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은 항상 마음이 설렌다. 줄을 서서 출발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재잘대는 웃음소리가 뚱뚱해진 가방만큼 크게 퍼져나가는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경주에 도착한 것 같다.
“선생님! 한 명이 아직 안 왔어요!”
‘혹시, 그 학생이 아니겠지?’
급하게 학생들 얼굴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걱정하던 아이가 오지 않았다. 황급히 집으로 전화를 했다.
“할머니, 정희(가명) 집에 있나요?”
“학교버스를 놓쳐서 집에 있어요.”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보내주세요. 선생님 차로 데리러 가겠습니다.”
“지가 가기 싫대요."
“정희는 수학여행 가기로 저와 얘기했었습니다. 정희와 통화하게 해주세요.”
“전화 받기 싫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요. 어쩌죠? 가라고 해도 안 간다고 하네요.”
정희는 부모님이 안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육으로 지내는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작년에 정희가 처음 상담을 받던 때의 순수한 느낌이 사라졌다. 일 년 사이에 자기가 처한 환경을 인식하게 되고 그런 부정적인 행동이 나온 것이다.
이 아이를 어찌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15년 교직경력을 돌이켜보니, 그동안 다문화가정 학생을 14명이나 담임하였다. 어렵게 고비를 넘기던 시절을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뻐근하다.
2007년 우리 반에 다문화가정으로 중국국적을 갖고 있던 학생이 있었다. 중국인이었던 엄마가 한국인 아빠와 결혼하면서 중국에 있던 아들을 데려왔고, 6학년으로 한국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다. 낯선 나라, 새 가정, 새 학교에서, 중학교 2학년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과 지내야 하는 아이는, 감당할 것이 아주 많았다.
담임으로서도 6학년에게 자음, 모음, 기본단어를 가르쳐야했으므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사춘기도 또래학생보다 일찍 나타나 돌발행동을 보이거나 심한 싸움을 하곤 했다. 학부모상담을 얼마나 자주했는지……. 그 후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서예학원을 운영하겠다는 진로방향을 세우고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2009년 주차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학생이 차에 부딪쳤다. 허벅지 뼈가 부러지는 심한 상태여서 수술 후 입원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 부모로서는 학생을 낮에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문안 가던 날, 동전을 넣고 컴퓨터 게임을 2시간 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그 학생은 일주일 만에 게임중독이 되어 있었다. 담임이 다리를 다친 학생을 매주 2번씩 방문해서 공부를 가르쳤으며, 병원에 있는 동안 시간표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생활하게 하였고, 게임을 줄여주기 위해 애쓰던 기억이 지금도 역력하다.
지난 경험을 되살려, 수학여행을 가기 싫어한 학생에게는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아이를 이끌어내 줄 구원자로서 알맞은 아이를 찾아내려고 마음을 쏟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예민해지는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다각적인 관심과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에게는 물질적 지원이 집중되어야 하겠고, 한국에서의 교육방법을 모르는 다문화가정을 위해서는 학부모교육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그야말로 우리 미래의 ‘보석덩어리’들로 자라기를 기원해본다. 그래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좋아하기를 바라고, 마찬가지로 엄마나 아버지의 나라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다문화가정들은 물론 우리들의 의식이 ‘두 개의 다른 문화가 한 집에 있으니 얼마나 좋은 혜택인지 모른다.’고 자랑스러워할 날을 그려본다. 지금도 나는, 어느 모로나 성공한 14명 제자들의 기쁜 소식을 고대하면서 두 손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