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기업 만남통해 세상과 교육 연결해야..."
"학생과 기업 만남통해 세상과 교육 연결해야..."
  • 송명석
  • 승인 2020.10.16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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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명석 세종교육연구소장...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대처방법
새로운 시대, 교사 역할에 대한 기대 달라지고 교육 본질에 충실해야

<송명석 세종교육연구소장이 비대면 교육시대를 맞아 우리의 교육이 대처해야 할 방법을 기고로 보내왔다.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교육의 시대에 우리는?'이라는 제목으로 송 소장은 코로나 이후 학교를 상상하고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송명석 박사의 기고 글 전문이다. 편집자 씀>

송명석 소장
송명석 소장

포성과 살상만 없었지 지금은 사실상 제3차 세계전쟁이나 다름없다. 갑자기 닥쳐온 세계적 재앙 앞에서 인간들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의 쓰나미를 맞았다. 모든 영역에서 이제 출발을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그 중에서 국가와 미래 인류의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분야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교육 분야이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를 상상해 본다. 과연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학기 방침도 혼선을 빚고 있다. 원격 수업과 간헐적 등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불가피한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수업의 질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교가 위기를 맞은 것은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육은 사회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코로나로 교육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이 시기는 우리에게 ‘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비로소 교육의 본질에 대하여 제대로 고민하고 접근하는 진정한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학교는 미래의 실험실이다. 교사는 그 미래를 그려 내는 실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과 마주하는 법을 배운다. 당장 앞에 놓인 입시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배움의 목적과 방법을 재 정의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앉아서 듣는 학생이 아닌 문제를 발견하는 학생, 담장을 허물고 학교 밖의 전문가·기술과 연결되는 학교,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돕는 교사, 경험과 협업으로 배우는 진정한 미래의 학교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유명 철학자 조지 산타야는 “오로지 학교에서만 교육받은 아이는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학생이 습득하는 지식이나 기술이 사회적 맥락이나 사회의 필요와 맞닿아야 한다는 의미다. 어른들이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문제를 맞히는 힘이 아니라, 전에 없던 문제를 발견하는 힘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에 계속해서 적응하며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과 기업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이끄는 유일한 전문가였다면, 배움의 범위와 현장이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배움에 참여한다. 싱크 글로벌 스쿨, 거꾸로 캠퍼스의 알파 랩, 퍼듀 폴리테크닉 고등학교는 모두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한다. 학생과 기업 또는 기관 간의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초기에 현장 답사나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검색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를 얻거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아직 국내에서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 대상 인턴십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 공교육의 혁신 모델로 평가받는 메트 스쿨을 설립한 엘리엇 워셔는 학교를 넘나드는 배움(Leaving to Lear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열망하는 직종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며, 관심사와 역량을 기반으로 교과 학문적 기술을 응용한다. 이러한 접근은 학생을 교육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 가능한 파트너로 여기는 것에서 시작되며, 학생의 입장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 다음은, 세상과 연결된 배움이어야 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직접 경험을 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일본의 아이클럽은 청소년의 도전 의식과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학교와 기업을 연결하는 스타트 업이다. 교육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소도시나 산업 도시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비즈니스 기획 프로그램을 제공 한다. 학교가 속한 지역을 배움이 일어나는 환경으로 설정하고, 지역 사회 기관이나 기업의 전문 인력들이 배움에 함께 참여한다면 실제 세상과 연결된 배움이 가능하다.

셋째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달라야 한다.

학교 밖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교사의 역할이 축소된다거나, 반대로 교사가 너무 많은 것을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교과 지식, 역량, 진로 상상력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성장의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이해하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와 자원에 연결한다.

학교 밖 배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 누구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학생이 얻는 경험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사 일정 내내 학교 밖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교사는 학생이 학습의 동력과 주체성을 잃지 않도록 프로젝트 과정에서 되짚어야 하는 질문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작업과 자원을 파악한다.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학생과 함께 고민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19 이후는 위기가 지난 후에 학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교육의 시대, 즉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이제 온라인 학습, 원격 수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비 대면에 익숙해지고 인공지능 등의 최 첨단 기술이 교육과 만나면서, 학습이 더 이상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기술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학습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몇 년 전부터 학교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오고 있다.

온라인 학습이 활성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사람은 단연 학부모와 선생님들이다. 온라인 학습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가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또 전에는 교실에 모여서 교사가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며 익히기만 하면 되었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온라인 학습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정적으로,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엄청난 정보를 접하며 생활하기 대문에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지식을 접할 가능성도 커진다. 예전의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하게 된다.

1. 인터넷 검색이 모든 지식을 알려주는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2.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3. 온라인으로 필요한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다면, 학교나 교사는 왜 필요할까?

곧 교실이 없는 시대가 교육의 시대적 흐름이 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학교의 역할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가 매우 필요하다. 사회적 협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학습자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교육과정)’, ‘학습자를 지원할 교사는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가(교원)’, ‘역량 있는 교사를 양성할 체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교원양성체제 개편)’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

이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아가 교육의 본질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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