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들며..."자연은 기본소득의 원천"
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들며..."자연은 기본소득의 원천"
  • 김준식
  • 승인 2021.03.10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식칼럼] 자연으로부터 생산된 재화는 공유가 정답
공유를 위한 기본 단계가 바로 기본소득제 실천하는 것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이전 구석기 시대에는 다툼은 있었지만 여가도 많았고 행복 지수도 높았다고 했다. 또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죽고 죽이는 조직적인 전쟁도 없었다. 그런데 농경 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농사일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정착 생활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종일 농사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더 많은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결국 농업혁명은 더 많은 사람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제한된 종류의 식품 섭취로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유래했다. 인간의 몸은 작아지고 면역력도 낮아졌다. 즉 자연과 함께 살 때보다 자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간들의 삶은 더 열악해졌다.

이렇게 시작된 인간의 문명은 지속해서 힘과 부의 불평등을 가져왔고, 이어진 제2차 산업혁명을 통해 빈부의 격차와 식민지 쟁탈전, 노예 노동 시대를 열었다. 다행히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국제연합(UN)이 설립되고 세계인권협약이 맺어졌다.

그리고 서방세계를 시작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북유럽의 몇몇 복지국가들을 제외하면 소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구사회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공산주의 국가들 대부분에서 지구 환경파괴와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기본소득 박람회 온 라인 전시관, 사진 출처 :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홈 페이지

지금은 제3의 문명시대, 제4의 문명시대이다. 정보화 사회, 인공지능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도 사라지고 소득도 사라지는 또 다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들이 자연 자원을 마구 채취하여 필요한 양 이상의 생산재와 소비재(재화와 용역)들을 매우 값싼 원가로 생산해 내는데 정작 이를 소비할 사람들은 직장도 없어지고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즉 99%대 1%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야말로 불안 사회이다. 기존의 경제원리인 ‘보이지 않는 손(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고장이 났고,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의 실패’, ‘국가의 실패’이다. 이제는 새로운 경제원리가 필요하다. 지구환경도 살리고, 사람들의 삶도 살리는 바로 그런 새로운 문명, 새로운 경제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1854년 피어스 미 대통령이 인디언 부족들에게 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팔라고 강요할 때 시애틀 추장의 답변에서 어쩌면 새로운 문명, 새로운 시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애틀 추장은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들은 총을 들고 와 빼앗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늘을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저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대지 일부분이며 대지 또한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고 사슴 말과 얼룩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바위투성이의 산꼭대기, 강의 물결과 초원의 꽃들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이 모든 것은 하나이며 모두 한 가족이다. 시내와 강에 흐르는 반짝이는 물은 우리 조상들의 피다. 백인들은 어머니 대지와 그의 형제들을 사고 훔치고 파는 물건과 똑같이 다룬다.

그들의 끝없는 욕심은 대지를 다 먹어 치우는 것도 모자라 끝내 황량한 사막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인디언들은 수면 위를 빠르게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낮의 소낙비에 씻긴 바람의 향기와 바람이 실어 오는 잣나무 향기를 사랑한다. 나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숨도 받아줄 것이다. 바람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생명의 거미집을 짜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안의 한가닥 거미줄에 불과하다. 생명의 거미집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한 부족이 가면 다른 부족이 오고, 한 국가가 일어나면 다른 국가가 물러간다. 사람들도 파도처럼 왔다 가는 것이다. 언젠가 당신들 또한 우리가 한 형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누가 진정한 문명인이고 누가 야만인인가? ‘백인의 의무’를 주장하며 인디언들의 평화와 자연을 무력으로 빼앗은 미국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야만인이 아니었을까?

나는 인류가 새로운 문명으로 가는 길이 바로 이 시애틀 추장의 주장에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공기, 물, 햇빛, 땅, 온갖 생물체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존재들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자연은 인류 모두의 공유 자산이지 특정 국가, 특정 기업, 몇몇 부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으로부터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은 인간 모두가 공유하여야 한다.

바로 공유의 최소한의 방법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충분 소득이 아니다. 과잉소득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 식, 주, 보건, 안전에 필요한 기본재화이다. 그 재원은 바로 공유 자산인 자연(공기, 물, 햇빛, 땅, 온갖 생물체 등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기세, 전파세, 땅세, 생물세, 물세 등을 세원으로 하면 된다. 그런 자연 자원들은 원래 모두의 공유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전체의 GNP(약 80조 달러)나 한국의 GNP(약 1조 7천억 달러)는 모두가 기본생활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충분한 수준이다. 단지 부의 불평등이 문제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문제는 재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국민의 선택 문제이다.

김준식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