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이 자치력의 핵심, 행정서 자치 ‘조장’해서는 안 돼
분권이 자치력의 핵심, 행정서 자치 ‘조장’해서는 안 돼
  • 한오희 기자
  • 승인 2021.10.28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시 주민자치회, 시의회와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 개최

대전시 주민자치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전광역시 주민자치회는 26일 시의회와 함께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홍종원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주민자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제에 나선 전상직 회장은 “지방자치 30년, 주민자치 20년인데, 지방자치는 30년 만에 의미 있는 발전을 했지만 주민자치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오늘 그 답을 찾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전상직 회장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기초의원 모두 주민이 직선을 하는데 읍면동장, 통리장만 직선을 못하고 있다. 읍면동을 아예 자치단체로 만드는 것 아니면 주민자치, 직접민주제로 가는 것, 어느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게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전 회장은 “읍면동은 일제식민지에 통치기구가 됐다. 개인적으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그대로 두고 주민자치회를 만들자는 쪽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나 읍면동은 무보수명예직 주민자치회가 감당하기에는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그래서 통리가 주민자치 하기에 딱 적합한 규모이다. 읍면동은 규모상 불가능해 협치형 주민자치회로, 통리는 자치형 주민자치회로 중층구조가 적절할 것 같다”고 제시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종원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김찬동 충남대 교수, 배석효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회장, 유태영 유성구 관평동 주민자치회장, 최영희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이사,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이렇게 될 경우 주민자치는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로 변경되고 따라서 기능도 달라진다. ‘사회적 자본 형성’‘사회서비스 공급’‘주민목소리 대변’ 등이 그것이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를 설립할 권리를 주민에게 부여하고 주민자치회에는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권리와 자치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주민자치분권’이 핵심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 회장은 ‘우리나라는 주민자치 전통이 없다’는 세간의 인식에도 반박했다. 그는 “1895년 제정된 향회조규라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 오늘날 주민자치회법인데 그 이전 328년간의 향약의 경험이 쌓여 이때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회의 전통은 현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1999년 출범한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 프로그램 심의라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했고, 2013년 시작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또한 여전히 ‘시범’에 그치고 있다.

전 회장은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 표준조례를 분석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는 담겨 있던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문구가 빠져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주민자치회에는 권한이 없고 이를 중간지원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며 “주민자치 없는 지방자치, 주민 없는 주민자치는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는 ‘분권’ 관련 질문을 잇달아 던졌다. ‘누가 주민자치회를 만들 수 있는가’‘주민이 주민자치회에 주권이 있는 회원인가’‘주민자치회가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누가 주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가’‘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주민의 일을 결정할 수 있는가’‘주민자치회는 누가 설립하고 누가 운영하는가’ 등이 그것이다.

주민자치원리에 따르면 이 질문들의 해답은 모두 주민, 주민자치회가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 주민자치위원회 역할이나 행안부 표준조례에 따르면 이 질문의 답은 모두 ‘할 수 없다’이다. 특히 주민이 회원이 아닌 상태에서의 주민총회는 주민설명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총회’는 될 수 없다고 전 회장은 일갈했다.

전 회장은 “분권이 선행되어야 자치력이 생긴다”고 강조하며 “자치가 안 된다고 행정에서 이를 조장하면 안 된다. 중간지원단체가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다. 행정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 있어서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하게 하느냐가 본질이고 대표성을 갖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핵심이다. 오늘 발제에서 흥미로운 점은 협치형 주민자치와 자치형 주민자치 개념을 분리한 것이다. 또 특별법에 있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으로 구성되는’ 부분이 빠진 것, 중간지원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지적한 것은 특히 예리한 통찰이다. 잃어버린 주민자치의 길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석효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회장은 “주민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대전시의 경우 약 60%의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상황인데, 관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를 할 수 있게끔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태영 유성구 관평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면서 수요조사를 통해 진짜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금도 주민의견수렴을 위해 두 달 넘게 수요조사 중이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영희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이사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의 주민자치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문제는 무엇인지, 주민자치회원들의 자치권 행사 역량은 준비되었는지, 시범 초기의 예산배정과 2기 실시의 예산 배정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은 “현장에서 느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법 제정, 시스템적인 부분인데 기본적인 게 미비해서 아쉬움이 많다. 제도적으로 올해는 완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범실시 이후 코로나19로 활성화 타이밍 놓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주민자치는 자꾸 만나야 하는데 비대면으론 한계가 있다. 재원 확보는 시에서도 항상 어려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시의회와도 협의하고 현장 위원님들 의견도 듣고 상의해서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기사제공 :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