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채색하는 물감...그게 바로 아이들"
"알록달록 채색하는 물감...그게 바로 아이들"
  • 김수미교사
  • 승인 2021.03.0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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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김수미 온빛초 교사...아이들과 알록달록 만들어갈 행복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올해는 우리의 항해가 순탄하지 않을까 기대
김수미 온빛초 교사
김수미 온빛초 교사

지난 한 해는 교사로서 많이 우울하고 외로웠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없는 날이 많았고 우리가 만나더라도 마스크를 끼고 만나거나 모니터 너머로 어렵게, 사이에 장벽을 치고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날들에 지쳤고, 학교를 향한 날선 말들에 마음이 다쳤다.

게다가 작년엔 담임 교사가 아니라 마음 놓고 사랑을 주고받을 아이들이 없어서, 그래서 더 마음의 중심이 자주 휘청휘청거렸다.

2021년은 다시 담임 교사로 한 해를 살아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에 헤매더라도 교실 속 아이들 곁에서 ‘함께’ 헤매고 싶은 마음에 교실로 돌아간다.

오해는 마시라. 그래서 올해의 목표가 아이들과 헤매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새로운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2021년 등교수업, 원격수업 운영 방향을 잡았다.

계절마다 어떤 프로젝트로 아이들을 만날지도 밑그림을 그렸다.

복직자 선생님 두 분, 작년 1학년을 맡으셨던 선생님 두 분의 시작이 두렵지 않도록 ‘동학년이 알려zoom’ 연수도 성황리에 마쳤고, 첫만남 프로젝트도 비접촉 친교 활동들을 담아 빵빵하게 계획을 세웠다.

이제는 아이들이 칸막이 안에서 각자 활동을 하더라도 교사라는 연결고리를 거쳐 ‘함께’ 배우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분리된 아이들을 잘 연결지어 엮어줄 일만 남았다.

교사가 기대감 없이 시작한 교실과 목표 의식이 선명하지 않은 교실이 어떤 방황의 시기를 겪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올해는 더욱 근거 있는 기대감을 가져야 하고 좀 더 선명히 우리가 누리고 싶은 교실을 상상해야 한다.

근거 있는 기대감은 지난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면서 시작된다.

여러 변수가 많아졌을 때, ‘교사 변수’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도 ‘근거 있는 기대감’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코로나가 침입한 교실은 답답하고 흐릿하다.

반쪽짜리 표정으로 대화해야 하고, 교사가 교실에서 잘 해왔던 것 중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바꿔나가야 한다. 제약이 많아지면 상상력이 휘발된다.

‘끔찍하지 않은가! 교사인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실이라니!’

무엇도 할 수 없는 교실이 아니라 이것은 할 수 있는 교실로 교사인 나와 아이들이 함께 상상하고 그 상상을 일상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이라는 게 정말 힘이 쎄서 올해 우리의 항해가 작년보다는 좀 더 순탄하지 않을까,

우리가 이 여정에서 무언갈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온빛초등학고 학생들이 녹색어머니회 지도를 받으며 길을 건너고 있다.
온빛초등학고 학생들이 녹색어머니회 지도를 받으며 길을 건너고 있다.

방역 수칙과 학생 활동 사이의 불안한 줄타기가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곱씹기보단 일어날지도 모르는 행복에 대해 상상하며 새 학기 시작 전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작년 첫 등교수업 날, 아이들이 물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운한 마법에 걸려 학교가 무채색에 머무르고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난 게 아닌가 하는...물결치며 쏟아지듯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모두 물감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올해 3월엔 아이들이 학교에 올까. 알록달록한 3월을 기대하며, 우리의 안전하고 거리 있는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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