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왜 콩을 세개씩 심을까
할아버지는 왜 콩을 세개씩 심을까
  • 조병무
  • 승인 2012.03.04 09:5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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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무의 e-노트]골목상권 부활과 할아버지의 농심(農心)

<'세종의 소리'는 오늘 부터 소상공인 지원센터장 '조병무의 e-노트'를 새로운 칼럼으로 연재한다. 조센터장은 이미 대전충청지역은 물론 경기지역까지 널리 알려진 강사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제 관련 내용을 적은 서적 출판과 함께 각종 칼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있다. '세종의 소리'에서는 'e-노트'라는 컬럼 제목에 맞게 소상공업인 중심으로 경제에 관한 글을 연재하게된다/편집자 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세계경제 대국인 미국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사람들이 소득 상위 1%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사건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분출된 것이다. 우리사회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곳곳이 양극화에 따른 불만이 가득하다. 

88만원 세대라고 칭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아무런 노후준비 없이 직장에서 내몰리는 베이붐 세대.
골목 상권까지 싹 쓸어가는 대형매장 등이 그렇다.

드디어 친 기업정책으로 대기업 몰아주기로 평가 받던 이명박 대통령도 사태가 심각함을 인지하였는지 지난 1월 25일 “대기업이 소상공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민생업 침범을 자제해달고 요청했다. 이를 기화로 호텔신라에서 운영해온 커피• 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를 비롯하여 현대자동차의 구내 카페 ‘오젠’ 등 줄줄이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마치 충성 맹세를 다투어하 듯 재벌들이 속속 사업철수를 감행했다. 어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너무 늦은 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1월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03년 1만 8000여개였던 자영업자 빵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00개 줄었다고 한다. 재래시장 역시 2003년 1695개였던 전국재래시장 수가 2010년 1517 곳으로 줄었다는 시장경영진흥원의 발표이고 보면 소상공인들의 생존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만은 틀림없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력을 몰아 준 덕으로 성장한 재벌들이 과거를 잊고 승자독식의 잔치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이 즐비하다. 소나기 잠시 피하자는 속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분위기 쇄신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인간(人間)은 사람 '인'(人)자가 말하듯 서로 의지하며 사는 존재이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이는 숙명적이다. 때문에 서로 상생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국 함께 망한다. 그동안의 수많은 자연재해가 이를 입증한다. 그래서 우리 선현들은 가을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놓는 배려를 베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를 지내며 고수레를 하여 악귀를 좇는 의식과 함께 주변 동물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공존의 마음을 베풀었다.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가난한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양극화 치유의 한 방법으로 요즈음 사회공헌이 대세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많은 기업들의 선행이 풍년을 이룬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많은 자료들은 안타깝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진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겉과 속이 다른 일들이 많다보니 국민들이 꼼수를 알아차려 감동이 아닌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부른 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지만 어리석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탐욕은 생태계를 파괴하여 종국에는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어리석음을 낳고 있다. 요즈음 우리주변의 경영환경이 이와 같이 대자본의 싹쓸이 전략으로 치어가 고갈, 어장이 황폐해지고 있다. 동반성장에 역주행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 보부상의 12령을 살펴보면 더욱 배울 점이 많다. ① 불량품은 취급하지 말 것 ➁ 물건에 대한 품질을 보장해 줄 것 ➂ 터무니없는 값을 받지 말 것 ➃ 내 물건 팔기위해 동료의 물건을 모략하지 말 것 ➄ 없거나 매진된 물건은 구해주되 여의치 못할 때는 약속된 날짜에 구해다 줄 것 ➅ 동료가 사정이 있어 장사를 못할 때에는 내 일을 제치고 돌봐 줄 것 ➆ 부탁한 물건은 수소문하여 구해주되 약속일자 전에 갖다 줄 것 ➇ 외국물건을 요구할 때는 신분확인과 사용처를 알고 난 후에 주선할 것 ➈ 농민의 물건을 살 때는 제 값을 쳐 줄 것 ➉ 사정이 있어 물건을 외상으로 부득이 요청할 때는 의심 없이 줄 것 ⑪ 나만의 이익을 위해 개인행동을 하지 말 것 ⑫ 도적물건이나 의심나는 물건은 상대하지 말 것. 이상의 내용을 살펴 볼 때 법과 제도 이전에 상도의에 대해 반성해 볼 일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주말 농장에 콩을 심으러 갔다. 손자는 한 알씩 심었으나 할아버지는 세알씩 심었다. 손자가 궁금해서 물었다.
“할아버지 왜 아깝게 한구멍에 세알씩 넣으세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한 알은 땅에 사는 벌레가 먹고 또 한 알은 하늘에 사는 새가 먹고 남은 하나가 자라서 우리 몫이 되는 거란다.”이는 벌레와 새와 인간이 우주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사실을 아시는지.무너지는 골목상권의 부활. 권력의 눈치가 아닌 콩 세알을 심는 할아버지의 농심으로 대기업이 소상공인 업종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골목 상권은 여전히 정전상태다.

 
 
 

조병무, 경영학 박사, 경영지도사, 소상공인 진흥원 충청권중심센터장, 대전상의 경영자문위원, 대전충남재사회화 교육후원회장, 한남대  겸임교수, 저서 : 허리를 굽혀야 돈을 줍는다. 돈버는 길목은 따로 있다. 이메일: dr11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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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2016-03-03 22:05:25
칼럼 잘 읽었습니다! 계속 연재해 오신 다른 칼럼도 좋은 깨우침을 줄 것 같습니다.
마음의 양식이 책 뿐만이 아닌 것 같네요 ^^

이경철 2012-03-24 20:32:13
조병무 박사님의 칼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역시 조박사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소상공인진흥원 충청권 중심권센터장님다운 내용이군요
역시 나라를 걱정하는 조박사님은 차원이 다르십니다
앞으로도 조박사님의 칼럼을 자주 보고 배우겠습니다

김문숙 2012-03-24 08:03:04
대기업에서 세계를 향해 나갈 생각보다
작고 평화로운 골목 상권까지 파고 들어
소박한 서민의 행복과 꿈마저 앗아가려는 몰 상식함은 참으로 치졸합입니다.

소상공인도 노력하고
대기업도 콩 세알의 의미를 아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꿈꿉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김창동 2012-03-16 15:22:23
그려 멋쟁이구먼
콩 3개 시는거 첨 알았네

양병률 2012-03-09 09:25:00
센터장님, 앞으로도 좋은 글 잘 읽겠습니다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은 할아버지의 지혜가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