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름다운 정원 속에 행정수도로 성장하길…"
"세종, 아름다운 정원 속에 행정수도로 성장하길…"
  • 김선미
  • 승인 2021.11.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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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도시 꿈꾸는 세종’
7억 원의 차이 아파트 한 채 값의 조망권, 회색벽 대신 숲과 호수

파리 샹젤리제거리 도로 줄여 특별하고 거대한 정원으로 바꾼다

세종으로 이사하고 싶은 이유, 국립수목원 중앙공원 등 녹지공간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내가 세종시로 이사를 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행정수도 때문도 아니고, 지방 소멸이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이 담보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도 아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을 비롯해 도시 중심에 조성된 드넓은 녹지공간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는 집값에 이제는 언감생심, 세종 거주는 이번 생에는 이룰 수 없는 한낱 꿈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국립세종수목원과 중앙공원이 조성되기 전,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세종에 집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아무 쓸데없는 후회를 하는 요즘이다.

고공행진 집값 때문에 이 생에는 이룰 수 없는 한낱 꿈으로 전락

하루는 세종에서 집을 구하던 한 지인이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단지 내의 30평대 아파트가 무려 7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10억 원과 17억 원을 가른 것은 탁 트인 조망권이었다. 수목원과 호수공원이 보이느냐 아니면 앞 동의 회색 벽을 바라봐야 하느냐가 아파트 한 채 값의 차이를 낳은 것이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어서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집안에서도 자연을 즐기려는 마음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숲을 보고 꽃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꽃 대신 유실수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은 할지언정 말이다.

10억 원과 17억 원을 가른 조망권, 집안에서 자연을 즐기려는 욕구

한동안 쇠락해가는 대전 원도심을 자주 찾았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수십 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으로 땅값을 들썩이게 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고층 아파트는커녕 흉흉한 소문만 무성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며 한 때 번성했던 동네는 슬럼가는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싶은 망한 영화 세트장 같은 곳에도 간혹 떠나지 않은 주민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었다. 골목길을 돌아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언제 비워야 할지 모르는 낡은 집 앞에 놓인 작은 꽃밭과 화분들이었다.

비현실적인 공간과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화초를 키우고 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쇠락한 그 동네에서 그 작고 여린 푸른 식물들이 주는 에너지와 감동은 다른 어느 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망한 영화 세트장 같은 쇠락한 동네에서도 화초 키우고 식물 길러

메마르고 척박한 도시의 삶에 자연과 식물들이 가까이로 들어오고 있다.

세종시가 최근 ‘정원도시’를 선언했다. 세종시 하면 온통 치솟는 집값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행정수도 완성이 뉴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들려온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다. 정원 열풍이라지만 그래도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는 세종중앙공원 2단계 사업 구역(65만9000㎡)을 정원 콘셉트의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세종형 지방정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정원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가정원은 국내 1호 국가정원인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등 2곳이다.

정원 열풍, 척박하고 메마른 도시의 삶에 자연과 식물들이 들어오다

내년 10월에는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도 개최한다. 정원산업박람회는 산림청이 정원산업 활성화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대형 이벤트이다.

첫해인 지난해는 순천에서 개최됐고 올해는 울산에서 열린다. 순천은 2013년에 이어 2023년에 또다시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했다.

10년 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했을 때만 해도 정원이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순천은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여세를 몰아 정원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국가정원과 순천만을 찾고 있다. 순천 하면 이제 정원문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됐다.

정원, 관상으로만 끝나지 않아 환경오염 줄이고 정원산업으로 확장

정원은 나무와 꽃을 관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생태적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의 정원과 숲은 도시의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정원산업으로 확장돼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세종시도 정원도시 조성을 통해 정원산업을 키우고 정원시장에 수준 높은 인력을 양성·제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중심부의 샹젤리제 거리가 특별하고 거대한 정원으로 바뀐다.

2018년부터 거리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해온 파리시는 올해부터 약 1.9㎞에 이르는 샹젤리제의 도로를 절반으로 줄여 매연에 찌든 소비의 중심지를 녹색의 생태 거리로 조성한다. 2030년 완성이 목표인 이 프로젝트에는 약 2억5000만 유로(약 334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고 한다.

바뀌는 여행 트렌드 정원투어 관심, 작은 마을정원에도 관심 기울여야

여행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몰려드는 인파에 치이는 유명 유적지나 관광지, 도심의 번잡함 대신 고용함과 사색적 공간을 찾아 떠나는 정원투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원도시’는 국가정원 지정뿐만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정원에도 눈을 돌릴 때 더욱 빛을 내며 자연과 인간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것이다.

‘정원도시’ 만들기를 선언한 세종시가 세계에서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행정수도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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