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행복한 나라는 젊은이도 행복하다
노인이 행복한 나라는 젊은이도 행복하다
  • 김준식
  • 승인 2021.10.02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식칼럼] 국민소득 3만달러, 한국은 여전히 여전히 노인복지 바닥
노인 돌봄, 온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그게 젊은이에게 미래 불안 제거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서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99년까지는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였으나, 정부 행사의 민간 이양 방침에 따라 2000년부터는 노인 관련 단체의 자율행사로 개최된다.

매년 '노인의 날'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주인공인 노인들의 삶이나 노인정책에 관한 기사는 드물고 온통 지방자치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노인들을 위해 무엇, 무엇을 했다는 자랑과 더불어 그들의 커다란 사진들만 등장한다.

그런데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이 그렇게 자랑할 만큼 노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데 정작 노인들의 삶은 행복하지도 않고, 살기도 팍팍하다. 실제 국제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43.4%)은 라트비아(39%), 에스토니아(37.6%), 멕시코(26.6%)보다 높다.

밥드림은 기부 받은 한우를 직접 조리해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 노숙자 등 이웃 200여명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자랑하는 한국은 노인복지에서는 여전히 빈곤국가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나머지 절반의 노인들도 존재감 없이 쓸쓸히 지내고 있거나 소외와 학대, 그리고 각종 질병으로 힘들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근력이 다해 혼자 살아가기 힘들 때가 되면 허접한 요양시설로 내몰린다. 한국의 요양원 상당수는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할 만큼 열악하다. 꽤 건강하던 노인들도 요양원에만 들어가면 급속도로 쇠약해진다.

올해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국가인권위원회’도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빈곤과 자살, 학대 등으로 노년 시기에 존엄한 일상적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특히 코로나 위기 속 돌봄 공백과 높은 치명률 등으로 취약성이 심화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서구 복지 국가들은 1인당 연 국민소득 1만 달라 시대부터 노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온 데 비해 우리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경제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노인 복지는 바닥이다.

흔히 노인이 되면 어린이와 같아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노인들은 어린이와 똑같이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어린이들이 혼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듯이 노쇠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노인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는 과거의 노인도, 현재의 노인도, 지금은 젊은 미래의 노인들도 모두 같다. 결국 노인들을 잘 보살피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불안을 덜어주는 일이고, 현재의 노인들에게는 사는 동안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노인을 돌보는 방법은 온 지역사회가 해야 한다. 이런 돌봄 구조를 우리는 지역공동체 돌봄체계(Community Care System)라고 한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의 공적, 사적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에 사는 노인들을 돌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 서구 복지국가들이 다 잘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좋은 지역공동체 돌봄 체계(Community Care System)를 만들어서 노인과 젊은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죽을 때도 호스피스 병동이나 살던 집에서 편안하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그런 도시와 나라를 만들어 가자. 

김준식 전)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