르고/땀방울이 흘러 벼 아래 흙을 적시네/누가 알겠는가, 밥상 위 음식이/알알이 다 맵고 수고로움이란 것을”

이신은 농부가 무더운 날씨에도 김을 메어 땀이 흘러 밭의 흙을 적시니, 사람들이 그 음식 먹을 줄만 알지 농사짓는 고통을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농부의 수고로움을 고달피 여겨 시로 표현했습니다.

필자도 가끔 농사일을 해보면 너무 힘이 듭니다. 저녁에 뼈마디가 노곤해져 바로 잠에 떨어집니다. 그러니 평생을 농부로 지낸 분들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우리나라도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농업국가였습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쌀밥을 먹으면 부자로 여겼던 시대였습니다. 농업의 대부분도 논농사로 지금은 농업인구가 10%도 안 되지만 당시에는 전 국민의 7할이 농민의 자식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 하고 땀으로 쌀농사를 지어 자식을 교육시키고 오늘날의 부강한 나라를 이룩한 것입니다. 그러니 쌀 한 톨, 야채 하나마다 농부의 고생이 배어 있음을 알고 맛있게 먹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농촌의 현실은 매우 힘이 듭니다. 며칠 전 시골에서 감자를 수확한 친구로부터 감자 한 상자를 전달받았습니다. 힘들게 농사 지어 수확했지만 감자 가격이 폭락하여 제 값을 받지 못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해 재배하였지만 농산물의 가격과 수효는 정말 예측하기 힘이 듭니다. 농촌의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고추 값이 비싼 해는 배추 값이 없다고 할 정도로 상인들의 중간마진이 심해 농부들은 허당이라는 것입니다.

농업을 살리고 농촌에 젊은이들이 돌아오도록 하려면 혁신적인 정부시책이 필요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보상문제도 보완해야 하고 정부와 농협이 농산물 생산과 수요 조절 기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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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뿐여우 2013-07-15 19:06:27
저도 농사를 짓고 있는 한사람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다.
일은 힘들고 고단해도 열심히 작물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알아주시는 분이 계시니 힘이 납니다.
신의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