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사회, 치유할 명약은 바로 덕있고 정도 걷는 인물
싱가포르는 아시아 자유경제의 허브로 불린다. 이는 초대 리콴유 총리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부패는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지론으로 성역 없는 법 집행을 했다.
1986년 개국 공신이자 최측근인 태 치앙완 국가개발 부장이 두 차례에 걸쳐 40만 싱가포르 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그는 망설임 없이 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태 장관은 감옥에서 자살했다. 아울러 본인에게는 더욱 엄격했다. 1995년 부동산 급등으로 자신의 일가에 대한 투기 의혹이 일자 조사를 자청했고, 무혐의가 난 후에는 차익을 모두 기부했다.
중국 본토에서 중공군에 패하고 대만으로 건너온 장개석 총통은 모택동군에게 총기를 파는 등 국부군(國府軍)의 부정부패(不正腐敗)가 가장 큰 원인이라 분석하고 정치쇄신(政治刷新)을 다짐했다.
새로운 각오로 정책을 펴는 도중에 장 총통의 누이동생이 거액의 밀수 부정 사건과 관련되자 장 총통은 그의 누이에게 독약을 마시던지, 자살하던지 양자택일을 권했다. 누이는 마지못해 자살을 택했다. 이러한 일벌백계(一罰百戒)는 향후 대만을 부국(富國)으로 성장케 한다.
공자님은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하여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공자와 황택의 이야기 속에 잘 담겨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있었다. 수레가 가까이 가도 아이는 수레를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야,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겠느냐?” 그런데도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서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
아이의 말에 공자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수레를 돌려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니 이름은 황택, 나이는 8세였다.
이에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보아도 되겠느냐며 바둑을 좋아하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황택은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 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게 되지 않거늘 어찌 바둑을 좋아하겠습니까?” 아이의 대답에 놀란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느냐고 하고는 “자식을 못 낳는 아비는 누구냐?”라고 물으니 아이는 “허수아비”라고 대답하자 그러면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은 무엇이냐?” “반딧불입니다.” 그러면 고기가 없는 물은 무엇이냐? “눈물입니다.” 아이의 거침 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가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
공자가 그렇게 하라고 이르자 아이는 이렇게 물었다. “ 몹시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을 하자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속이 텅 빈 대나무는 어째서 겨울에도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보라고” 하자 “하늘에 별이 몇 개입니까?‘ ”그건 너무 크구나“ ”그럼 땅 위에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그것도 너무 크구나.“ ”그럼 눈 위의 눈썹은 모두 몇 개입니까? “아이의 질문에 공자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이를 가르쳐 제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공자는 아이가 머리는 좋으나 덕(德)이 부족해서 궁극(窮極)에 이르지는 못할 것을 내다봤다. 그리하여 다시 수레에 올라,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실제로 황택의 이름은 이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인사청문회의 무용론이 무성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30명이 넘는 후보자가 청문회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었다. 쟁점은 대체로 도덕성이 문제였다. 급기야 대통령께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서는 도덕성 부문은 비공개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쩌면 정직하게, 바르게 사는 사람이 없거나 이들의 강직함이 오히려 장애가 되어 출세가 어렵다는 말이다.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을 시험으로 뽑는다면 내가 벌써 되었을 거라는 푸념은 무엇을 의미할까? 성역 없이 철저한 원칙을 고수하고 실천한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와 일벌백계의 장개석 총통의 리더십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영화 ’부러진 화살‘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능력보다 도덕이 더 중요함을 말한 공자님의 말씀 ’천재불용(天才不用)‘이 뻔뻔함과 강짜 그리고 내로남불로 혼탁한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명약인지 모른다.
조병무,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한남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혁신창업개발원장, 전국소상공인협업화 컨설팅지원단장,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전문위원, 대전 충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회장 <저서> 허리를 굽혀야 돈을 번다, 돈버는 길목은 따로 있다. e-mail : dr113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