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만 정확히 맞히면 될 텐데..."
"답만 정확히 맞히면 될 텐데..."
  • 강수인
  • 승인 2012.03.05 15:3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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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두 마리 토끼를 쫓는 공부 방법

답만 맞히면 되는 한국식 교육과는 달리 미국은 답에 이르는 길을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어 번 한국의 교육, 특히 수학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뉴스에서는 그 배경보다는 한국이 언급되었다는 자체에 상당히 열을 올리는 듯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것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공화당에서 내놓은 교육예산 삭감에 대한 반박으로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운 듯 얘기했고, 예산부족으로 수업일수가 짧은 것에 대해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육 평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방학이 좀 길다. 2주정도 되는 겨울 방학과 1주 정도의 봄 방학, 그리고 5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의 긴 여름 방학이 좀 지루하긴 했다. 그래도 여름 방학 후 보름 정도가 지나면 여름학교(Summer Adventure)가 개설되어 다행이었다. 프로그램도 컵 스택(cup stack), 미술, 컴퓨터, 음악, 레고, 마술 등 다양한 내용으로 운영되었고 중학교 학생들은 오전에 기초학력을 다지는 시간이 있었다.

여름학교는 의무적인 수업이 아니기에 아이들이 많이 빠졌고 그래서 몇개 학교가 합쳐서 수업을 같이 했다. 아이들의 많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책가방도 없고 개근하면 100달러 상품권까지 주었는데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왜 빠질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아이들은 여기서도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마 이런 면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빈부의 격차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을 얘기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그런 면에서 참 욕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리를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을 존중하면서도, 훌륭한 결과를 얻고 싶은, 그러기 위해 한국처럼 뜨거운 교육열로 교육예산을 늘리고자 하는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갖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지도자란 생각이 들었다.

귀국 전에 둘째 아이는 반 아이들이 쓴 편지묶음을 선물로 받았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떤 아이는 종이 접는 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다하고, 어떤 아이는 네가 만든 기타가 멋있었다고 하고, 또 어떤 여자아이는 소풍 갔을 때 몇 번 버스를 탔으며 비도 왔다고 기억하며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수학문제가 어려웠는데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아이도 있었다. 수학을 잘한다는 말은 한국에서 온 대부분의 아이들이 듣는 말이다.

당시 초등학생인 작은 아이 숙제는 내가 맡아서 봐줬었다. 숙제는 대부분 1주일 분량의 영어 단어(no excuse words)와 수학 숙제였는데 따로 교과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음 숙제가 무엇인지 예측이 되질 않았다. 작은 애가 가져오는 수학숙제를 같이 풀다보면 영어공부가 저절로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수학 교육이 무엇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모든 교육의 시작이 독서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수학까지 문장으로 된 문제를 읽고 풀어야 된다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다. 둘째 아이 역시 한국에서 숫자와 기호를 중심으로 한 암기 중심의 연산 수학(예를 들면 2×3=6)에 익숙하다 보니 영어 읽기에 익숙해 질 때까지는 애를 좀 먹었다.

중학교에서는 미국에 온지 2달도 안된 큰애에게 입학할 때 책을 읽고 요약해서 제출하라며 두꺼운 네 권의 책(3, 400쪽 분량)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작은 아이도 책가방에는 학교에서 빌린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읽었고, 아침에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수업준비를 할 때까지 복도에 앉아 책을 읽어야 했다. 아마도 미국에 온 한국 학생들이 겪는 제일 큰 애로사항이 이 엄청난 독서량이 아닌가 싶다.

또, 대부분 수학 문제의 내용은 실용에 있었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토대로 문제를 제시했고 또 만들게도 하였다. 꽃밭 만드는 넓이 문제나, 피자조각에서의 분수 문제, 물건 구매 시 지불해야 할 돈의 지불방법 등 문제는 일상에서 찾았다.  문장은 간단했지만 답을 맞히는 것 못지않게 문제를 정확히 읽고 푸는 과정을 연습시키는 것 같았다.

한 번은 연산을 배우는데 더하고 빼는 방법을 대여섯가지 형태로 가르치고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답만 정확히 맞히면 될텐데’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보다 쉬운 방법을 알아도 그날그날의 계산법대로 그 과정을 꼭 쓰고 답을 풀어 나가는 아이를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다르게 풀 수도 있다는 것과 문제에 따라서 어떤 방법이 정확하고 빠르게 풀 수 있는지 터득하도록 알게 하는 것 같았다.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실생활에서 적용되는지를 알려주며 여러 방법을 익히게 해서 학문의 이로움과 목표의식도 체득하게 하는 효과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무게를 두고 무슨 일이든지 빨리 빨리하고자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도 이제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어떤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구구단을 넘어 19단을 외워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생활 속에서의 수학을 얘기하고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놀이도 더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그러면서 삶의 지혜도 배우고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다.

매년 올림피아드 대회 등에서 우리의 영재들이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상위권을 휩쓸어 세계 최강임을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실력으로 봐야 하는지 자신이 없다.

살아가면서 아무 필요도 없는 거 왜 배워야하느냐는 아이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본다.<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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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2012-03-12 19:46:03
한국은 그 자체의 필요성과 효율성이 있는것이지요
남의 떡을 더 크게만 봐서는 안 될 듯...

관리자 2012-03-08 09:43:13
대전시민께.
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시정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대전시민 2012-03-07 22:56:14
필자가 어떤 분인지 소개란 좀 있으면 좋으련만... 학교관계자가 꼭 읽었으면 합니다

오뚝이 2012-03-06 12:12:49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 속에서 다양성을 배울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네요. 우린 너무 천편일률적인 방법만을 고집하는데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글 감사합니다.

김이영 2012-03-06 10:14:04
미국방법이다좋다고할수는없지만 실생활과 접목시키는 방법등은 많이 배워야할것같군요
우리는흔히 이렇게 말하잖아요 수학공부열심히 하면뭘해 더하기빼기만하면되지
공부방법이틀렸기때문에 이러말이나오겠죠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