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등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이 등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황현영교사
  • 승인 2021.01.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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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해밀초 교사 황현영...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오고 싶은 교실 만들기
학생들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 대자보 교장실에 붙여 주 3일 등교 관철
황현영 교사

지난해 9월 1일 1명으로 시작했던 가람반은 길게는 한 학기, 짧게는 한달을 만나고 16명이 되어 졸업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새로 개교한 학교에 전학을 와서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냈고, 제1회 졸업생이 되었다.

사춘기가 막 시작된 아이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함을 알기에 나의 이번 학기 목표는 우리 반 학생들이 무사히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오고 싶고, 기대가 되는 그런 따뜻한 교실을 만들고 싶었다.

3년 전부터 ‘오늘의 편지’와 ‘오늘의 선생님 pick’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손 편지를 좋아한다. 휴대폰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손 편지가 주는 힘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퇴근하기 전 칠판에 ‘오늘의 편지’를 적어놓는다.

‘오늘의 편지’를 적는 이유는 등교해서 선생님의 따뜻한 말을 보고 하루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의 편지’ 내용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날 우리 반이 잘했던 일을 칭찬해주기도 하고, 예쁜 시나 책의 한 부분을 써놓기도 한다.

‘오늘의 편지’ 옆에는 ‘오늘의 선생님 pick’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는 매일 다른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다. ‘오늘의 선생님 pick’은 한 명씩 정해 그 아이에게 손 편지를 쓴다. 그리고 손 편지를 아이의 책상 서랍에 넣어 놓는다. 그렇게 16명 모든 아이들에게 손 편지를 적어줬다. 가끔 책상에 답장 편지가 놓여 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가람반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그렇게 졸업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2월. 다시 한번 등교방식 조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여러 논의 끝에 매일 등교에서 주 1회 등교로 변경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졸업식을 포함해서 학교에 3번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교장실에 우리 반 아이들이 쓴 글이 붙어 있었다.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 저희 6학년은 매일 등교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다음 주부터 등교를 못하고 원격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사, 전학으로 서로 만난 지 2주, 한 달도 안 된 친구도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기까지 3주 남은 것도 모자란데, 3일 등교는 저희한테 너무 속상합니다.

그러니 교장선생님! 저희를 한 번 믿고 매일 등교를 허락해주세요. 저희는 최악의 졸업식을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방역수칙, 마스크, 손 소독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 6학년은 선생님과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해밀초 교장실에 붙어있던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대자보와 해밀초등학교 전경

그렇게 등교 방식은 재논의 되었고, 등교 인원과 거리두기를 고려하여 6학년은 주 2회 등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게 되며, 나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매일 학교를 오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공부하는 이런 모습,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모습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에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학교는 아이들이 있어야 빛나는 곳이다. 나는 교사로서 그곳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그리고 친구들과 더불어 삶을 가꿀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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