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그리고 집공부... "공부가 무엇일까요"
코로나19, 그리고 집공부... "공부가 무엇일까요"
  • 배윤정
  • 승인 2021.06.14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윤정 칼럼]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성취감 느끼는 게 '공부'
온라인 입학에다 집공부로 한글 깨우친 둘째, "저도 많이 배워요"

2020년 1월 우리나라에서 COVID-19 첫 환자가 나온 후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에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놀며 배우던 평범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변화되었지요. 작년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 엄마 선생님이 되어 아이를 가르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집 둘째는 2020년에 8살이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4월에 온라인 입학을 하였습니다.

1학년은 한글학습이 가장 중요한 학습 목표이지요. 둘째 아이는 입학 전에 미리 한글을 배우기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고, 저는 학교에서 보내준 한글 학습 영상을 보며 아이의 한글 수업을 도와주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한글 공부는 저에게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작년에 했던 온라인 수업은 대부분 선생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고 스스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자기 주도 학습이라니’ 황당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학교에서 보내준 한글 공부 영상은 세종 대왕님이 하늘, 땅, 사람을 본 따 모음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알려주더군요.

어떻게 한글이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기본 글자를 응용하여 다른 글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을 뜻하는 기본 모음자 ‘이’를 만들고 여기서 ‘아’,‘야’와 같이 확장되는 형식이지요.

매일 한글 수업의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이러한 원리를 알려주고 글자를 가르쳐 줍니다. 이런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한글에 익숙해지고 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처음에는 읽는 것이 서툴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책을 잘 읽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즐거워하였습니다.

저는 쉽고 재미있는 한글학습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쯤 장난으로 두 살 아래인 유치원 다니는 동생에게 같은 방법으로 한글을 가르쳐 보았습니다. 아직 어린 동생은 한글을 배우는데 시간은 약간 더 걸렸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글자에 익숙해져서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신기하더군요.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제가 이해한 한글학습은 단순히 가나다라를 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자를 외우기에 앞서, 왜 이런 글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알고, 기본에서 시작하여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과정이었지요.

공부의 본질이란 ‘아이의 학습 속도에 맞추어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더군요.

이러한 공부의 본질은 비단 한글학습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수학 시간에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계산만 한다면 진짜로 연산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내용을 줄줄 외운다고 해서, 정말 내가 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교육학을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보신다면 저의 이런 생각은 너무 당연하거나 사소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부의 본질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대면 수업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매일 등교를 하면서 지난해 엄마 선생님 경험은 이제 지나간 기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나긴 COVID-19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오늘, 끝이 없이 아득해 보이지만, ‘세상의 중심은 가정’이라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