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이 함께 잘 살면 좋겠어요”
“차별 없이 함께 잘 살면 좋겠어요”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03.06 17:52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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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여성 세 직원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 명. 국내 인구의 2%가 넘는다는 요즘, 연기군 조치원읍사무소 뒤편 여성회관에 위치한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그중에는 인근 대학의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찾아온다. 하지만 가장 절실하게 찾아오는 이들은 이역만리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이다.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세 미녀 이주여성 직원. 좌로부터 마리빌, 원영자, 시가코씨.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하미용)에서는 낯 설은 이국땅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주여성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그들의 남편과 시부모, 그리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주며 다각도로 지원시업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언어가 소통이 안 되어 겪는 설움을 절감하여 출신 나라별로 직원을 채용하여 이주여성들을 도와주고 있다.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도 중국 출신 원영자(27)․ 필리핀 출신 마리빌(34)․ 일본 출신 이즈미야마 시가코(46)씨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통번역팀에서 일하고 있는 원영자씨가 중국어로 상담자와 업무를 보고 있다.
중국 내몽고 출신인 원영자(元瑛子․ 27)씨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6년째이다. 회사원인 남편 곽찬영씨와 단예(6) 민서(4) 두 딸을 두고 연기군 서면 봉암리에서 살고 있다. 조선족인 그녀는 내몽고에 있을 때만 해도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 했다가 시집오면서 본격적으로 배워 이제는 외국어대학교 통번역능력 검정시험을 거쳐 통번역요원으로 바쁘게 뛰고 있다.

2010년 9월부터 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원영자씨는 처음 일하면서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중국으로 유학 간 한국인 남학생이 중국인 여학생과 연애를 했고 이들 사이에서 아이가 임신되는 바람에 학업을 마치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된 것. 게다가 중국인 신부는 한국어를 거의 못해 한국생활은 너무 고통이었다. 신부는 울면서 “헤어지겠다”고 하소연해왔다.

원씨는 이 때 순발력을 발휘하여 한국 풍속을 신부에게 가르쳐주면서 가족들에게도 중국의 문화를 설명해주어 이혼하지 않도록 달래주었다. 이후 예쁜 딸아이가 태어났고 시어머니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면서 둘 사이가 좋아졌다. 지금은 부부가 회사에 다니면서 아기는 잠시 중국 친정에 보냈다.

  필리핀의 원주민 언어인 타갈로어와 영어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마리빌씨. 
필리핀에서 시집온 지 8년차인 마리빌씨는 남편 김동윤(회사원)씨와의 사이에 혜정(8) 규연(7) 남매를 두고 조치원 교리 현대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필리핀 원주민언어인 타갈로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마리빌씨는 외국어대학 통번역사 과정을 거쳐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기자가 타갈로어로 인사말을 묻자 “마간당 아라우뻐(좋은 날 되세요)”라고 가르쳐준 마리빌씨는 센터에서는 작년 7월부터 일하고 있다.

마리빌씨는 올해 초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지 3년 된 여동생처럼 여기던 친구가 올해 구정 전날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긴급 후송된 것. 그 신부는 한국어가 서툴러 시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자 “언니, 나 좀 도와줘”라고 구호를 청했고, 마리빌씨가 사이에 나서 대화를 이어갔다.

뇌사상태의 남편이 1주일 간 병원에 누워있자, 의사는 포기를 권유했고, 그 신부는 소생 희망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마리빌씨는 양쪽의 설명을 전달하여 원만한 결말을 이끌어냈다. 남편은 결국 숨졌고, 한국에서의 일상사를 남편이 처리해주던 상황에서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이에 건강하지 못했던 시어머니는 신부와 두 살 난 아이를 필리핀으로 보낼 것을 허락했다. 그 때 마리빌씨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한국에 온지 16년차인 이즈미야마 시가코씨는 한일간의 역사문제가 가장 어렵다. 
일본 아오모리현 출신인 이즈미야마 시가코(泉山 志賀子․ 46)씨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어언 16년이나 됐다. 회사원인 남편 홍재웅씨와의 사이에 원주(14), 주완(10) 남매를 두었다.

그동안 다문화강사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어린이집,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며 4년간 강의를 하다가 3월부터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이즈미야마씨는 특히 강의 도중에 “선생님, 왜 일본이 한국에 쳐들어왔어요?”라고 질문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며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대답했다며 “앞으로 미래에는 모두가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일전 축구를 볼 때 “어느 나라를 응원하느냐”는 놀림을 당할 때가 괴로웠다고 밝혔다.

그녀들은 특히 올해 세종특별자치시가 탄생하는 것에 대하여 기대가 컸다.

   하미용 센터장(사진 중앙) 김태경 총괄팀장(사진 왼쪽)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원영자씨는 “더 많은 친구들과 연락하여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전국에 있는 다문화이주여성들에게 세종시와 한국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l

마리빌씨는 “세종시가 되면 센터의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한국어를 잘 배우고 각종 자격증을 따서 좋은 기회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즈미야마씨는 “다문화강사로서 아이들에게 일본의 좋은 면도 소개해주어 역사적인 문제를 풀고싶다”며 “세종시민들에게 일본어로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하미용 연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오늘 세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더욱 사명감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다”며 “결혼 이주자들은 유능한 분이 많고 성품도 좋으며 정착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특히  “다문화이주여성 선생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무엇보다 이주 여성들을 배타적으로 보지말고 가족처럼 이해의 폭을 넓혀 따뜻하게 대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연기군 관내 이주여성은 작년 1월 현재 402명으로 중국인 153명, 베트남 134명, 필리핀 46명, 일본 17명, 캄보디아 12명 태국 8명, 몽골 5명 우즈베키스탄 5명 러시아 등 기타 19명이 거주하고 있다.

21세기는 글로벌시대이다. 다문화이주여성이 세종특별자치시민으로 긍지를 갖고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주자.

   한국어 교육 등으로 스케줄이 꽉 잡힌 3월 행사표가 바쁜 나날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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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정 2012-03-23 12:40:34
선생님 그동안 수고많았습니다. 얼굴 도예쁘고 마음도 착한 언니 동생, 앞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세요.화이팅!

완전좋아 2012-03-13 22:33:07
어~, 예쁜 분이 뽑았어요? 다문화센터에 가봐야되겠어요^^

장봉희 2012-03-08 11:59:52
다문화센터 미녀3총사 선생님들 기사를 통해서 뵈니 더 멋지시네요^^
팀자님과 센터장님 항상 바쁘신 가운데에도 환한 미소로 함께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고 응원합니다. 화이팅!

바람길 2012-03-08 11:14:02
차별 없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응원합니다. 홧팅여. ^^

함께일해본사람^^ 2012-03-08 09:49:25
ㅋㅋ 정말 최고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부지런하고 멋진모습을 봅니다.
때론 그 열심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하기 마련이죠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