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대 영화만들었다 ...'가치 캅시다’ 첫 선
한국영상대 영화만들었다 ...'가치 캅시다’ 첫 선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0.11.14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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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학교 교수·학생들 1년여 제작... 세종시, 대전·서울·동두천 등지서 촬영
카투사 내부의 갈등 그려... 내년 개봉-영화제 출품 목표, 세종문화재단 후원
단편영화제서 인정받은 조승원 감독이 연출... 영상대 제작 3번째 장편영화
영화 ‘가치 캅시다’의 한 장면

세종시에서 촬영했다는, 궁금해 했던 영화가 13일 첫선을 보였다.

영화 타이틀은 ‘가치 캅시다’. 한미동맹을 강조할 때마다 나오는 말, 그 ‘가치 캅시다’(We go together)가 영화 제목이다.

러닝타임이 100분으로, 장편영화이다. 방송·영상 특성화 대학을 표방하는 한국영상대학교(총장 유재원)의 교수·학생 등이 제작했다. 대학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만든 영화가 장편영화라니 선뜻 믿기지가 않는다.

영화를 전공하는 교수와 학생이 있고, 영상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대학이 장편영화를 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제작사인 ‘감성스토리’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공동제작인 셈.

여기에 세종시와 세종시문화재단이 추진하는 ‘2020 예술지원사업’(청년예술가 육성, 지역특화 문화쿤텐츠 창작) 대상 작품에 선정돼 후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가치 캅시다’는 13일 오후 2시 세종시 장군면 소재 한국영상대학교 국제관 인산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였다. ‘언론 및 VIP 시사회’라는 타이틀 아래 영화 제작 완료 후 맨처음 상영된 것.

기자들과 영화전문 블로거, 제작·배급사 관계자들, 학교 관계자 및 학생들, 출연 배우들이 지켜봤다. 후원을 한 세종시문화재단의 김종률 대표이사와 김혜옥 사무처장도 함께 자리를 지키며 영화를 봤다.

출연했던 배우들도 “완성된 작품은 이번에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영화 타이틀이 시사하듯이 주인공은 전역을 앞둔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이다. 주로 명문대학 졸업생이나 휴학생들이 간다는 카투사에 입대한 주인공의 최종학력은 고졸에다, 가정형편은 상당히 어려운 편으로 묘사된다. 때문에 일반에는 좀 낯선 카투사 부대에도 학력 및 계층에 따른 갈등이 존재하고 또 떠오른다.

영화 ‘가치 캅시다’의 한 장면

주인공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전역 후 미국 시민권 취득을 기대하고 미군에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는데, 복무 중 군용품 하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어 추천서에 카투사 동료들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이 사인을 받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흐름인데, 사인을 해줘야 할 명문대학 출신 카투사 동료들은 그가 정식 미군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영화 초반은 경쾌하고 익살스런 분위기에서 시작하지만 갈등은 점점 불거진다.

사인을 해 달라는 남자주인공의 호소에 “미군이 되면 미국 시민권을 딸 텐데, 그럼 나와 같아지는 거잖아...”라는, 못마땅해 하는 친구의 대사가 이 같은 갈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상업영화로의 배급을 목표로 한다고 천명한 것처럼, 전문연기자들인 남녀 주연과 조연배우들의 연기 호흡과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은 인상적이다. 촬영 기법과 로케이션에도 상당한 신경을 기울였음을 한눈에 알게 된다.

영화는 지난해 10월 세종시 아름동에서 크랭크인 해, 새뜸마을·영상대 캠퍼스 등지에서 찍었고, 대전·서울·경기 동두천 등지를 로케이션 하며 지난 6월까지 촬영을 했다.

다만 미군부대와 그 주변 공간을 주된 소재로 한 영화 특성 때문에 영어 대사가 많아 한글 자막을 읽어야 하고, 스토리와 장면이 주는 자극이 특징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에 익숙해진 일반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토요일인 14일에는 오후 2시 한국영상대학교 아트플라자에서 세종시민을 대상으로 상영회를 진행한다. 두 번째 영화 상영인데, 대형 LED 450인치 스크린과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이 영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영화의 연출 메가폰은 한국영상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한 조승원 감독이 잡았다. 카투사 출신인 그는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같은 타이틀의 단편영화를 2018년 개봉한 바 있다. 러닝타임은 30분.

이 단편영화로 그는 2018년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바스타우국제학생영화제 각본상’, ‘울산뉴미디어영화제 우수상’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실력파다.

13일 오후 영화를 처음 상영하기 전 여자주인공 박한이(왼쪽 두 번째), 남자주인공 김기현(왼쪽 세 번째), 조승원 감독(왼쪽 네 번째)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그는 “단편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하고자 장편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20 제18회 국제독립영화제’(IIFA, International Independent Film Awards)에서 각본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는 것.

이 대학 영화영상학과 김형두 교수는 “영화영상학과는 매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장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가치캅시다'는 교수들과 4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대학생이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좋은 작품이 나와 다행이다. 앞으로도 많은 영화인을 배출하는 학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영상대학교는 3년 전부터 매년 장편영화를 제작(2018년 ‘기생’, 2019년 ‘계절과 계절 사이’)하고 있다. 가치 캅시다는 내년 개봉과 국내외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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