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힘들 때 찾아오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학생이 힘들 때 찾아오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5.13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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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권위의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수상한 박영주 음악교사
세종예고 개교 멤버, 예다움 학교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예술부장 ‘열정’
지난해 학생들과 ‘세종예고 2학년 음악과 학생들에게 음악을 묻다’ 책 출판
2021년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수상한 세종예술고등학교 박영주 선생님

TV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나오는 청아예술고등학교에 천서진 이사장이 있다면 세종예술고등학교엔 박영주 이사장이 있다. 천서진이 경쟁과 갈등, 비리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박영주 예술부장 선생님은 협업과 봉사, 함께하는 공동체의 삶을 가르친다.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14일 수상하는 선생님이 세종시 선생님이라는 소식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세종시 교육이 전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에 개교한 지 4년밖에 안 된 세종예술고 음악선생님이 어떤 사람이기에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았나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주인공인 세종예술고 박영주 선생님을 만나러 한달음에 학교를 찾았다.

“30년 동안 남들 보다 1.5배 바쁘게 뛰어다니며 열정으로 교직생활을 한 삶에 대한 보상 같아요. 하지만 이제부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네요”라며 “대학 선배이면서 30년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늘 든든한 후원자였던 임진환 세종예고 교장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네요.”

작은 체구에 활짝 웃는 보조개를 가진 박영주 선생님은 진솔하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었기에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일 수 있었다는 박영주 선생님은 충남 공주여고에 재직할 땐 장애를 가진 민요요정 이지원을 키워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를 설득해 장애판정을 받게 하고, 학생을 지도해 장애청소년예술제에서 대상을 받게 해 주었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도 참석하고 동생인 이송연과 함께 ‘민요자매’로 국내외에 명성을 날릴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지난해 12월엔 ‘세종예술고 2학년 음악과 학생들에게 음악을 묻다’라는 책을 학생들과 함께 엮어내 화제가 됐었다.

학생들이 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코로나19로 공연산업이 위축되는 현실에서 ‘예술대학 나와 뭐 먹고 살지’라는 주제로 1년간 학생들과 진로설계 프로젝트를 운영해 나온 결과였다.

학교사회적협동조합 ‘예다음’을 만들어 학생들의 예술공연과 아이디어를 사업아이템으로 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선사한다. 공립학교에서 ‘이사장’ 직함을 가지게 된 이유다.

5월엔 국립세종수목원과 MOU를 체결하고 세종예술고 학생과 졸업한 제자들로 풍성한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에 출연하는 학생은 물론 무대장치 등 스태프에게도 보수를 지불하고 전문 음향팀을 부르느라 적자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제자들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에게 선사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18년 개교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학교인 세종예술고등학교에서 박영주 선생님의 역할은 컸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비대면 예술교육 활성화,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베란다콘서트에 참여해 2020학년도 ‘학교예술교육 공모전’에서 교육과정 분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줘야 하는 상이 제게 왔네요. 제가 별다르게 한 것은 없어요. 그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와 준 덕분이지요 예술적 재능도 뛰어나지만 재능을 나누고 봉사하는 마음이 더 예뻐요”라며 모든 공을 학생들에게 돌린다.

30년간 음악교사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에게 예술가로 살아가야 할 길을 지도하는 박영주 선생님은 “예술은 삶 자체이며 제자들이 10년 후, 20년 후에 자기 삶을 행복하게 잘 꾸려나가는 것을 바랄 뿐”이라며 “수많은 돈을 들여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삶을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직업을 탐구하며 자신에게 맞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박영주 선생님은 학교 선배면서 교사생활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주는 임진환 세종예고 교장선생님 덕분에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박영주 선생님은 학교 선배면서 교사생활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주는 임진환 세종예고 교장선생님 덕분에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믿음직한 맏언니 같은 박영주 선생님은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혼 위기에 처한 동료교사의 남편을 만나 직장을 구해주며 잘 살아가도록 다독이기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동료 교사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 방역으로 못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도 아침에 밥을 못먹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모닝빵에 직접 만든 잼을 비치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모닝브레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잘 먹여서 상을 타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박영주 선생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정말 상을 탈 만한 사람이 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후 10개월 때 장애판정을 받은 큰아들과 용인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수재이면서 학교를 자퇴했던 둘째 아들을 키웠던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대상 상금은 어디에 쓰겠느냐는 세속적 질문에 “장애인 보호기관인 ‘소망공동체’에 반을 기부하고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넣고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박영주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남고 싶을까.

“30년동안 음악교사로 재직하며 키워낸 훌륭한 제자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전 아이들이 정말 힘들 때 찾아올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선생님을 보며, 학창시절 그런 선생님이 한 분 계시면 정말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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