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조치원 대학가, "코로나19 끝은 어디인가요"
불꺼진 조치원 대학가, "코로나19 끝은 어디인가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11.04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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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 앞 원룸 '텅텅', 기숙사도 절반이 비어
북적였던 밤 문화는 오래 전 일... 문닫고 막노동, 배달 등 일거리 찾아
학생들의 간단한 식사와 간식, 생필품까지 책임지던 24시간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학생들의 간단한 식사와 간식, 생필품까지 책임지던 24시간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 사태 9개월째 맞는 2학기도 중반, 조치원 대학가는 인적이 뜸했다.

2020년 11월 3일, 대학촌이 만들어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코로나19 전에는 대학생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고려대학교·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사이의 대학가로 불리는 신안리 일대 원룸촌엔 오가는 학생도 거의 없었다.

24시간 편의점은 아예 문을 닫았고, 문을 연 상가만 드문드문 보였다. 그나마 영업 중인 식당과 카페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임대구함’이라는 푯말을 붙인 상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문을 닫은 편의점 주인은 “매출이 너무 줄어 편의점 임대료는 그대로 물며 막노동과 배달일을 하고 있다”며 “언제 학생이 돌아와 장사를 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려대 캠퍼스에 들어가 보았다.

한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오후 2시쯤에도 수업 이동을 위해 이동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고려대 진리관 기숙사 앞에서 만난 1학년 학생 김 모군은 “수업이 거의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학교에 오지 않고 집에서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많다”며 “500여명 정원의 기숙사는 200여명밖에 없어 좀 썰렁하고 기숙사 식당도 운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홍익대 캠퍼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교정에서 만난 4학년 학생 박 모군은 “비싼 등록금을 냈는데 집에 있으면 부모님께 죄송해, 학교에 왔다”며 “작년 이맘때는 취업이 됐다는 선배들도 꽤 있었는데, 올해는 동기들 사이에 취업 소식이 전혀 없고,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찾기 어려워 힘들다”고 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이 집이라는 1학년 학생 서 모양은 “수업료를 500만원이나 내고 있으면서 대면 수업을 거의 받지 못했다. 캠퍼스 생활을 꿈꾸며 고3생활을 버텼는데 너무 우울하다. 1년을 학교에 다녔지만 같은 과 친구들 얼굴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래도 올해 차단막까지 쳐야 하는 고3 수험생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인 것 같기도 하다”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부분의 대학가와 마찬가지로 조치원에 있는 대학가 상가와 원룸촌도 손님이 끊기고 매출이 주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해가 진 대학가엔 호프집과 카페 노래방은 문을 닫고 편의점 하나만 영업중이었지만 매출은 크게 줄었다.

비대면 수업이 늘어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면서, 원룸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면서 학생들의 자취 수요가 줄어, 원룸의 공실이 크게 늘었다.

조치원 신안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원룸이나 투룸의 경우 인근 직장인이나 단기노동자의 수요가 가끔 있지만, 학생들 수요는 거의 없다”며 “특히 지은 지 오래된 원룸은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좌석이 넓어 학생들 단체회식에 많이 이용됐던 A식당도 코로나에 매상이 반 이상 줄었다. 점심시간인데도 홀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간간이 배달 주문만 들어왔다.

이 식당 주인 김 모씨는 “코로나19로 단체손님이 하나도 없다. 배달업체에 지불하는 광고비와 배달비가 부담되지만, 그나마 배달손님이 있어 어렵게 유지된다”며 “배달 범위도 충북 청주시 오송과 강내 등 시외까지 넓히고 영업시간도 새벽 두 시까지 늘리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배달차량을 서둘러 몰았다.

저녁시간은 더 심각했다.

카페와 술집이 몰려 있는 신안리 한 골목은 불이 켜진 업소가 몇 곳 되지 않아 컴컴했다. 그나마 문을 연 카페와 술집도 손님이 없거나 한두 명만 간간이 보이고 이 골목 유일하게 환하게 불을 밝힌 편의점에는 끼닛거리를 사러 들른 학생만 몇몇 다녀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조치원 다른 동네도 사정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지만 조치원 대학가는 여느 학사촌과 마찬가지로 더 힘들어 보였다. 극심한 불경기는 아무래도 코로나19사태가 마무리되어야 끝이 날 것 같았다.

카페나 호프집에도 거의 손님이 없다.
기대에 가득 차 입학한 대학 캠퍼스에선 대면수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같은 과 친구들 얼굴도 잘 모른다.
기대에 가득 차 입학한 대학 캠퍼스에선 대면수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같은 과 친구들 얼굴도 잘 모른다.(사진은 고려대 진리관 앞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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