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교통은 엉망이다”... 사실일까
“세종시 교통은 엉망이다”... 사실일까
  • 임승달
  • 승인 2021.01.18 14: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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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달칼럼]세종 교통문제의 허(虛)와 실(實)<상>
팩트체크로 본 주차난, 불편한 대중 및 광역교통

신행정수도추진위원과 행복도시 추진위원을 지낸 임승달 전 강릉대 총장이 ‘세종의소리’ 칼럼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21세기 국토포럼공동의장과 한국교통학회 고문 등을 역임한 명실공히 교통문제 전문가인 임 전 총장은 행복도시 건설 초기 구상단계부터 교통계획을 자문해 행정수도완성을 앞둔 신도시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온 학자이다. 그는 세종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교통문제에 대해 학자적인 입장에서 칼럼을 통해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진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줄 예정이다. /편집자 씀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제1단계 제2단계 사업을 마치고 마지막 완성단계(3단계)로 접어드는 의미 있는 해이다. 세종시는 2007년 출범한 이래 지난 13년간 일취월장하여 상전벽해와 같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건설 중인 도시로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세종 시민 사이에서 불편한 문제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교통문제이다. “세종시 교통이 엉망이다” “교통계획이 잘못되었다” “도로가 좁아서 장래 도시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등 세종 교통문제에 대한 시민의 비판은 현재의 당면문제에서 장래 걱정까지 더 나아가 교통계획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부터 행복시가 기공할 때까지 교통계획을 자문했던 사람으로서 세종 교통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세종시 교통문제의 허(虛)와 실(實)을 팩트 체크(fact check) 해보고자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세종시민에게 설문조사 결과 가장 불편한 점<도표 왼쪽>은 교통이었으며 교통문제 가운데 주차를 최우선적인 문제로 꼽았다. <도표 오른쪽>

한국교통연구원(2018)에서 세종시민에게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통문제”가 58.3%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다음은 문화·여가 24.7%, 교육·의료 11.5% 등임)

교통문제가 시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것은 교통이 도시발전과 시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에 이는 세종시뿐 아니라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각종 선거에서 교통문제가 공약의 단골 메뉴가 되는 걸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통문제는 학자에 따라, 도시마다 다를 수 있고 시대의 변화(자동차 중심→사람 중심)나 보는 관점(승용차운전자 & 보행자)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존 디키(John.W Dickey) 교수는 교통문제를 타 부문에서 발생하여 교통에 영향을 주는 문제(도시 확산, 인구집중, 토지 고밀화 등), 교통에서 발생하여 타 부문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너지문제, 공해문제, 교통사고 등) 그리고 교통 자체 내 서비스 문제(교통혼잡, 주차문제 등)로 3대별하여 교통문제를 교통과 관련된 다른 부분까지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느끼는 교통문제는 이중에서 주로 교통자체내 서비스 문제로서 미래와 국가 사회적 측면 보다는 본인이 현재 불편하게 느끼는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이 제기하는 교통문제가 무엇이고 이것이 정말 문제인지를 곰곰이 다각적으로 따져 그 허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통연구원에서 세종시 교통문제 중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고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분지 1정도(32.9%)가 ‘주차난’이라고 응답하고 다음은 ‘불편한 대중교통(23.1%)’ ‘불편한 광역 교통(18.2%)’ ‘교통 혼잡 및 불편한 신호 체계(16.3%)’ ’좁고 불편한 도로(6.5%)’ 등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종시 사회조사(2019)에 의하면 세종시민의 교통 불만족 사유는 ‘방지턱 및 속도 제한 도로’(36.3%), ‘좁은 도로’(28.8%), ‘주차 공간 및 시설 부족’(20.1%)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이들 교통문제를 중심으로 팩트체크 해 보기로 한다.

첫째, 세종시민의 절대다수가 가장 심각한 교통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주차 문제’이다. 그러나 세종시 주차수급실태 보고(2018. 8)에 의하면 세종시 주차시설은 14만2,940면에 주차수요는 14만2,940면으로 조치원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수급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세종시 주차문제는 주차장의 부족보다는 시민의 문전 주차행태와 주차단속 미흡으로 인한 불법주차의 성행이라고 할 수 있다.

주차정책은 승용차 이용억제를 유도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선진 도시의 대부분은 주차장의 공급 확대보다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차장 공급의 핵심인 건물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종래에는 최소기준(Minimum Requirement)을 주고 그 이상으로 확보토록 했으나 최근에는 설치 가능한 최대기준(Maximum Requirement)을 주고 그 이하로 설치토록 변경하여 주차장 건설을 제한하고 있으며 기존 노상주차장 폐쇄, 주차요금의 인상과 불법주차의 단속, 차고지 증명, 주차세 등의 다양한 정책으로 주차장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

파리시는 최근 노상주차장의 72%(6만여 면)을 폐쇄하여 자전거, 보행자 도로화, 도시 정원화시키고 있으며 워싱턴DC에서는 주차요금의 12%에 달하는 주차세를 징수하여 주차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행복시 교통체계 게획<사진 왼쪽>과 국제공모당선작 '천개의 도시'<사진 오른쪽>

그러나 세종시는 부설 주차장의 설치기준을 최근 아파트 세대당 1.2대에서 1.5대로 강화하였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공용주차장을 확충하였으며 시영 주차장의 무료화를 추진하였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나 승용차이용 억제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일반화되면 주차수요는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므로 더 이상의 주차공급 확대는 재고되어야 한다.

둘째, 좁은 도로문제이다 세종시의 도로율은 24% 내외로 양적으로는 타 도시보다 낮지 않다. 다만 세종시 내부 도로망은 국제공모 당선작 페리아(스페인)의 ‘The City of Thousand Cities’의 ‘평등’ ‘분산’의 도시 이념에 따라 탈중심적, 비위계적으로 넓은 광로나 대로 없이 4차선 이내의 비교적 좁은 도로로 평등하게 계획되어 있다.

이는 인간 척도(human scale)의 민주적 교통계획으로 세종시의 큰 특징이고 장점이지만 자동차 위주의 넓은 도로에 길들여진 자동차운전자에겐 익숙하지 않아 도로가 좁다고 느끼는 면이 없지 않다.

서울시도 넒은 광화문 길을 축소하여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화할 계획이고 세계의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넓은 도로를 다이어트하는 추세이다.

임승달, 충남고, 한양대, 서울대학원 졸업(도시계획전공), 행정학 박사, 미국 델라웨어대 초빙교수, KIST 선임연구원, 강릉대총장, 21세기 국토포럼 공동의장, 한국교통학회 고문, 신행정수도추진위원, 행복도시 추진위원, 세종발전위원장 역임, 현 강릉원주대, 현 연변 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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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 2021-01-21 20:37:27
대대손순 사용할 도로를 설계가 잘못되어 불편 하다면 설계한 사람은 자손 대대로 용서가 안될것 같습니다

실수요자 2021-01-18 14:38:18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정말 불편함
불편함이 예술이다~ 라고 말하는것 같아 더 기분 나쁩니다.
그럼 버스 정류장이라도 체계적으로 만들고 노선도 늘리던가요.
놀고있는 정류장도 많던데~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는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