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는 책을 읽기만 하니? 우리는 쓴다”
“너네는 책을 읽기만 하니? 우리는 쓴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2.2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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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초, ‘6학년 나도 작가 프로젝트’ 기획한 김민정 교사
“힘들면서도 재미있고 마지막엔 큰 보람을 느끼는 퍼즐”
김민정 소담초등학교 선생님이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6학년 학생들이 출판한 그림책을 펼쳐 보이고 있다.소담초등학교 6학년 6개 반 모든 학생이 그림책을 출판했다고 한다.(앞에 진열된 책들은 김민정 선생님 반 학생들이 출판한 그림책)

선생님들은 대개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소담초 6학년 선생님들은 좀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이들이 책을 써서 출판하는 경험을 선물하고 있다.

소담초 6학년 학생들은 이런 선생님 덕분에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들으며 학교도 자주 못 나가고 체험학습을 못하는 대신 ‘나도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그림책을 직접 그리고 써서 출판까지 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가지게 됐다.

지난해 소담초 6학년 담임선생님을 맡으며 학년 전체 아이들에게 책 한권씩을 출판하게 해 준 김민정 선생님을 만나봤다.

19일 오후 4시에 소담초등학교를 찾아갔다. 방학중이었지만 4학년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은 모두 4학년 연구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미리 약속한 김민정 선생님은 회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재빨리 교실로 가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 어떻게 아이들에게 책을 쓰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

“지난해 혁신학교 3년차인 소담초등학교는 6학년 학생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 계획이 많이 무산됐다.

졸업을 앞둔 6학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남겨주고 싶었는데 마침 소담초에는 그림책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반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는 임지현 선생님이 권유해 주셔서 ‘나도 작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 반 아이들 모두에게 책을 한권씩 출판하게 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생각을 끌어내 글로 표현하게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처음엔 자신을 소개하기부터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기 등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다른 친구들의 글에도 의견을 내 주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교사 스스로도 배운 점이 많다.”

김민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쓰기에 앞서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그림책을 분석해 보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6월이 되어서야 처음 학교에 온 학생들에게 ▲여섯 가지 특징으로 나를 소개하기 ▲내 몸의 한 기관(눈, 코, 입 등)이 되어 나를 소개하기 ▲내 경험 꺼내기 등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단계로 각자 그림책을 가져와 ▲그림책의 주제와 소재 ▲등장인물 ▲사건의 전개(스토리라인) ▲그림체 등을 분석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 후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상상력을 발휘해 글을 쓰도록 하고 여름방학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그림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출판기획서 작성하고 스토리라인과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며 학생들끼리 회의를 거쳐 고치기를 반복했다는 것.

선생님들은 학생이 그린 그림을 포토샵으로 편집하고 편집 프로그램으로 책처럼 구상해 출판사에 넘기는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을 출판할 수 있었다.

- 예산은 어떻게 마련했나.
“코로나19로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래서 예산을 책쓰기에 집중적으로 활용해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 다 만들어진 책을 보고난 후 아이들의 반응은.

“스스로 쓴 글과 그림이 책으로 만들어져 나온 것을 보고 모두들 무척 기뻐했다. 코로나로 망칠 뻔한 6학년에 가장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는 반응이었다.”

책을 직접 출판한 학생들은 학교에 전시공간을 마련했고, 출판기념회까지 열어 후배들에게 책을 선보였다.

출판기념회때 책을 출판한 학생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 “직접 책을 쓸 수 있었던 행운” “힘들면서도 재밌고 마지막엔 큰 보람을 느끼는 퍼즐” “생각을 넓히는 경험” 등등의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세종시 소담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4년차를 지나고 있다는 김민정 교사는 다른 지역 학교를 다니는 동료교사에게 혁신학교 생활을 이야기하면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 귀찮은 일을 하다니 힘들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김민정 교사는 “아이들도 작가가 처음이었지만 나도 처음 겪는 과정이어서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고 힘든 점도 있었다”면서도 “코로나로 아쉽게 지나칠 뻔한 6학년 아이들의 마지막 초등학교 생활에 ‘작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선물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책을 출판한 6학년 학생들은 모두 졸업했지만 김민정 선생님은 2021학년도에 아이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회의와 연수를 계속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웬만한 지식 노동은 모두 컴퓨터와 AI(인공지능)가 대체하는 이 시기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김민정 선생님이
그림책 중 일부는 하드커버로 제작하고 ISBN을 신청해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는 책들도 있다.(김민정 선생님이 읽고 있는 '손전등'이라는 책도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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