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전 대표의 여성의원 성추행, "참담하다"
김종철 전 대표의 여성의원 성추행, "참담하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1.01.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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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여성 국회의원도 여성 검사도 피해갈 수 없는 조직 내 성폭력

검찰의 후배검사 성추행보다 더 충격적인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하루도 영일 할 날이 없는 게 연예계지만 지난해 말 뒤늦게 드러난 영화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한참 잘 나가던 중견 배우는 음주운전으로 그동안 애써 쌓아온 배우 경력을 한순간에 말아먹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출연 중인 드라마는 물의를 빚은 당사자를 능가하는 톱스타가 대타 배우로 교체되면서 또 다른 화제를 낳기라도 했다지만 개봉을 앞둔 영화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나는 괜찮겠지” 배우의 음주 파문 얼마나 됐다고 또 음주운전

배성우의 음주운전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며칠 전 배우 박시연이 대낮에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연예계를 장식했다. 전날 마신 술이 깬 줄 알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연예계가 시끄러웠던 것이 불과 얼마나 됐다고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는지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보통의 상식선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불감증 탓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애초 없었던 것은 아닌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료 배우의 몰락을 보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행위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 대표의 여성 국회의원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제도권 정당 가운데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평소 성범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젠더 이슈를 주도해 온 정의당에서 말이다.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뿐더러 참담함에 할 말을 잃게 한다.

여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피해자로 등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꼭 3년 전 이맘때 세상을 놀라게 했던 서지현 검사의 검찰 조직 내의 성추행 폭로도 이보다는 참담하거나 놀랍지 않았다.

서 검사가 선배 검사로부터 추악하기 짝이 없는 성추행을 당했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지금보다 낮았다. 과거의 업보로 현재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검찰은 기수문화·검사동일체 의식 등으로 조직 문화가 권위적인 데다 마초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성폭력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검찰 조직에서 검사까지 성폭력 피해자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서 검사가 세상에 드러내기까지는 말이다. 서슬퍼런 검사도 ‘여’자가 붙으면 성폭력 대상이 된다는 점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더구나 피해자가 몸담은 조직이라는 곳은 피해자 편에 서기는커녕 가해자를 싸고돌며 사건 자체를 묻어버렸다. 당시 대다수 국민들은 검사 한 명의 일탈이 아니라 조폭이나 다름없는 검찰 조직문화에 더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은 불치병인가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같은 당 소속의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은 이보다 더 충격적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바닥인 이중적인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할지, 폐쇄적인 조직 문화 탓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다른 무엇보다 음주운전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코앞에서 보고도 음주운전을 하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유사 사례를 보고도 공적인 인물로서 이성적 판단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 더 놀랍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추락을 잊었는지 말이다. 아니면 ‘나하고는 상관없는 남일’이라고 여겼는지 말이다.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지만 이쯤 되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은 치유 불가능한 질병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는 이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자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지난 해 11월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자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숱한 유사 사례에도 이성적 판단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놀라워

김 전 대표의 성추행은 성인지 감수성이 낮았던 시절에 자행된 과거형도 아니다. 물론 과거형이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지나간 일을 들춰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참담하다.

공당 대표, 더구나 진보정당 대표의 성추행 파문은 대표직 사퇴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질구질한 변명 대신 빠른 인정과 사과, 전격적인 사퇴 등 발 빠른 대처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평소 성평등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되려 부메랑이 되고 있다.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진보적 가치와 경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정의당을 존립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당의 ‘해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검찰이 서 검사에 그랬듯 장 의원에 2차 가해 가하지 않기를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과 소속 정당을 나락으로 빠트린 당 대표의 성추행을 용기 있게 공개한 장 의원의 발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있는 집단에 속한 여성 국회의원도 여성 검사도 피해갈 수 없는 성폭력, 부디 정의당은 물론 진보 진영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과거 검찰이 그랬던 것처럼 장 의원을 향해 2차 가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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