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순, "캘리그래피는 제 인생의 생명수입니다"
권덕순, "캘리그래피는 제 인생의 생명수입니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1.05.31 08:3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인] 권덕순 캘리-공연 예술가... 암 극복 위해 캘리그래프에 몰두
"인생의 절벽 넘고 전문 캘리그래퍼 공연예술가로 변신해 보람 느껴"
권덕순 캘리그래퍼가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며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글귀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세종시 금남면 성덕리 언덕 위에 몽골 텐트 하얀 집이 하나 있다.

저곳은 뭐하는 곳일까 많은 의문이 들던 차에 그곳이 권덕순(47) 캘리그래퍼(Calligrapher)의 카페 겸 마을기업 <피움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종시 여러 공연장에서 인상적인 공연을 많이 보아온 터라, 지난 5월 따스한 봄날 언덕 위에 하얀 집을 방문해 인터뷰를 가졌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몰입한 것이 바로 캘리그래프입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것이 제 인생의 구원이 되었어요. 2010년 십이지장 암 수술을 받으면서 무엇인가 인생의 남은 끈을 붙잡기 위해 집중하고 몰두했어요.”

항암치료 과정에서 인생의 등불이 된 캘리그래프...

‘인생의 낭떠러지 절벽에 서 본 사람만이 인생의 참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했던가, 권씨는 재차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가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캘리그래피에 몰두하면서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 죽은 사람이라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30대의 젊은 나이로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스스로 위안을 찾고 치유를 위해 시도한 것이 바로 캘리그래프였고, 그것은 인생의 등불을 밝히는 희망의 등대가 됐다.

캘리그래프는 손으로 그린 개성 있는 그림문자나 문구인데 ,독자적인 예술의 한 영역이다. 일반적으로는 붓으로 자유롭게 쓰는 글씨이며 일정한 형식이 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씨 예술의 한 장르이다.

지난 4월 16일 세종호수공원에서 있은 '기억문화제'에서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해서 '꽃으로 꽃으로 피어라'라는 글을 썼다. 

그는 세종시에서는 많이 알려진 공연예술가이며 현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세종시지회 부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을 이미 많이 보아온 터라 구체적인 활동보다 어떤 동기로, 왜 캘리그래퍼가 되었는지 사연이 궁금했다.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 태생이니 옛 연기군 시절부터 세종시의 탄생 과정을 지켜본 원주민이다. 부용리는 강촌마을로, ‘연꽃이 떠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집은 금강변 강촌 시골 마을이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전문적 미술수업은 받지 못하고 대학을 상업응용미술인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했어요. 고향에서 그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캘리그래프로 단절된 마음의 벽을 넘어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어...

‘사람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진실한 인생길을 알게 되고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된다’는 금언은 권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전문 캘리그래프 강사로 활동하지만 자신을 찾기 위한 필사의 노력에서 캘리그래퍼로 변신, 새로운 인생길을 개척하게 됐다.

캘리그라프 강사 겸 공연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시낭송과 함께한 컬래버 공연인데, 지난해 4월 충남 계룡시에서 6.25 참전용사 제막식 공연이 있었어요. 그때 쓴 글귀는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였는데, 한 참전용사께서 다가와 ‘이제 잊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그 글은 보훈청 현관에 전시되고 있어요.”

2020년 충남 계룡시 6.25 참전용사 제막식에서 권덕순씨가 컬래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또 다른 공연은 2017년 인천 가족공원에서 한 공연으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그동안 단원고 학생들 추모식은 많았지만 일반인 희생자들과 가족들도 그 뒤에서 울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그때 쓴 글은 ‘영원히 기억될 그날의 봄’이라고 새겼어요. 마음이 너무 울적하고 아주 슬펐어요.”

공연 중에 세종호수공원에서 한 세월호 7주기 ‘기억 문화제’도 인상 깊었다. 가명현 시인과 함께한 컬래버 공연이었는데 그날 권씨는 ‘꽃으로 꽃으로 피어라’라는 글귀를 써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현재하고 있는 마을기업 <피움 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피움 협동조합은 9명의 회원이 카페를 운영하며 체험활동, 소공연, 인문학 콘서트를 하고, 카페를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었요. 카페를 운영해서 수입도 올리고 문화콘서트도 하니까 일석이조이지요. "

또한 ‘피움’은 월말마다 회원들이 모여 재능을 발휘하는 미니콘서트도 계획하고 있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피움 협동조합 회원들은 즐기며 실천하고 있었다.

다시 권씨에게 캘리그래퍼로서의 주요 활동에 대해 물었다.

“2012년 처음으로 캘리그래프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림을 마시다’였고, 2017년 두 번째 개인전은 ‘갈등’이었어요. 갈등’의 의미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갈등과 상처를 받지만 결국 사람 안에서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내용이었어요.”

피움협동조합 회원들과 지인들이 지난 5월 29일 미니콘서트를 개최한 가운데 홍성국 국회의원이 참석해 함께 즐겨운 시간을 보냈다
피움협동조합 회원들과 지인들이 지난 5월 29일 미니콘서트를 개최한 가운데 홍성국 국회의원이 참석해 함께 즐겨운 시간을 보냈다

권씨는 올해 세종호수공원 송담만리 전시관에서 ‘여백’을 주제로 네 번째 전시회를 가졌다.

“여백은 코로나를 생각한 주제로 빈 공간, 거리두기, 위로인데 작품을 보고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며 여운을 남겼다.

많은 질문과 대화 끝에 공연예술 캐리그래퍼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세종시에서 어떤 일을 남기고 싶은지 물었다.

그의 말은 “개인의 생각을 캘리그래프로 기록하고 싶다”는, 약간 이해되지 않는 대답이었다.

더 많은 대화 끝에 그 개인의 대상은 부모님이고, 마을공동체, 세종시에서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뜻으로 새겨졌다.

“예, 맞아요. 부모님이 평시 생활에서 느끼는 마음을 캘리그래프로 써서 부모님만을 위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캘리그라프는 자신의 마음을 자유로운 글씨로 표현하는 예술인데, 그 목적은 ‘서로 간의 공통된 마음의 소통, 단절된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앞으로 더 많은 세종시민들이 캘리글씨를 익혀서 현대인들의 단절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세종시 문화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6.25전쟁 70주년을 기념 '대한민국은 기억합니다' 권덕순 캘리그래퍼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은 기억합니다'를 캘리그래피로 표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행복바이러스 2021-06-02 18:33:24
힘든시간 켈리그라피를 통하여 이겨내고, 멋진삶을 살아가는 작가님의 대단한 용기를 응원합니다.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은, 밝음과 행복의 날들이길.... 한걸음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꽃길이길 기원합니다 ^^

김은영 2021-06-02 14:12:03
평탄치 않은 삶에서 캘리를 만나 다시 멋진 인생을 사시는 작가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