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좋은 추억 안고 이제 떠납니다"
"저 , 좋은 추억 안고 이제 떠납니다"
  • 심은석
  • 승인 2013.07.05 08:18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작별인사...'수처작주'로 살아왔던 세종시절

지난 2012년 8월 연기경찰서장으로 부임, 지난 해 7월1일 세종시 출범과 함께 초대 세종경찰서장을 지낸 심은석 서장이 충남지방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전보됐다. 심서장은 부드럽고 친근한 경찰상 정립을 위해 세종시 각종 기관 및 단체와 자매 결연, 또는 업무 협약을 맺고 주민 속에  파고드는치안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재임기간동안 수필집을 내고 경찰서 앞 마당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를 훌훌 털어냈다. 세종시를 떠나면서 느끼는 소회를 '세종의 소리'에 보내왔다. /편집자 씀 

   세종경찰의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난다는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어디서든 머무는 곳이 주인인데, 수처작주(隨處作主)

밤새 푸른 산과 들에 장마 비가 내린다.
새벽까지 잠이 안 온다. 세종시 조치원읍 죽림리 소재 경찰서장 관사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몸은 고단한데 잠이 안 온다. 온 밤을 내리는 빗줄기는 가슴에 내리는 빗물이 되어 밤새 뒤척인다.

비 그치면 강렬한 햇살이 뜨겁겠지, 뜨거움이 있어야 들판에 탐스런 열매가 맺히는 데, 햇빛이 없으면 꽃피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래서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아래 무더위를 탓 해서는 안 된다.

평생을 나고 자란 고향의 언저리,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지난 16개월간 치안책임자로 근무하다가 충남경찰청으로 떠난다. 이곳에 발령받아 인연을 맺을 때부터 떠날 때를 염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막상 떠난 다고 생각하니 진한 아쉬움과 회한이 밀려온다.

미호천 변에 연꽃들이 향기를 뽐내는 데 이제 저리 고운 꽃 잔치를 어디서 보려나,
정부청사 앞 호숫가 둥근 섬에 떠 있는 들 오리 떼의 재롱을 이젠 자주 보지 못하겠거니,
조치원 전통 시장의 할머니가 조리하시는 구수한 삶의 향연을 이젠 보지 못하겠거니,
세계적인 명품도시 그 장대한 건설 현장은 이젠 자주 보지 못하겠거니,
무엇보다도 늘 상 나를 반갑게 대해주고 만날 때마다 즐거워하는 세종경찰 가족들을 자주 보지 못하겠거니, 열악한 근무환경을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우리 가족들 땀방울을 닦아주지 못하겠거니, 하지만 세종 경찰가족이 늘 고맙고 경의 드린다.

작년 6월 28일 세종경찰 출범과 엊그제 1주년기념, 시민 한마당에 보내주신 세종시민들의 성원과 세종경찰에 대한 사랑이 고맙다. 그리고 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 한반도의 심장인 이곳 세종시에 뿌려지는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고맙다.

경찰관으로서의 지난 26년간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곳 세종에서 초대 경찰서장으로 추억은 내 평생 동안 어른거릴 것이다. 어디에 있던지, 어디서 근무하든지 늘 주인이 되자고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생각했다. 시민들의 다정한 친구로, 든든한 안전지킴이가 되고자 했다.

세종시민을 내 부모 형제처럼 정성을 다해 섬기자고 했다. 법질서가 존중되고 기본과 원칙이 바로선 명품 세종치안을 생각했다. 정부 청사가 입주하고 신도시 증가하는 치안 환경 속에서 인력과 장비, 조직과 예산의 가시적인 증원 없이 전국 17번째 광역시 치안업무에 아쉬움이 크다.

시민여러분에 부족하고 송구스런 마음이다. 현장직원들은 열심히 달렸다. 강력 미제사건 한 건 없고 각종 치안지표와 체감안전도는 상위권이다. 경제, 지능, 사이버 범죄, 홍보, 보안 분야는 1위권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7년 연속 자정 우수 경찰서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세종 시민 화합한마당, 국립경찰교향악단 초청 시민 음악회 등 시민 친화 시책으로 주민 속에서 함께하면서 경찰이 친구 같다고도 한다. 세종시 85개 기관, 단체가 협력 협약(MOU)으로 나눔 문화 확산과 협력 치안의 성과도 나타난다. 노인 어르신, 장애인, 여성, 아동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책들도 성과가 있다. 4대 사회악 근절의 가시적인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세종에 남겨놓고...세종경찰에 성원해 주신 시민께 감사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세종지방경찰청 신설이 논의 되고 있지만 인력, 장비의 확충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경찰관 모두가 자율과 책임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경찰가족들은 일을 즐기면서 보람을 찾고 열정으로 신명나게 일해야 한다. 경찰관으로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소중히 해야 한다. 때론 재미있는 오락처럼 일을 즐기고 마음의 여유도 가져야 한다.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하다면 모든 일들은 쉽게 될 수 있다.

   심서장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서 주민과 함께하는 경찰상 정립을 위해 치안력을 집중했다.
이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충남경찰청에서 세종경찰을 성원하련다. 그동안 세종특별 자치시가 내 공직의 전부인 것으로 생가하기도 했다. 발령받은 정보기능 새 보직에서도 같은 마음이고자 한다. 세종경찰, 세종시에 관한 신문기사나 이야기들은 빠짐없이 읽을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와서 근무할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본다. 10여년 후 공직을 마치면 세종시에 터를 잡고 새로운 제 2의 인생도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향기를 뿌린다. 그래서 사람이 머물던 자리는 어디나 소중하고 가치 있다. 내가 때론 역한 냄새 풍기지 않았나 조심스레 반성한다. 진한 아쉬움과 부끄러운 회한이 밀려오기도 한다. 있을 때 잘 할 걸, 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이 아쉬움이 많은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이별을 연습하면서 막상 죽음이라는 소멸 앞에는 태연한 척 하는 우리네 인생살이가 서글프기도 하다. 세종시의 구석구석, 푸른 나뭇잎, 골목어귀의 낮은 지붕, 시장 골목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정감이 느껴지던 지난 시간들이 소중한 인연이 되어 벌써 추억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아름다운 추억이 없다면 인생에 무슨 낙이 있는가. 한결같이 세종경찰을 성원해 주신 시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처음처럼 이제 명품 세종치안으로 도약하는 세종경찰 더욱 성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 무거운 마음도 욕심인 것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세종시민 2013-07-06 10:48:43
심은석 서장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재임중 많은 부분에서 도전을 주고 또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경발위 2013-07-06 07:05:20
떠나시는 서장님들을 여러분 뵈었지만 이처럼 감동을 주시는 글을 쓰고,애정을 보이신 분은 심은석서장님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미소와 시인의 감성을 심어주시면서 지역의 어두운 자리를 어루 만져 주신 서장님의 앞날에 밝은 햇살만 가득 하시길 ......

행복하세요 2013-07-05 17:35:20
세종시에 계셔야 할 분이 세종시를 떠나네요. 님은 경찰조직의 수장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보여준 분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건승하시길,,, 근데 왜 우리 세종시장님은 시민들에게 서장님처럼 이런 인상을 못남길까. 선거를 떠나 진심이 담긴 정책과 주민들에게 다가갈때 서장님같은 박수를 받는것인데..

세종시청 2013-07-05 16:15:53
불과 2,3개월전 낮선 직장에 전입하여 인사갔을때 반갑게 맞아주시며, 귀한 "사람의 향기를 그리며"라는 책까지 주셨던 따스한 분이시기에 더 많이 아쉽네요
세종시 치안의 초석을 다진분이시기에 오래기억에 남을 듯 하구요
내년엔 부디 영전하셔서 더 큰 일하시길 소망하네요,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금남인 2013-07-05 15:11:21
초대세종시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떠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언제가될지 모르지만 또 다시 세종시와 인연이 되길기대해봄니다. 그동안 수고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