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세종의사당은 '계륵'인가... 반대없는데 통과는 안돼
국회세종의사당은 '계륵'인가... 반대없는데 통과는 안돼
  • 김선미
  • 승인 2021.07.02 2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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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 국회가 연출한 희망고문 사기극(?)
표 계산에 개정안에 미온적인 여야 정치권, ‘표’로 심판해야, 서로 네 탓 공방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국회 세종의사당은 ‘계륵’인가?

불길한 예감은 틀릴 때가 없다더니 ‘설마’가 현실이 됐다. 결국 세종의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종의사당 설치가 수년째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되다 보니 이제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계륵’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지경이다.

닭의 갈비, 계륵(鷄肋). 국어사전에는 ‘큰 쓰임이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도 불발된 세종의사당, 개정안 상임위 상정도 안 돼

공식적으로는 여당도 야당도 세종의사당 설립에 반대를 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각 당이 정략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패를 끝까지 손에 쥔 채 서로 네 탓을 하며 뭉그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덥석 먹기는 싫고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뱉어내기에는 ‘표’가 걸려있는지라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희망고문도 이런 희망고문이 없다. 이쯤 되면 국회가 직무유기를 넘어 사기극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4월 국회 운영위가 열릴 때만 해도 설마 이번에는 되겠지 싶었다. 147억 원의 설계비 예산까지 확보됐고, 그동안 사실상 반대를 해왔던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감도 잠시, 세종의사당 설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길은 역시나 멀고도 험했다.

덥석 먹기는 싫고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뱉어내기에는 눈치 보여 머뭇

“(개정안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법률 검토와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국민의 힘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첫 관문인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서부터 불발됐다.

그러면서 6월 임시국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치 6월 국회에서는 약속을 지킬 것처럼 말이다. 어금니 꽉 물고 2개월을 또 기다렸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는 더 허무하게 끝났다. 아예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더 후퇴한 것이다.

이번에는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법사위원장 자리가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서로 가져가겠다고 대치하면서 애꿎은 세종의사당이 볼모로 잡힌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 문제로 여야 대치, 세종의사당 볼모로 잡히며 무산

이춘희 세종시장까지 나서서 여의도 비 오는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지역의 거센 반발과 압박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앞으로 7.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가 이어진다 해도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여야 모두 달콤한 언사와는 달리 정작 실질적으로는 세종의사당 문제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8개월여 남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각 당의 정치적 셈법이 불확실성을 더 부추기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까지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미적거리고 있어 세종의사당 설치가 자칫 대선 이후 차기 정부로 미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해 남겨 놓은 유보지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해 남겨 놓은 유보지

여야 대선 앞두고 미온적 대처,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

물론 정권을 재창출하거나 탈환하기 위해서는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고도의 전략을 펴야 하겠지만 꼼수가 통할 것이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표 계산에만 몰두하다가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 뒤에 숨어 더 이상의 핑계를 대지 말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재난지원금 건으로 다음 달, 추경 심의를 위해 예임시국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약속대로 조속히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해 세종의사당 설계비 147억 원을 불용예산으로 날리지 말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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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xt 2021-07-03 08:27:50
둘다 반대가 없다고 하셨는데, 국회 운영위 속기록 보셨으면 합니다.
이전 운영위원이었던 곽 모 의원은 아예 원천 반대했습니다. 나머지 야당의원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계속 반복했고요. 결국 야당은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정리가 안되었고, 그럴 의지도 없어보입니다.
여당의원들은 굉장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일관적으로요. 다만, 야당과의 합의 없이 통과시킬 순 없었습니다. 다른 법안과 달리 국회 이전은 입법부 스스로를 규율하는 사안이기에 가능한 모든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니까요. 또 본인들이 세종시 집값 상승을 초래해놓고, 국회 이전 법안까지 혼자 통과시키는 정무적 부담을 오롯이 떠안기 싫었을 겁니다.
기계적 중립보다는 속기록에 있는 맥락을 살펴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