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만 가면 증발되는 ‘세종의사당’
국회 앞에만 가면 증발되는 ‘세종의사당’
  • 김선미
  • 승인 2021.04.28 15: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칼럼] 국민의힘 이상한 주장, “반대하지는 않지만 ‘반대’한다”
세종의사당 개정안 첫 관문, 국회 여야 문턱에 걸려 맥없이 무산되다

이유 불문하고 정치권은 소모적인 줄다리기 끝내야...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 드는데”

147억 원의 설계비 예산까지 확보됐으나, 입법 절차가 지연돼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국회세종의사당.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중가요의 가사를 절로 떠오르게 한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의 근거가 되는 국회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쯤 되면 ‘징글징글 맞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지 싶다.

수년째 질질 끌어오던 세종의사당 국회법 개정안 통과는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기대감도 컸다.

수년째 질질 끌어오던 세종의사당 국회법 개정안 이번에도 불발

그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의 첫 입법 추진 사례다.

지난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짙은 안개와 미세먼지에 갇힌 세종의사당 설립에 청신호를 쏘아 올렸다. 정 의원은 잘 알다시피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내 최다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개정안 제출과 관련 “단독 결정이 아니라 당(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친 개정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 첫 관문인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서부터 불발됐다. 첫발을 떼지도 못하고 문턱에 걸린 것이다.

야당 의원의 첫 입법 추진 정진석 의원 대표 발의, 기대감 높였으나

낙관적이던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여야의 지도부 교체 시기와 맞물린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가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정안은 하루아침에 급조된 것도 아니고 수년 동안 논의됐던 사안이다. 지도부 교체 때문에 무산됐다니, 상식선에서는 납득이 어렵다.

실제 무산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면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더 기가 막힌다.

“(개정안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시간이 필요하다”게 무산시킨 이유다. ‘법률 검토와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민의힘 전신부터 현 야당이 되풀이 해온 기존의 주장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법률 검토와 의견 수렴 위한 시간 더 필요하다는 국민의힘의 ‘몽니’

아니, 국민의힘은 이제까지 뭘 하고 있다가 공청회 절차를 거치고 예산 편성까지 한 사안에 대해 아직도 법률 검토와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 같은 억지는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이 싫은 국민의힘의 ‘몽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통과 의지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위헌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이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당 정책위와 논의까지 거쳐서 발의한 개정안마저 발목을 잡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여전히 세종시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핑계로 비춰질 뿐이다. 논의와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은 이미 너무 길었다.

행복도시 전월산 앞 쪽에 빈 공터는 유보지로 남겨져 있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예정지다.
행복도시 전월산 앞 쪽에 빈 공터는 유보지로 남겨져 있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예정지다.

국민의힘 보다 솔직해져야, 일부에서는 위헌 문제까지 거론하며 반대

반대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반대’를 하는 이상한 주장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라고 우기던 어느 지질한 연예인의 변명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의힘 모든 의원들이 세종의사당 건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내에는 성공적인 세종시 완성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간난신고를 넘어 장밋빛일 줄 알았던 세종의사당 건립이 여전히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다시 심사가 보류됐고, 언제 통과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가 상반기 중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기약할 수가 없다.

기약 없는 법안 심사, 미온적인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법안 통과 무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지만 여당인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야당의 반대에 기대 너무 느슨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세종의사당 건립과 관련 정치권은 더 이상의 소모적인 줄다리기를 당장 끝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원배 2021-04-29 16:43:41
민주당 180석을 갖고 부동산 입법을 꼴리는대로 통과하고 남탓하면 안되지. 국회의사당 법통과를 않하면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을 낙선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