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으로 학교 이름 알리기, 2020년 전국대회·2021년 대통령상 수상
“다정고를 명문고로!”
2019년 봄, 교장선생님과 함께 강당에서 구호를 외쳤던 순간을 계속 잊지 못한다. 세종시 지도에서 신설 예정 다정고를 발견하고부터 품은 소망이다. 1·2생활권에 이미 기틀을 다진 고등학교가 많아 신설 학교에 학생들이 오게 되어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오기가 생겼다.
다정고를 꼭 배정받고 싶은 학교로 만들겠다는 오기,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이름난 학교로 만들겠다는 오기로 신설학교 생활을 난생 처음 시작했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서 먼저 알아보는 학교로 만들자.”
이런 결심으로 학교를 세우고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교육과정 편성과 ‘발명’을 통해 학교 알리기에 집중하게 됐다.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과학선생님이 권해주셔서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학교를 단시간에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어 코로나와 함께 더 널리 쓰이게 된 손소독제 관련 발명품을 서유리 학생과 함께 고안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매달려 있는 손소독제를 펌핑하다가 눈에 튀어서 큰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보고, 어린이에게 안전한 손소독제 용기를 만들어 보자는 데에서 착안했다.
학생이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 배운 CAD로 직접 손소독제 입구를 디자인해 1차 발명품을 만들면서, 스스로 무언가 해내서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무언가를 이룬 것처럼 기쁜 마음이 들었다. 2차, 3차 작품까지 만들고 보니 이게 과연 우리가 만든 것인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교장선생님께서도 “기가 막히게 만들었네”라고 극찬을 해주셔서 더 자신감이 뿜뿜했다.
대회 준비를 하면서 학생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에 공감하게 되었다. 대회 준비 막바지에는 너무 많은 과정들이 몰아쳐서 학생들이 극한의 역량을 쏟아내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하면 학생들이 좌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세종시 대회 특상, 특허청 대회 장관상을 수상하게 되어 학생도 만족하고 노력도 헛되지 않을 수 있어 안심했다. 발명에 몰입해 보는 것이 학생과 나 모두 성장하는 경험이구나 싶어 2021년에는 자진해서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거름망이 분리되는 티포트 거름망을 개발해 보았다.
처음 착안과는 다르게 작품 구상이 쉽지가 않았다. 이 부분을 개선하면 저 부분이 어려워지는 식으로 계속 작품 구상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가 ‘거름망을 자바라처럼 밀어올리면 어떨까?’ 이 지점에서 시작해 아이디어가 화수분처럼 샘솟기 시작했다.
가열해도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지 않는 풍선의 부피 변화를 이용해 보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바이메탈을 이용해 차통 드랍시키기(이제껏 차통을 물 위로 밀어올리려는 고정관념에만 빠져 있어서 이 발상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느껴졌다), 화룡점정은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차통을 뚜껑까지 끌어올리기였다.
가열되면 스프링으로 변해 길이가 짧아지는 형상기억합금을 통해 물이 일정 온도에 도달하자 차통이 순식간에 티포트 뚜껑에 찰싹 달라붙었다. 마법 같아서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우리가 같이 발명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사람들은 엉뚱하다고 웃을 생각을 눈앞에 구현시켰을 때의 희열감, 즐거움 그 때문에 발명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전하게 된다. 처음 수업시간에 봤을 때와는 달리, 송민준 학생은 매우 적극적이며 자기주도적이었다. 무엇보다 발표 준비를 가장 즐거워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발표 준비를 할 때가 제일 고비 같은데... 스스로 제스처를 개발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 웅변을 배웠나?’싶게 말의 높낮이도 이용해 가며 스스로 재미있게 발표 준비를 했다.
학생과 지도교사의 시너지 덕분일까. 모두가 재미있어 하며 미친 듯이 몇 달을 준비한 덕분일까. 세종시대회 특상을 넘어 전국대회 최후의 6인에 들었다는 소식에 까무러치게 놀랐다. 정말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에... 대통령상을 수상할 수 있는 6인에 포함되니 우리는 너무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 두루고에서 전국대회 준비를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실험실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절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이 닥치니 하게 됐다.
학생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최후 리허설을 하고 함께 학교를 나서는데, 이제는 더 이상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더 이상은 쥐어짤 에너지와 능력이 없는 지경. 그렇게 비대면 심사를 온 힘을 다해 치렀고 정말 감사하게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학생은 정시 준비를 하는 학생이라, 스스로 계속 마음속으로 ‘이게 과연 도움이 될까?’ 물음표를 던졌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미안함이 있었다. 나도 겪어보지 못한 전국대회였기에...
그렇지만 먼저 경험하신 선배 선생님께서 “아직은 완전히 느끼지 못하겠지만, 학생이 전국대회에서 큰 수상을 하는 이러한 경험이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얼마나 큰 경험인지 겪어봐야 안다고, 조금만 더 학생과 힘내!”라고 조언해 주셨다.
대통령상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큰 상을 받은 후 학생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기자회견 직후 올라온 본인 기사를 핸드폰으로 확인하며 활짝 웃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발명 관련 인터뷰를 다니며 특허청에서도 나중에 특허청으로 오라는 격려도 받으며, 학생도 앞으로 발명 관련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고 꿈을 꾸게 됐다.
나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경험이 있었다. 시상식 후 몸이 매우 편찮으신 학생의 할머니께서,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계속해서 말씀하실 때 뜨거운 기운이 가슴에서 올라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층 깨달았다.
점수 맞춰서 진학한 사범대학, ‘교사가 철밥통’이라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한 직업... 처음 선생님이 될 때부터 나는 ‘그저 그런 교사, 평생 안정적인 직장인으로서의 삶’정도만 생각하며 교직에 안주하려 했다.
그러다 지도에서 보고 끌려 지원하게 된 신설 학교에서 학생을 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 학교 하나를 세우는 일에 몰입한 사람으로 너무나 바뀌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먼저 알아보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시작한 학교 세우기였지만, 나 자신의 직업관과 인생관을 바꾼 학교 세우기가 되었다.
다정고등학교를 세우는 일은 이 지역, 더 나아가 세종시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앞으로도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기준 삼아 한 알의 밀알되어 썩어지는, 도구로서의 교사로 살아가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