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리에서 순교한 군종신부 펠홀터를 아시나요"
"용담리에서 순교한 군종신부 펠홀터를 아시나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10.2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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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21일만 금남면 용담리에서 부상병들과 함께 최후 맞아
적 총구 앞 죽음 목전에 두고 '병자성사'로 종교인으로서 사명감 다해
한국전쟁 발발 21일만에 부상당한 미군들과 함께 순교한 군종신부 허먼 G. 펠홀터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은 당시 열 살로 두만리에 사는 고성근씨(사진 앞쪽)가 임재한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모임 회장에게 순교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초기 세종시 금남면 용담리에서 순교한 허먼 G. 펠홀터 군종신부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지역사회 인사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특히, 군종 신부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병자성사(病者聖事, Last Rites)를 행한 그의 희생정신을 후대까지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순교 장소에 기념비라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적의 펠홀터 신부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21일째 되던 날인 1950년 7월 16일 금남면 용담리 부근에서 부상병 30여명을 포함한 미군 100여명과 인근 야산으로 이동했다.

당시 치열했던 금강 전투에서 밀린 미군은 부상병들을 옮기던 군인들이 탈진해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판단, 군의관인 린턴 J. 버트리 대위와 펠홀터 신부가 부상 군인들과 같이 남았다. 증원군이 오면 같이 이동할 생각이었다.

이날 밤 9시쯤 발자국 소리가 들려 아군이 오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북한군이 왔고, 죽음을 직감했다. 그는 군의관 버트리 대위에게 먼저 피신하라고 요청하고 자신은 부상당한 병사들을 위해 적의 총구 앞에서 종교인으로서 마지막 병자성사를 집전하기 시작했다.

가슴에는 군종 신부를 상징하는 십자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으나 북한군은 무자비한 총격으로 부상병을 비롯한 미군 100여명과 펠홀터 신부는 죽음을 맞게 됐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먼저 순직한 신부가 됐다.

펠홀터 신부의 권유로 먼저 피신한 버트리 대위가 1953년 7월 21일 미국 상원 ‘한국전쟁 학살 소위원회’에 출석, 증언을 통해 군종신부라는 사실 확인에도 총살시킨 북한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다.

휴전 직전인 1953년 7월 미국은 세종시 금남면 용담리 비룡소 부근에서 시신을 수습, 본국으로 송환해갔고 펠홀터 신부 이야기는 인근 부락 두만리에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었다.

허먼 G. 펠홀터 군종신부. 사진 가톨릭신문 제공

당시 열 살이었던 고성근씨(80·금남면 두만리)는 “북한군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미군들의 시신 100여구가 묻혀 있던 장소를 어렸을 적에 직접 보았다”며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시신을 수습해 갔지만 군종신부는 북한군 총탄 2발을 맞고 즉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잊혀져 가던 군종신부 이야기는 가톨릭신문에서 지난 6월 21일자 9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세종지역 향토사 연구가들로부터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들과 함께 종교인으로서 죽음 앞에서 사명을 다한 군종신부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념할 만한 표식 정도는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금남면인 고향인 최창희(75) 한림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가톨릭 교계에서 펠홀터 신부의 죽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세종시에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임재한(62) 세종시문화관광해설사 모임 회장은 “세종시가 신도시로 조성되면서 지역에 관한 전통과 역사에 대한 발굴을 많이 하고 이를 정립해야 한다”며 “군종 신부의 순교 스토리는 종교인으로 가져야 할 금도(襟度)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에 본사를 둔 가톨릭신문은 ‘총구가 머리 겨눈 순간에도 병자성사...“기념비라도 세웠으면”이라는 제목으로 펠홀터 신부의 죽음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53년 미국 상원 청문회 기록과 금남면 주민들의 증언, 당시 금남면 주변 금강 전투 상황, 그리고 선종 4일 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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