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요?..."미덕은 코알라처럼 느린데서 나온답니다"
호주는요?..."미덕은 코알라처럼 느린데서 나온답니다"
  • 조수창
  • 승인 2020.11.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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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 "느리지만 환경변화 받아들이는 호주"
내년 1월 귀국, "좋은 나라 실감하겠지만 '빨리, 빨리' 제대로 가는 지 확인필요"

<2018년 2월 호주로 연수를 떠난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이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호주의 생활 정책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연수를 떠날 때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틈틈이 세종시와 관련된 글을 써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잊지 않고 카톡으로 또다시 기고를 보냈다. 조 전국장은 "느리긴 해도 지내다보면 흥미롭다"고 호주에서 생활을 표현하면서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양국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다음은 조 전 국장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씀>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

호주에서 인터넷을 설치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설치예정일 전날 ‘내일 오전 8시 내지 오후 6시 사이에 방문 예정’이라는 문자가 왔다.

그런데 학수고대하던 당일 오후 5시 즘에 ‘방문이 다음날 오전 8시 내지 오후 6시로 연기’라는 문자가 다시 왔다.

이렇게 느리긴 해도 지내다보면 흥미로운 호주의 생활정책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분야별로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도시분야

디지털운전면허증, 낚시면허, 코로나정보 등을 통합 서비스하는 앱 이외에도 잦은 산불이나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호주에서는 산불이나 정전이 발생한 위치, 현황 등의 정보를 온라인 지도와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각종 공사·사고 등으로 인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지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뉴사우스웨일즈주 주정부는 생활에 필수적인 주유비, 가스요금, 전기요금 등을 업체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사이트(Energy Switch, Fuel Check)를 마련하여 정보를 주고 있다.

▲친환경분야

친환경과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주정부의 정책대응이 다양하게 확인되는데,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녹색교통이용, 재활용 등에 대해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를 영화관, 식당, 카페, 체육관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그린머니(Green Money)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시에서는 재활용의류를 활용한 패션쇼와 판매행사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고, 남호주 아들레이드시는 호주 최초로 플라스틱이 없는 지구(Plastic Free District)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에어컨을 고효율로 교체할 때 보조를 해주는 사업이나 화학생활용품을 별도로 수거하는 프로그램도 널리 도입되어 있다.

Fuel Check 초기화면

▲공동체분야

멜버른시의 수리카페는 의류, 가구, 전기제품, 자전거, 그릇, 장난감 등을 가져가면 전문적 솜씨를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고쳐주고, 수리방법도 배우면서 실습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아들레이드시의 ‘Movember’는 ‘Moustache’와 ‘November’의 합성어로 남성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캠페인으로 콧수염을 기르면서 기부활동을 하게 한다.

아들레이드시 교통청(Adelaide Metro)은 11월 중에 10개의 트램과 20개의 버스에 콧수염을 붙이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상적인 것들 중에 유례없는 큰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애쓴 소방관을 격려할 목적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영상이미지를 통해 감사메지시를 전달한 것이 있다. 

술집에서 여성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점원에서 말하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캠페인 ‘Ask For Angela’가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만점이라고 한다.

브리즈번 시 교통지도

▲교육분야

호주는 고등학교 때 학기 중 노인시설·호텔·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게 한다. 또 2학년 즈음에 대학 또는 직업학교(TAFE)로의 진학을 결정한다.

대학 진학 학생은 적성을 감안하여 미리 선택한 다섯 내지 여섯 과목에 대해서 졸업시험을 치르게 되고, 직업학교 진학 학생은 고2부터 건설·패션·요리·미용 등 다양한 직종과 관련된 수업을 다른 학교에 가서 수강할 수 있다.

직업학교는 학생들을 활용하여 식당, 미용실, 체육관 등을 직접 운영하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아 인기가 좋은 편이다.

이외에도 뉴사우스웨일즈주는 ‘Life Ready’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전에 돈 관리, 자동차 구입·운전, 도박·약물 중독, 성문제, 해외여행 등에 관한 25시간의 의무교육을 받도록 한다.

또한, 퀸즐랜드주는 어릴 때부터 제품정보, 금융사기, 소비자권리 및 돈의 사용방법 등을 교육할 목적으로 ‘Buy Smart’ 공모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쟁점에 대한 발표자료 평가를 통해 수상자에게 상금을 지급한다.

‘모든 미덕은 느린데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코알라처럼 느리긴 해도 과학기술과 환경변화를 받아들이며 공동체와 미래세대를 품으려는 호주의 진중한 접근을 볼 때, 이 말이 일리 있게 들리기도 한다.

반면,‘빨리 빨리’로 유명한 우리는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를 더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사회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챙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 중순 나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 그 속도감에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실감하겠지만, 예전처럼 그 뒤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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