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년 역사, 식물기관으로는 세계최고 자랑한다
260년 역사, 식물기관으로는 세계최고 자랑한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1.04.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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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원을 가다] 영국의 큐 왕립 식물원...엄청난 규모, 다양한 식물군 소장
면적 132만제곱미터, 40개 역사적 빌딩, 1,000여명의 직원, 830만본 식물표본

세계 여러나라에는 그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역별로 훌륭한 식물원이 있으며 최근에는 세종시에서 국립세종식물원이 문을 열고 시민들에게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의 유명한 정원을 연재를 통해 소개하고 식물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저 한다./편집자 씀

큐가든의 상징적 온실, 팜하우스(Palm House)
큐가든의 상징적 온실, 팜하우스(Palm House), 사진출처 : © RBG Kew

영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 왕립 식물원(이하 큐가든)이 있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나 품질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식물원이다.

런던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큐가든 역에서 식물원 입구로 걸어가는 길가에는 아름답게 정원이 꾸며진 저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벽면마다 바위수국과 등수국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고, 집집마다 앞마당에 가꾼 정원들과 창문 틀에 매달린 걸이화분의 꽃들도 아름답다.

큐가든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여러 기록적인 수치들이 말해 준다.

전체 면적은 132만제곱미터에 이른다. 여기에는 40개의 역사적 빌딩이 있으며, 27,000분류군의 살아 있는 식물들, 그리고 830만본의 식물 표본들이 소장되어 있다. 스탭들의 규모도 상당해서, 1,000여 명의 직원과 8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자체 경찰력도 유지되고 있다.

75만 권이 넘는 책과 삽화를 소장한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식물에 관한 한 지상 최고의 기관인 셈이다. 큐가든의 연간 방문객은 230만 명이 넘는다.

이렇게 웅장하고 방대한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260년의 세월이 걸렸다.

큐가든의 시작은 1759년 킹 조지 3세의 모친인 아우구스타 공주가 큐에 36,000제곱미터의 식물원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큐 식물원은 1802년 조지 3세에 의해 리치먼드와 합쳐졌고, 1840년에는 왕실 소유가 아닌 정부로 이관되어 지금의 큐 왕립 식물원이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것도 이때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 타이탄 아룸(Amorphophallus titanum), 사진출처 : © RBG Kew

오늘날 큐가든의 존재 이유는 정원과 식물 컬렉션의 풍부한 다양성을 이용하여 과학적 발견과 연구를 통해 식물의 잠재력을 밝히는 데 있다.

큐가든 식물 컬렉션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들 중에는 조지프 뱅크스라는 식물학자가 있었다. 그는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1768년 쿡선장의 대항해에 동행하면서 브라질, 타히티, 뉴질랜드 등 전 세계 식물들을 탐사했고, 약 3만본의 식물들을 큐가든에 도입했다. 그는 식물 탐사에서 복귀한 후, 큐의 비공식적 첫 번째 디렉터이자 킹 조지 3세의 식물 고문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도입된 식물들의 서식지 생태를 구현하기 위해 큐가든엔 4개의 보석 같은 온실들이 조성되었다. 열대 식물을 위주로 한 팜 하우스(Palm House), 온대 식물을 위주로 한 템퍼릿 하우스(Temperate House), 10개의 서로 다른 기후대를 가진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 온실(Princess of Wales Conservatory), 그리고 고산 기후에 살아가는 식물들을 위한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Davies Alpine House)가 그것이다.

몇몇 중요한 식물들을 살펴보면, 먼저 팜 하우스에 있는 소철(Encephalartos altensteinii)은 약 250년 된 것으로 화분에 심어진 식물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1889년엔 타이탄 아룸(Amorphophallus titanum)이라는 어마어마한 식물이 그 자생지인 수마트라 밖에서는 처음으로 큐가든에서 꽃을 피웠다. 고약한 악취 때문에 시체꽃으로 불리는 이 식물은 꽃의 크기가 3미터 정도로, 단일 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식물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식물원은 이러한 중요한 식물들의 현지외 보전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빅토리아수련이 자라고 있는 워터릴리 하우스(Waterlily House), 사진 출처 : © RBG Kew

잎 하나의 지름이 3미터 가까이 자라는 빅토리아수련(Victoria amazonica)은 1800년 존 린들리John Lindley가 아마존강에서 들여왔는데, 후문에 따르면 귀족 정원사들 사이에서 이 식물의 첫 꽃을 피우려고 열띤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마침내 데본셔의 공작 조지프 팩스턴에 의해 1840년에 개화가 이루어졌고, 그 첫 꽃은 빅토리아 여왕에게 헌사되어 이 식물의 이름에 빅토리아가 붙었다.

이 밖에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진귀한 식물들이 큐가든에 둥지를 틀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손실, 기후 변화, 급속히 확산되는 해충 및 질병(COVID-19 등)으로 지구가 점점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큐가든이 식물의 중요성에 대해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대 원예학과 졸업, 미국 델라웨어대 대중원예학과 석사, 제주 여미지식물원, 미구 롱 우드가든, 삼성 에버랜드 근무, 현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저서 '나는 가드너입니다.', ' 식물의 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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