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 만난 ‘지하철 1호선’... 20여년 지나도 해학·풍자는 ‘여전’
세종서 만난 ‘지하철 1호선’... 20여년 지나도 해학·풍자는 ‘여전’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11.19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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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절 지하철 1호선에 모인 비루한 인간 군상들 통해 시대상 통렬한 묘사
자동문 고장으로 공연 20여분 중단 ‘옥의 티’... 수리 후 재개, 주최측 "사과"
세종문화재단 창립4주년 기념공연으로 락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됐다.
세종문화재단 창립 4주년 기념공연으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됐다.

한국 뮤지컬계의 전설이라는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공연이 18일 오후 3시와 7시30분 두 차례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3시 공연이 15분쯤 진행됐을 때 무대장치의 기계 고장으로 20여분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주최측은 공연 중단 직후 “기계장비 고장으로 수리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직접 나와 공지했고,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며 기다렸다.

이후 재개된 공연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180분간 진행됐다.

중간 휴식시간에 주최 측은 “기계고장은 제작진이 가져 온 무대장치인 자동문의 오작동으로 옷이 끼어 발생한 것이었고 수리됐다”며 “공연중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 7시 반 공연을 재관람 하거나 원하는 관객에게 환불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던 한 세종시민은 “서울에서만 볼 수 있던 공연을 세종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좋았고, 공연에 만족한다”며 공연 중단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당황한 것 같아 안타깝다, 잘 해결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온 관객은 “공연 중단 문제에 대해 주최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공연중단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의 낮 공연인데도 200여명의 관객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GRIPS) 극단 폴커 루드비히의 ‘Line(라인) 1’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가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 각색했다.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달픈 소시민들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작품으로 20세기 말 IMF 시절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이 뮤지컬은 1994년 국내 초연 이후 72만명이 관람한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전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무임승차 밴드’의 연주로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소시민의 삶을 표현한다.

이 뮤지컬의 형태가 다소 낯선 이유는 ‘레뷰’ 형식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에서 시작한 뮤지컬 형식으로 ‘특별한 줄거리나 플롯 없이 음악에 치중해 시사, 풍자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뮤지컬’을 말한다.

고작 11명의 배우가 97개의 배역을 소화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을 좇다 보면 170분의 공연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제비’가 건네준 주소와 사진만 갖고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연변처녀 ‘선녀’.

청량리행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서울 사람들은 일상에 쫓겨 무표정하고 냉담하기만 하다.

‘제비’가 건네준 주소인 청량리 588은 사창가였고, 거기서 만난 늙은 창녀 ‘걸레’는 꿈의 대상인 ‘안경’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지하철에 몸을 던진다.

‘곰보할매’의 포장마차에서 ‘빨강바지’를 만난 ‘선녀’는 ‘제비’의 실체를 알고 절망하는데...

98년 11월의 서울 지하철의 풍경.

기자 또래나 그 이상의 관객들에겐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젊은 관객은 부모세대의 모습을 엿보는 기회가 됐을 것 같다.

‘지하철 1호선’은 창립 기념공연으로 뮤지컬을 선보이는 세종문화재단의 창립 4주년 기념공연으로 기획됐다.

무대기계고장으로 공연이 잠시 중단됐을때도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무대장치 기계고장으로 공연이 잠시 중단됐을 때에도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독일 원작의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작곡가 김민기의 연출 번안으로 새롭게 태어나 소극장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일 원작의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작곡가 김민기의 연출, 번안으로 새롭게 태어나 소극장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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