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성스님, "부처님께서는 한다는 생각도 없이 하라고 했는데..."
환성스님, "부처님께서는 한다는 생각도 없이 하라고 했는데..."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1.04.0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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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너 소사이어티' 22번째 회원 된 영평사 환성 주지 스님
"모든 중생은 독립적이지 않고 나눔 속에 존재, 나눔으로 평등해야"
영평사 환성 스님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종교계 인사로는 세종시에서 최초로 가입했다. 스님은 "상(相), 즉 하는 체 하는 게 생긴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 끝에 응했다.

“불교에서는 몰래 하라고 하는데 드러내는 건 유쾌하지 않는 일입니다. 다른 분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이름을 올려놓는 게 좋고요.”

세종시 종교계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하는 환성 영평사 주지 스님은 5일 ‘무주상’(無住相)이란 말로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불가는 ‘이름을 내기 위한 교만’을 ‘상’(相)으로 표현한다. ‘무주상’(無住相)은 곧 ‘하는 체 하지 마라’는 뜻으로 “한다는 생각도 없이 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빌어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그야말로 ‘티끌’과 같은 일로 묘사했다.

5일 오후 4시 봄꽃이 화사하게 핀 장군산 영평사 종무소에서 만난 환성 스님은 예의 평안안 모습에 잔잔한 말씀으로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세속에 찌든 중생의 한 존재로서 종교가 왜 필요하고 법문이나 설교가 크게 들리는 이유는 늘 종교인들과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었다.

이날도 그랬다. 약 1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스님은 ‘나눔’과 ‘베품’의 차이를 알려주면서 부처님 말씀 ‘무주상’으로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었다.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환성 스님은 ‘존경받는 부자’를 지향하는 아너소사이어티 그룹에 22번째로 가입하지만 종교계 인사로는 최초다. 최초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기자라는 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삿거리’가 되는 일이다.

스님은 “행위하는 자체를 의식하지 마라”는 부처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해 “중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사랑으로서 나눔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평등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 ‘평등’은 ‘나눔’에서 나오고 나눔이 사회에서 일반화될 때 ‘평등’이 실현된다는 것이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부의 집중이 나눔으로 어느 정도는 평등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로 들렸다.

법문하듯 유연하게 흐르는 스님의 말씀은 “베풀지 말고 나눠라”는 말에 의문이 생기면서 “스님!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라고 되묻게 만들었다. 잠시 생각 끝에 “‘베품’은 상(相)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상’(相), 즉 ‘이름을 내기 위한 교만’은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을 만들어내고 남을 딱하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되면서 평등의 관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베품’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대등한 관계를 깨뜨리고 딱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생기면 상하, 또는 갑을 관계가 만들어지는 만큼 베품이라는 말 대신 ‘나눔’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나눔문화라는 건 최근에 생긴 언어죠. 세상 사람들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평등한 관계를 인식하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영평사에서 오래 전부터 템플 스테이를 하면서 ‘나눔’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종교계가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데 동기부여가 할 필요가 있다는 기자의 말에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렇지만 좋은 문화를 자극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환성 스님은 굳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진작부터 연간 5000만원 이상 나눔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5년 간 1억원 이상 기부를 하는 조건인만큼 금액만 따지면 차고도 넘친다.

군부대, 교도소 위문행사에다 장학금 지급, 그리고 청소년 문화 지원금에다 각종 후원금 등이 이웃사랑과 나눔 문화 목록이 되고 있다. 불교의 핵심 가치인 ‘연기법’(緣起法)으로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원인이 있고 조건이 었어야 결과가 생긴다’는 연기법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2개 이상 관계를 가지고 생성되고 존재하는 만큼 “의지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절초 축제로 유명한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축제로 유명한 장군산 영평사

결국 이 말은 모든 물상은 이미 다 나누고 있다는 얘기다. 세상 만물이 다 나누면서 존재하고 있는 ‘연기법’을 보더라고 인간은 나누어야 하고 나눌 때 서로가 풍족해진다는 법문을 마무리 발언으로 했다.

얘기는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 청소년 지원의 중요성, 그리고 전통문화의 의미 등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찰 경영의 어려움 등 시시콜콜한 얘기에서부터 무게감이 있는 주제까지 두루두루 나눴다.

세종시 출범 초기에는 영평사 구절초 축제부터 초파일 행사까지 열심히 취재했던 터라 오랜 만에 스님과의 따스한 찻자리는 조금을 죄스럽고 불편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문 앞까지 배웅해주는 스님께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네고 인터뷰 일정을 끝냈다.

스님은 아너 소사이어티 동판(銅版)에 새길 문구를 이렇게 썼다.

‘재물은 사람을 고귀하게도 만들고 천박하게도 만드는 조물주라. 자기를 조건없이 베풀어 써주는 자를 여지없이 최귀인으로 만드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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