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친환경종합타운, 의회가 나서라
세종 친환경종합타운, 의회가 나서라
  • 김선미
  • 승인 2021.07.31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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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성장 뒷면의 세종시 그늘, 누군가 치워야 하는 쓰레기더미
집 앞에 더러운 빨랫거리 두고 싶지 않은 주민과 행정기관의 갈등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입지 첫 단추 어그러지며 갈등 더 심화, 소극적이고 경직된 행정 유감

살고 있는 동네가 단독주택에서 원룸 지역으로 바뀌면서 동네 풍경도 따라 바뀌었다. 그중 하나가 주변을 압도할 정도로 쏟아지는 쓰레기다.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작은 물건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마르고 닳도록 쓰며 살아오신 부모님들은 쓰레기더미를 볼 때마다 혀를 차신다.

새것 같은 가구들, 일회용 그릇에 담긴 반도 못 비운 음식물들,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론자가 아니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머니는 음식 쓰레기에 특히 예민하시다. 아마 당신이 평생 해오신 하루 세끼 식사 준비가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알기에 더욱 그렇지 싶다. “언젠가는 저 쓰레기에 전부 묻혀 죽을 거다” 어머니의 근거 있는 우려다.

“언젠가는 저 쓰레기에 전부 묻혀 죽을 거다” 무지막지한 쓰레기

소비가 미덕인 시대, 쓰레기는 지구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빨랫거리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나부터 그렇다.

전국 최고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부동산 투기로 전국을 달구던 세종시가 최근 폐기물 처리시설인 ‘친환경종합타운’ 조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집 앞에 더러운 빨랫거리를 두고 싶지 않은 주민들과 어떻게든 쌓이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행정기관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세종시는 성장도 빠르다. 올 1월 기준 세종시 인구는 36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출범 당시 11만여 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당연히 쓰레기 배출량도 늘 수밖에 없다. 세종시 생활폐기물 1일 발생량을 보면 2016년 87톤에서 150톤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첫 단추 끼우기 실패는 패착, 폭탄 돌리기 된 폐기물처리장

현재 세종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전동면 폐기물종합처리시설과 가람동 폐기물연료화시설에서 처리하고 일부 외부로 반출해 위탁처리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처리 비용만 해도 연간 90억원에 달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결국 내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내가 치워야 하는 것이다.

방폐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처리장 등 필수 시설임에도 혐오시설로 낙인찍히고 있는 시설들 입지 선정은 첫 단추 끼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반대로 다른 동네에서 무산된 시설을 우리 동네에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첫 번째 입지 후보지의 무산은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전동면 심중리가 무산된 후 전동면 송성리가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나 녹록치 않음은 물론이다.

필수불가결한 세종시 현안 폐기물처리장, 매끄럽지 못한 과정은 유감

이 역시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가 입지선정위원회마저 흔들리고 있다. 찬반 갈등이 격화되며 15명의 입지선정위원 중 3분의 1에 달하는 5명이 중도에서 사퇴한 것이다.

새로 위촉된 주민대표 위원 5명은 본인들이 원치 않아 최소한의 인적사항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밀엄수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찬반 논란이 얼마나 첨예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공개는 ‘밀실 행정’이라는 후폭풍을 맞을 소지 또한 다분하다.

폐기물처리장 조성은 세종시의 필수불가결한 현안이다. 그렇다면 세종시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세종시는 당위성과 타당성을 내세우며 정작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종시 친환경 종합타운 북부권 조성계획에 항의 시위를 하는 주민들

주민 설득하는 과정 미흡, 후폭풍은 시장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몫

폭발력을 가진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춘희 세종시장과 입지 후보지로 거론되는 전동면 주민들과 직접 대면한 게 지난 7월19일이 처음이라고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는 전동면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입지선정위 의결에 따를 것”이라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말은 맞는 말이지만 이 같은 소극적 대처와 경직된 행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세종시가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앞세워 밀어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이춘희 시장과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몫이다.

지역구 아니라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민들이 표를 준 이유

세종시 역할과 함께 민주당은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내 지역구 일 아니라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의원들은 주민의 대변자라며 선거 때 표를 얻었으면 지역갈등에도 개인적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지역을 위해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민들을 쓰레기 더미에 묻혀 지내도록 방치하겠다면 모를까 마주 보고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격화되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의회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이런 일 하라고 시민들이 뽑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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