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유치원,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민식이법’, 고통 커”
세종시 유치원,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민식이법’, 고통 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10.27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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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52개교 승하차 허용 건의… 경찰, 달랑 6개교만 허용키로
6개교도 차량당 5분 이내 승하차 시켜야, 5분 넘기면 단속 대상
초등학교, 걸어서 등교 권유… 학구 설정 없는 유치원, 대안 없어
시 “단속영상 분석 7일 걸려”… 무더기 위반통보 오면 반발 클 듯
행복도시의 한 공립유치원 원아들이 태권도장 사범의 인솔로 하원하는 가운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된 도롯가에 원아들을 태우기 위한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세종시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이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며 지난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안전과 보호를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동차의 주·정차를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학교와 교육당국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민식이법에 따르자면 부모 또는 학원 등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등하교 하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내리고 탈 수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밖의 공간이 유치원과 학교 주변에 있어야 하지만, 신도시로 계획도시인 행복도시 대부분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이런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1일부터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 여부 및 결과는 앞으로 10일쯤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녀 등하교를 위해 잠시 주차했는데도 학부모와 학원 차량 등이 불법 주·정차 통보를 무더기로 받을 경우, 이에 대한 불만이 지역사회에서 점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식이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로 적발될 경우, 승용차는 다른 도로에 비해 3배 비싼 12만원을 물리며, 승합차 이상은 13만원을 부과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세종시교육청은 세종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52개교 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승하차 허용구역을 지정해 달라고 경찰의 교통안전심의위원회에 건의했지만, 이 위원회가 18곳으로 줄여 상정한 뒤 6개교 주변에만 허용키로 결정했다는 것.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을 세우고 승하차를 해도 된다고 결정이 나온 6개교는 두루·연세·온빛·으뜸초등학교와 연세·온빛유치원뿐이다.

이들 6개교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승하차 허용 시간은 각각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오후는 1시부터 5시까지이다.

승하차 허용 시간이 넉넉한 것 같지만, 차량당 승하차 허용 시간은 5분 이내이다.

5분 이내에 어린이를 내려주거나, 태우고 즉시 출발해야 한다. 5분을 넘기면 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될 수도 있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이 위원회가 어떤 이유로 52개교를 18개교로 줄이고, 그 중 6개교에만 허용 결정이 나왔는지 아무런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학생과 어린이를 보호하고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번에 적지 않은 횟수의 기관 간 협의를 해 오면서 학교와 유치원 담장을 벗어나는 순간 시청과 경찰의 단속 대상이라는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른바 민식이법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종교육청이 진행하는 대안은 ‘걸어서 등하교하기’와 ‘학교 지킴이’ 증원을 위한 예산(인건비) 4315만원 증액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고용된 지킴이 26명은 유치원 13개교, 초등 13개교에 배치됐다.

이들 지킴이 26명은 어린이들의 등하교 및 안전에 관한 일반적 일 외에, 등하교용 차량의 신속한 주차 유도 및 이탈 유도도 해야 한다.

문제가 심각한 곳은 유치원이다.

초등학교는 학구가 지정돼 있어 행복도시에서 2㎞ 이상 걸어서 등하교 해야 하는 곳이 드물지만, 유치원은 학구 설정 자체가 없어 행복도시 전체가 하나의 학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유치원은 원아 모집을 할 때 면적 465.23㎢인 세종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따라 7세 미만인 유치원 원아들의 등하원 거리가 조금만 멀어도 차량을 이용하는 게 필수적이다.

행복도시에 있는 한 공립유치원 관계자는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분들이 7세 미만, 6세 미만 어린이들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원아들 상당수는 유치원에 들어오기 전, 엄마와 포옹을 하고 저녁 때까지 헤어지는 인사를 나눠야 한다. 그러고도 입구나 계단에 선 뒤 차량 앞이나 인도 끝에 선 엄마와 시선을 맞추고 손을 흔들고 또 말을 주고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지 않으면 울고 떼쓰며 유치원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5분으로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 유치원은 어린이보호구역 승하차 허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원생은 120명이 넘는데, 유치원 주차장은 장애인주차구역 1면을 포함해 10면뿐이다. 많은 학부모가 차량을 도롯가에 세우고, 태우고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뒤 “혹시나 단속에 걸리지는 않을까 늘 조마조마하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유치원 주변을 살피러 나온 경찰 관계자에게 유치원 구조상 어떻게 승하차시키느냐고 호소했더니, 유치원을 둘러싸고 있는 ‘ㄷ’ 자형 길로 학부모 차량을 회차시키라고 했다는 것.

‘ㄷ’ 자형 길은 승용차가 지날 수 있는 폭이기는 하지만, 유치원 뒤 아파트단지에 속한 보도블록만이 깔린 도보용·산책용 길이다. 이 점을 지적하자, “관련기관 간 협의를 하면 된다”고 말한 후 돌아갔다고 전했다.

주정차 단속을 맡고 있는 세종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단속을 했는지 여부는 21일부터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봐야 한다. 영상을 분석하는 데는 보통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행복도시의 한 공립유치원의 좁은 주차장으로 하원하는 원아를 태우기 위해 차량이 진입하는 가운데, 원아들이 보호자의 손을 잡고 귀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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