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 예쁘다고 마구 심으면 안된다
핑크뮬리, 예쁘다고 마구 심으면 안된다
  • 김선미
  • 승인 2020.10.21 08: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칼럼] 국감에 오른 핑크뮬리와 해상 케이블카 난립 문제
한가지 식물과 색으로 전국 뒤덮는다면 그것은 자연에 대한 테러

‘더 높고 더 크고 더 길면’ 기존 시설은 금세 애물단지 전락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투명하도록 맑고 높은 푸른 하늘,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아련한 분홍빛이 살랑살랑 잔잔한 물결처럼 흔들리며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식물. 이맘때쯤이면 많은 이들의 휴대폰에 담기고 SNS에 앞다퉈 등장하는 갈대를 닮은 분홍빛 식물, 미국이 원산지인 바로 ‘핑크뮬리’다.

특유의 색감과 독특한 분위기로 인기몰이에 나선 핑크뮬리가 올 국정감사에서 난데없이 유해성 시비로 도마 위에 올랐다. 몇 년 사이 SNS 스타 식물이 된 핑크뮬리가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이라는 사실이 국감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1급은 생태계 위해성이 매우 높은 종으로 퇴치해야 하는 생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악명 높은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돼지풀이 등이다. 생태계 위해성 2급은 1급 생물처럼 당장 엄청난 위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식물로 알려졌다.

SNS 스타 식물 핑크뮬리의 역설, 생태계 교란 논란으로 국감에 오르다

비록 당장의 위해성은 없다지만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갖고 있는 핑크뮬리를 예쁘다고 마구 심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설마 최근 개원한 세종국립수목원은 핑크뮬리를 심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핑크뮬리의 위해성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환경부의 식재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식재 면적을 경쟁적으로 넓혔다. 이미 축구장 14~15개 넓이에 식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것만 그렇다.

이렇게 가다가는 봄이면 온 나라가 벚꽃에 묻히듯 조만간 가을이면 전국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핑크뮬리의 위해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지자체의 무차별적 너도나도 베끼기 풍조다.

서로서로 베끼기에 나선 결과 형용색색의 다채로운 봄꽃, 수십 가지의 스펙트럼을 가진 분홍색 대신 오직 한가지, 벚꽃의 연분홍만을 혹은 가을의 색상을 핑크뮬리의 색만으로 기억하게 된다면 그것은 자연에 대한 테러이자 참사다. 단일 수종에 따른 생태계 교란과 불균형은 또 다른 문제이다.

남해안에 이어 서해안에 부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붐, 충남 지자체도 가세

어디 꽃이나 식물뿐만이랴. 최근 충남도에 불고 있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바람도 그렇다. 2008년 통영을 시작으로 몇몇 지자체들이 바다 위를 오가는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 유치에 대박을 냈다.

이후 해안을 끼고 있는 각 지자체들은 통영의 성공신화를 좇아 너도나도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다.그 결과 너무 많은 지자체들이 한꺼번에 해상케이블카 설립에 뛰어들어 난립하는 바람에 일부는 이미 쇠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의 해상케이블카 건설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전남 목포 해상케이블카를 시작으로 남해안권을 넘어 이제는 서해안권으로 상륙 중이다. 서해안권 해상케이블카 설치 대열에 충남도 지자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인접 지역끼리 중복 희소성 사라져, 출렁다리 재판 출혈경쟁 우려

서해안을 끼고 있는 태안, 당진, 보령 등 3개 자치단체들이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준비 중에 있다. 이들 지자체들 계획대로라면 2~3년 내에 새둥지 같은 케이블카들이 서해안을 그림처럼 장쾌하게 가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해상케이블카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며 과열경쟁을 넘어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데다 출렁다리처럼 지역끼리의 무한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양군은 10여 년 전인 2009년 천장호수를 가로지르는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인 길이 207m의 출렁다리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 명성은 2018년 402m 길이의 예산군 예당호에 내주게 됐다. 예당호 출렁다리도 조만간 최장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논산시 탑정호에 동양에서 가장 긴 600m의 출렁다리가 내년에 완공예정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에 심어진 핑크뮬리. 서영석 시민기자 촬영,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에 심어진 핑크뮬리. 서영석 시민기자 촬영,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무차별적 베끼기, 황금알 낳는 거위 관광 대박이 아닌 하향평준화

인접 지역끼리 중복되는 해상케이블카 설치가 출렁다리 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1.8km 3.5km 4.6km 등 케이블카 길이만 다를 뿐 섬과 섬을 연결하는 비슷한 유형인데다 더구나 이들 3개 지자체는 서로 1시간 거리도 안 되는 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희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여기저기 난립하게 되면 기존 시설을 압도하는 규모나 특성을 갖지 않으면 기대했던 설치 효과는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다른 지역에 ‘더 높고 더 크고 더 긴 게(놈)’이 나타나면 기존 케이블카는 금세 고철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온 나라를 한 색깔로 뒤덮는 핑크뮬리와 벚꽃, 온 해안을 촘촘히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적 특색과 다양성을 죽이는 베끼기와 획일성은 모든 지역을 다 같이 하향 평준화하며 볼품없이 만들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선영 2020-10-27 09:26:53
핑크뮬리 위해성 검증된 바도 없고 국내 위해 사례도 없습니다. 성급한 발표로 시민들의 즐길거리와 지역산업을 묵살시키는 발표는 자제해야 합니다. 핑크뮬리는 대부분 관리영역안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위해성 없고,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는 식물로 연구되었습니다. 섣부른 발표하지 말고. 자유롭게 재배하여 지역 관광활성화와 시민휴식에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핑크뮬리 유해성 검증된 바 없습니다. 재배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