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신대리 이장 15년, 마을과 선산 지킨다”
홍성욱, “신대리 이장 15년, 마을과 선산 지킨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1.06.13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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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평생 민주당원… 시류따라 당적 바꾸는 철새 정치인과 다른 행보
장애 극복한 사회활동… “못난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 고향 떠난 적 없어
평생을 세종시 연서면 신대리를 지키고 살아온 홍성욱 민주당 실버위원장은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인물이다.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합니다. 고려조 공민왕의 인척인 남양홍씨 후손으로 고향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연기홍씨로 통하지요.”

옛 충남 연기군 연서면 신대리에서 대대로 살아온 홍성욱(74)씨는 인근에서 강직한 성격과 마을을 지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평생동안 민주당(더불어민주당)적을 유지하면서 시류에 따라 철새가 되는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출마자로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 없는 사람이고, 몸에 장애까지 가진 분이 어떻게 민주당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다소 의아한 물음을 가지고 인터뷰를 청했다.

6월 초순 세종시 연서면 신대리 그의 집은 녹음방초가 무르익어 코로나19 세상의 혼란, 번잡한 홍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실에는 ‘지혜로운 선택 최선의 노력’이라는 가훈이 자리 잡아 여느 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랜 세월 민주당 고문을 지냈고 지금은 민주당 실버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래전부터 홍성욱 고문과 알고 지내온 터라 인터뷰 시작부터 연기군에서 민주당 당원으로 겪어온 경험과 세간의 평판에 대해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고문으로 구성된 민주당실버위원회가 2019년 봄, 이춘희 세종시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빨갱이 오명 쓰고, 15년간 신대리 마을 이장으로 봉사…

“글쎄요. 유권자가 되기 전부터 민주당을 했고, 박정희 쿠테타를 인정하지 못했어요. 젊어서 빨갱이라는 오명도 썼는데, 아마도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닌 영향이 컸다고 생각돼요. 그래도 마을에서는 인정을 받아 이장으로 추대를 받았어요. 그런데 야당 사람이라고 이장 임명이 거절당했어요.”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얘기였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그때는 시골마을 구석까지 일어났다. 벽정은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이장은 면장이 임명합니다. 이유 없이 신대리 이장 임명을 거절하니까 마을 사람들이 단합해서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면장도 어쩔 수 없이 임명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뒤로도 15년간 신대리 이장을 지냈고, 연서면 이장단 회장을 역임했다.

“이장이 행정에서 최하위 말직이긴 하지만 참 재미있는 일이 많아요. 이장이 누구냐에 따라 마을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거든…”

지역사회나 민주당에서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평판이 높은 이유가 조금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15년이나 마을 이장으로 동네 대소사를 주관하고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다 보니 친절과 겸손 그리고 절도의 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다.

정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야당, 여당 따지기 전에 합리적 진보, 합리적 보수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합리적 진보와 보수가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협력할 때 민주주의 정치는 꽃을 피운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고문으로 세종시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60년 뿌리당원' 금장포상을 수상했다(2016년 홍익대 국제연수원 사진=가운데 홍성욱 고문, 왼쪽 문제인 대통령, 이춘희 시장, 오른쪽 최교진 교육감)<br>​​​​​​​ 
민주당 고문으로 세종시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60년 뿌리당원' 금장 포장을 수상했다(사진은 한 가운데가 홍성욱 위원장)

지난 이야기이지만 그는 정치인도 아니면서 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연기 지역사회에서 많은 멸시와 탄압을 받았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우리나라 정치사의 많은 변화와 지역사회 민심을 꿰뚫고 있었다.

“처음부터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이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 영웅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야당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그런 가운데도 김대중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큰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 덕에 노무현 정부가 설 수 있었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가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어요. 우리나라 국운이 참 좋았다고 봅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참으로 식견이 뛰어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골에서 평생 논밭을 일구며 살아온 분이 어떻게 이런 높은 식견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당신의 표현대로 ‘절름발이 장애인’으로 겪어온 인생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장애인으로 민주당 금장 포상 받아…

“신언서(身言書)체라는 말이 있지요. 내 신체가 불구인 것에 대해 열등감도 많았지만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해 일부러 내색하거나 적대감을 갖지 않았어요. 그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처음에는 무시했던 사람들하고 나중에 더 친해지기도 했는데… 당에서도 인정해 주었어요.”

이해찬 민주당 세종시당 위원장 시절. 2018년 홍 위원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당으로부터 60년 뿌리당원 금장 포장을 수상했다.

인생체험에서 얻은 교훈을 학교 육성회장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들려줘 많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었다.

홍성욱씨는 젊은 시절 15년간 마을 이장을 보며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폈다
홍성욱 위원장은 젊은 시절 15년간 마을 이장을 보며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폈다

‘못난 소나무 선산을 지킨다’는 말은 홍성욱 위원장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오래전 ‘충남 도정모니터링단’에게 많은 감동을 준 이야기로, 공주대학교 모 교수가 홍 위원장의 얘기에 감동되어 자신의 에세이 책 제목으로 이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기일 때 다리에 손상을 입었는데, 병원은 멀고 돈이 없어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 됐다.

“그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한다”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속 심금이 울렸다. 그러나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어려운 시골 농부의 삶을 살며 2녀 1남의 자녀를 모두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다.

세종시는 민주당 전유물 아냐…

마지막으로 세종시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우리는 조선시대와 현대, 600년 세월을 모두 살아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겪으며 지금의 풍요로움을 만들어 냈지요.”

그의 말에서 지나간 회한의 70년 세월이 묻어났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종시를 민주당 전유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이전을 무리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여·야가 정치적 계산을 떠나 우리나라 앞날을 위해 추진할 때 대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를 마친 그의 어깨 너머로 푸른 산이 성큼 다가왔다. 녹음방초는 더욱 푸르러지고 멀리서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그는 마치 산과 어울려 멋들어지게 휘어진 '조선소나무'처럼 보였다. 자연과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오래도록 건강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감동이 물결치기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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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인 2021-06-14 10:41:22
정말 훌륭하신 분입니다. 초지일관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이런 분이 사회의 중심을 잡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