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 어떻게 생각합니까
안젤리나 졸리, 어떻게 생각합니까
  • 이진선
  • 승인 2013.05.3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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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충남대 병원 유방클리닉 이진선 교수...정답 아니나 경각심 줘

충남대 병원 이진선 교수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5월14일자 뉴욕타임지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자신의 모친이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10여년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며, 어머니와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양쪽 유방을 절제하고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술 발표 이후 유방암, 특히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방암을 전공한 필자는 최근 ‘안젤리나 졸리 효과’를 더욱 실감하고 있는데, 특히 암가족력을 가진 여성환자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문의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분들로 본인도 유전자 검사를 꼭 받아야 하는지, 혹은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처럼 본인도 유방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 인지를 궁금해했다.

그렇다면 유전성 유방암은 무엇이며, 어느 경우 유전성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만일 유전성 유방암으로 진단받는다면 어떻게 유방암발생을 예방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유전성 유방암이란?
국내의 경우 한해 약 1만6000여명의 새로운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며, 이 중 약 7% 정도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유전성 유방암 환자다. 즉 가족 중 유방암 및 난소암의 병력이 있을 경우 본인의 유방암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유전적 유방암의 약 70-80%는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1 혹은 BRCA 2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BRCA 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에 달하며, 발병시기가 빠르고 양쪽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난소암의 발병 확률도 20-30% 높아진다. 이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을 억제시키는 유전자이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기능을 상실하여 유방암 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위장관암 등을 일으키며 세대를 통해 유전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이란?
아직 유전성 유방암의 주된 원인이 되는 BRCA변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자의 진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BRCA1, BRCA2 유전자 검사는 그 검사비용이 높은 편 (각 유전자당 약 50-110만원선)이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약 2달정도가 걸리고, 유전자 검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 쉽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거나 시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국 유방암 학회 주관으로 시행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연구(KOHBRA; 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결과를 근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4월 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아래와 같은 범위 내에서 보험인정 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기준을 고 위험군으로 부른다.

1)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 및 친척에서 1명 이상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2) 환자 본인에게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3)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4) 양측성 유방암
5) 유방암을 포함한 다장기암
6) 남성 유방암
7) 상피성 난소암

위의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 검사 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보험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알고 싶은 환자는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으면 된다.

   안졸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 후 복원했다는 발표는 이른바 '안졸리나 효과'를 가져오면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 내가 만일 BRCA 돌연변이가 있다면?
안젤리나 졸리처럼 BRCA1, BRCA2 돌연변이가 있지만 아직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유방암의 발생을 막거나 줄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BRCA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일반 여성의 검진 스케줄에 비해, 더 많은 검사를, 더 젊은 연령에서, 더 자주 하는 것이다. 유방암 발생 감시를 위해서 18세부터 유방 자가검진을 하고, 25세부터 6개월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검진을 하고, 25세부터 매년 1회 유방촬영 및 MRI 검사를 권하고 있다. 또한 난소암 발생 감시를 위해 35세부터 암표지자 검사(CA 125)와 질 초음파검사를 6개월 간격으로 시행 받을 것을 권한다.

둘째는 타목시펜이라는 항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방법이다. 타목시펜은 유방암의 고위험군에서 유방암의 위험을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BRCA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된 유방암 환자의 반대편 유방암의 위험도 50%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직 타목시펜의 BRCA1과 관련된 유방암 예방효과에 대해선 확실히 결론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경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세번째 방법이 바로 졸리가 선택한 예방적 유방절제술이다. 예방적 수술은 되돌릴 수 없는 시술이기는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예방법으로 유방암과 난소암의 예방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상유방을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것으로 유방암을 90%예방하며, 난소절제술과 병행할 경우 95%이상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난소절제술만 시행하는 경우에도 유방암을 약 50%, 난소암을 95%정도 예방 할 수 있어 유방절제술 대신 난소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적 수술은 미래의 질병 예방을 위한 수술이므로 수술 전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술의 득과 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유전성 질환은 본인의 잘못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긴 하지만,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으로 암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졸리는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겪는 고통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으며, 많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적극적으로 본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젤리나 졸리의 결정이 정답일 수는 없으나, 안젤리나 졸리의 결정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과 능동적 대처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 준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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