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요"
"가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요"
  • 배윤정
  • 승인 2021.09.05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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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정칼럼] 성향에 따라 다른 아이들의 독서, 자기만의 스타일 존중
'꼬리물기 독서법'...재미있는 책은 같은 작가의 다른 책 꼭 읽어 본다
 세아이의 성향에 따라 독서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기만의 독서 스타일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노트 북 옆에는 항상 책이 자리하고 있다. 

마스크 때문인지 유난히 덥게 느껴졌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에 약간은 쓸쓸한 가을 감성이 책 읽기에 적당하기 때문일까요? 책을 읽는데 반드시 가을 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가을을 맞아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이가 셋이니 아이들마다 차이점에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독서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독서 스타일을 찾기를 바라고, 그 과정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관심사도 다양해서 책을 많이 읽습니다. 큰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여 독서하는 스타일입니다.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 서적을 많이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해리포터 시리즈에 빠져들어 해리포터 덕후가 되었습니다.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 외에도 해리포터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것은 책, 영화, 영상 등 모조리 찾아보더군요.

아이의 방이 온통 해리포터로 가득하고 호그와트 기숙사의 넥타이까지 사 모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리포터 덕질에서 졸업을 해 버렸습니다. 살짝 어이없지만 나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독서 뿐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몰입하는 경험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드는 것은 생각을 깊게 하고, 집중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학습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아이가 스스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기분이 좋은지” 아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큰아이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역사가 재미없다고 싫어 했었는데, 한 포털사이트의 웹툰을 보고 역사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 계기입니다. ‘조선왕조실톡’이라고 꽤 오래전에 나온 웹툰으로, 조선사를 카카오톡 형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저도 재미있게 봤던 터라 만화책 7권을 모두 사 주었더니 좋아라하며 읽더군요. 큰아이는 요즘 임진록, 한중록, 난설헌 등의 책을 읽습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엄마에게 매일 질문해서 골탕먹이는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말입니다.

만화책에 대한 의견은 엄마들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만화책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면 사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Why시리즈’로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책입니다. 제가 읽어보니 내용이 상당히 깊이 있고 재미있는 것도 많아서, 저는 만화책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둘째 아이는 큰아이와 다르게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 읽는 것은 재미가 없고, 밖에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이의 독서때문에 고민을 많이 합니다.

큰아이는 매사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뚜렷해서 본인이 원하는 책을 사주면 되는데, 둘째는 책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참 난감하더군요.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읽는 것 자체만 신경 쓰고 있으니, 당연히 책을 봐도 내용을 잘 모르고 재미가 없겠지요. 그래서 지난 여름 방학 때는 ‘둘째 맞춤 엄마표 독서프로그램’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둘째는 크게 좋아하는 책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책을 사주고, 읽어주게 되더군요. 저는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마음대로 ‘꼬리물기 독서법’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아이들 책을 고를 때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요즘 자주 읽는 책은 “책 먹는 여우”로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4천원 주고 산 책입니다. 소금과 후추를 뿌려 책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여우가, 돈이 없어 책을 못 먹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먹으려고) 직접 소설을 쓰게 됩니다. 자기를 꼭 닮은 여우 탐정 “잭키 마론”이 등장하는 탐정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종자 중의 으뜸은 '독서종자'라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책은 여우 시리즈 중 하나인데, “책 먹는 여우 시리즈” 3권과 “잭키 마론 시리즈” 3권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우연히 중고로 산 책 한 권에서, 지금은 여섯 권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재미있는 점은 한 권씩 읽어도 재미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여섯 권의 내용을 모두 알면 더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이전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앞서 읽은 이야기 내용을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잘 생각나지 않은 내용은 다시 책을 가져와서 읽어보기도 합니다. 동화책이지만 전체의 흐름 속에서 부분을 파악하고, 부분의 내용을 다시 전체와 연결시키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책 광고로 오해하실까 염려되기도 하네요. 저는 이 책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독서 마라톤”이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정말 멋지네요. 제가 어린시절 디즈니 그림책을 보고 즐거워하고, 위인전을 읽으면서는 내가 책 속의 위인이 되어 훌륭한 일을 하는 상상을 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빡빡한 수업과 시험으로 바쁘던 의과대학 시절이나 내과 전공의 수련을 할 때는 여행 서적을 읽으면서 마음속 세계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사는 바뀌었지만, 요즘도 저는 책을 즐겨봅니다. 저는 식탁에 노트북을 두고 글을 쓰는데, 지금도 제 옆에는 책이 있습니다.

국립 세종도서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입니다. 책장을 엎어놓은 듯한 지붕 모양이 재미있지요. 주변의 아름다운 장소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아이들과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아요.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sanallergy,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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