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보이스피싱 피해 당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고객이 보이스피싱 피해 당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11.2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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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하나은행 아름동지점 장서현 대리
방지 대책 비례해 교묘해지는 수법, 예기치 않는 상황은 일단 의심
보이스피싱 유형과 피해예방법을 설명하는 하나은행 아름동지점 장서현대리
보이스 피싱 수법에 걸린 한 여성 고객을 기지를 발휘해 피해를 막은 하나은행 아름동지점 장서현 대리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고객의 돈을 지켜주어 은행원으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은행 직원우로서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하나은행 아름동지점 장서현 대리는 23일 오후 '고객 보호'를 내세우며 보이스 피싱을 막은 순간을 되새겼다. 

올해 39세로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하나은행에 입사한 그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상냥한 목소리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들려줬다.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고객은 30세 여성이었다.

통상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고령자나 사회경험이 없는 주부 등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장 대리는 강조했다.

고객은 창구에 앉아 장 대리에게 2,5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싶다고 요구했고 장 대리는 바로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진 않았지만 오랜 은행원의 촉감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선 돈의 사용처를 물어봤다.

고객은 단호한 목소리로 가구를 사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지만 2,500만원이라는 현금이 가구 일체를 구매하기에도 조금 과한 금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장 대리는 여성에게 보이스피싱에 대한 안내를 조금 길게 설명하며 은행에 현금잔고가 부족하다며 일부는 수표로 인출하겠다고 권했다. 그러면서 메신저로 관리자에게 경찰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며 보이스피싱 안내 서류에 고객의 서명을 받았다.

종이 뒤에 “전화 받으셨나요?”라고 필담으로 물으니 돈을 찾으려던 여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이어 경찰관이 도착하고 고객을 경찰관에게 안내해 큰 금전적 피해를 막았다.

그 고객은 장 대리의 예상대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피해자는 ‘서울지검 유민종 검사’를 사칭하며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으니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현금을 가지고 있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은행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으니 은행원은 믿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야, 범죄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협박도 들었다.

피해자는 전화를 받고 시키는 대로 하는 동안에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 없이 무엇엔가 홀린 듯이 범인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고령자나 사회물정에 어두운 여성 등이 타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범행 수법이 진화한 지금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심리적 허점을 파고든다.

장 대리가 전하는 보이스피싱 유형을 살펴본다.

◆ 검찰이 사건의 피의자 또는 대포동장 등 범죄에 연루됐다고 연락하는 경우

이번 사건과 같은 유형으로 피해자는 ‘검찰’이라는 단어에 일단 겁을 먹게 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범죄에 연루됐다든가 보이스피싱 피의자라고 말하면 본인이 누명을 벗기 위해 범인이 시키는 일들을 하게 된다.

통상 통장의 일정 번호를 누르라고 하는 경우 정신없이 폰뱅킹으로 숫자를 누르다 보면 일정금액이 범죄자의 통장으로 입금하게 된다.

이번 경우와 같이 카드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아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라고 해, 날치기 등의 수법으로 강탈하거나 특정인에게 홀리듯 돈을 건네기도 한다.

◆ 해외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지인이나 자녀를 사칭해 소액을 해외에 송금하라는 요구를 한다.

직구판매 사기인 경우도 있고 유학을 가 있는 자녀, 또는 해외출장 간 상사의 이름으로 해외송금을 의뢰받고 송금하기도 한다.

때로는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직을 사칭해 갑자기 해외에서 현금이 필요하다며 송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 중고 시장 거래 사기

금 목걸이나 명품 등 고가의 물건을 매입하고 송금은 보이스피싱을 통해 제3의 피해자에게 송금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는 물건을 판매하며 송금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하게 되어 순식간에 보이스피싱 범죄 용의자가 되기도 한다.

현장의 사례로는 600만원 상당의 금목걸이 소유자 A씨는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 중고시장에서 목걸이를 판매했는데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지목받아 조사를 받았다.

목걸이를 받은 범인 C가 또 다른 피해자 B에게 자녀를 납치하고 있다고 속여 A씨에게 600만원을 송금하게 했던 것.

범인인 C에게 목걸이를 건네고 정당한 값을 받은 A씨는 B씨와 관련된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지목받게 된 사건이다.

고객에게 상품설명을 하는 장서현 대리
고객에게 상품설명을 하는 장서현 대리

◆ 코로나관련 소상공인 대출사기

코로나19로 피해받은 소상공인이 대출받거나 손실보상 받는 사실을 이용해 대출받기 위해서는 보증금으로 일정금액을 납부해야 한다고 속여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역시 코로나 시국을 활용해 신용등급이 낮아야 보상받거나 대출받는데 유리하다고 속여 카드대출을 받게 한 다음 현금을 강탈하거나, 통장에 돈이 없어야 한다고 속여 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라고 속여 입금받는 경우도 있다.

대전에서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했다는 장서현 대리는 “고객들은 절대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실제 사기를 당해 보면 어느덧 범죄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교묘해지는 만큼 현금을 요구하거나 돈을 인출하라는 전화나 요구를 받게 되면 거의 보이스피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경우 경찰에 신고하거나 창구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피해자가 금전적 피해를 당했으면 정말 속상했을 텐데 피해를 막아 다행”이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많이 칭찬해 주셔서 송구하다”고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직은 한산한 하나은행 아름지점 모습, 장서현 대리는 은행업무가 한참 바쁠때는 번호표를 들고 대기하는 고객의 줄이 길어 고객의 범죄피해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필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아직은 한산한 하나은행 아름지점 객장 모습. 장서현 대리는 은행업무가 한참 바쁠 때에는 번호표를 들고 대기하는 고객의 줄이 길어, 고객의 범죄피해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필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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