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에 올라 임금 착좌식 놀이 해보세요
오봉산에 올라 임금 착좌식 놀이 해보세요
  • 임비호
  • 승인 2021.02.28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비호칼럼] 오봉산에 얽힌 얘기...인근 학교 교가에 등장하는 산
연기 8경 중 하나인 '오봉낙조' 장관 볼 수 있는 서민 삶이 있는 곳
오봉정에서 본 낙조

연기팔경 중 제1경인 오봉낙조(五峰落照)

燕邑西南秀五峰 연기 고을 서남쪽 빼어난 다섯 봉우리

偏燐落日艷紅濃 타는 듯 짙은 노을 조각조각 듯는구나

照入深林明似畵 숲속에 그윽한 빛이 그림처럼 훤한데

遙看可數鬱蒼松 멀리서 가늠컨대 솔이 빽빽 우거졌구나

- 출처 「연기전성지(1991)」, 유치도지음, 번역 이진상

오봉산은 세종시 조치원, 서면, 전동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인근 학교의 교가에 자주 나오는 이름이기도 하고, 조치원의 진산이기도 하며, 연기 팔경 중 제1경이 있는 곳이다.

오봉산은 오행에 맞춘 봉우리 이름을 가져 붙여진 이름이다. 산행을 하다 보면 구비구비 봉우리 중에 오행의 순서와 성격에 맞는 봉우리에 이름 붙임을 확인할 수 있다.

조치원 문화원(2002년)에서 발행한 “연기의 산 이야기”를 토대로 보면 정상이 제1봉이고 목형봉(木形峰)이다. 높이가 262m인데 정상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행의 성격상 목(木)에 해당한다.

오봉산 제1봉 정상봉, 목을 상징한다. 연기 제1경라는 오봉낙조의 현장이다.

오봉정이 있는 바로 옆 봉우리가 제2봉인 화형봉(火形峰)이다. 산림초소와 평산신씨 묘가 있다. 봉우리 모습이 뽀족한 불꽃 모양으로 되어 있어 우각봉, 문필봉이라고 불린다. 제3봉인 토형봉(土形峰)은 오봉산 중턱 아래 정도에 있는데 정상이 평평하다.

안내판에는 성주봉이라 표시되어 있다. 제4봉인 금형봉(金形峰)은 성주봉에서 좀 더 내려와 있는데 봉우리를 통과하지 않는 둘레길이 나 있다. 안내판에는 두루봉이라 되어 있다. 제5봉은 수형봉(水形峰)인데 강화 최씨 숭모단과 봉산 향나무 사이의 솔숲이다. 산봉우리라고 하기엔 좀 그랬던지 애기봉, 평당봉이라고도 부른다.

오봉산 정상에 오르면 연기 8경 중 제1경인 오봉낙조(五峰落照)을 만날 수 있어 열심히 산에 올랐다. 서산마루에 노을이 고복저수지에 비추는 모습을 기대하고 갔는데 시야가 나뭇가지들에 가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마음마저 붉게 물들이는 사진이란 그렇게 쉽게 찍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물음을 던지는 사람에게 몸과 맘을 동시에 힐링할 수 있는 놀이를 발견하였다. 경북궁 근정전 임금님 자리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 체화 놀이이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리고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상징하는데 산행을 하면서 이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오행 상징 봉우리들, 낙조에 실린 해, 덤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초승달까지...

오봉낙조는 일월오봉도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왕이 된 기분이었다. 지배자로서의 왕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보편 질서를 터득한 왕, 말이다. 왕을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관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단다.

오봉산 입구의 천연기념물 봉산 향나무

오봉산 산행 중에 해와 달도 함께 하면서 우주 만물의 속성인 오행의 기운을 받으니 바로 내가 왕의 자리에 앉은 기분이었다. 오봉산 산행은 나를 이렇게 끌고 갔다.

산행 전 오백 년 자리를 지킨 봉산리 향나무(천연기념물 321호) 정령에게 인사를 하였다. 산행을 하는 내내 우주 만물의 질서인 음양오행의 의미를 잘 터득할 수 있도록 기원도 하였다.

또한 강화 최씨 숭모각 앞에서는 가문 소유의 땅이지만 시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어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도 했다. 강화 최씨 문중의 배려가 없었다면 세종 시민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봉산은 사람을 천지의 참 주인으로 만드는 음양오행의 기운이 흐르는 일월오봉도를 간직한 산이고, 500년이란 기간을 한 자리에서 하늘과 마을과 사람을 돌본 향나무 정령이 숨 쉬는 곳이고, 자신의 재산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드러난 산이다.

오봉산 자락에서 본 조치원 야경

오봉산은 이런 의미를 모두 품고 있는 산이다. 우리 지역의 선조들도 이런 깊은 뜻을 전하기 위해 오봉산 낙조를 연기(지금의 세종)의 제1경이라 하지 않았을까 한다

다음에 갈 때는 봉우리마다 돌 한 개씩 얹어 돌탑을 만들어 봐야겠다. 그럼 일월 오행의 기운을 더 많이 받지 않을까? 육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편암함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오봉산에 오를 때 임금 착좌식 놀이를 한번 해 보세요. 가슴 뿌듯해집니다.

오봉산은 강화최씨 문중 땅인데 그분들의 배려로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숭모각에서 그분들에게 감사인사을 한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국제뇌교육과학대학원 지구경영학 박사과정,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전)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전)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전)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