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정답이다
교육복지,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정답이다
  • 백선수 장학사
  • 승인 2020.09.3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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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종시 교육청 백선수 교육복지과 장학사
민․관․학교가 함께 하는 아동‧청소년 복지 안전망

교육복지는 비단 세종시 만의 현안은 아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복지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교육의 혜택이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백선수 세종시 교육청 교육복지과 장학사는 세종시의 교육복지 구축을 위한 제안을 기고 해왔다. 백 장학사가 구상하는 세종형 교육복지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씀

백선수 장학사

【에피소드 1】

지난 2017년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교육복지와 관련한 정책연구를 수행하면서 학교 안팎의 복지를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담동 복합커뮤니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도담동 복합커뮤니센터에는 학교 강당보다 훨씬 큰 강당에다가 여러 강의실, 그리고 사방에 대형 거울이 부착된 무용실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만약 저러한 곳에 인근학교 학생들을 모아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교육소외계층 학생의 낙인 효과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에피소드 2】

지난 2019년에는 세종교육원에 근무하다가 올해부터 다시 교육복지 업무를 맡게 되었다. 우리교육청에는 교육소외계층 학생이 밀집한 학교를 교육복지선도학교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총 23개이다. 그 중에 교육복지사가 있는 학교를 제외하면 교육복지사 없는 학교가 13개교(57%)이다. 이러한 교육복지사가 없는 학교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종촌종합복지센터종합사회복지관(이하 종촌종합사회복지과) 등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봄에 종촌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하여 담당 과장님과 면담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과장님께서는 종촌종합사회복지관이 종합사회복지관인 관계로 노인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돌보는 역할도 겸해야 하는데, 지난 해 교육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였으나 수강생을 모집하지 못해 폐강했으며, 올해에는 예산마저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올해에는 서로 협업하여 복지사업을 추진해 보자고 하였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세종시 생활권역별 통합교육복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협약식은 세종형 교육복지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에피소드 3】

세종시의 드림스타트 사업은 0~12세 취약계층 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기관과 자원을 연계하여 가정방문을 통해 아동의 발달영역에 맞는 맞춤형 사례관리를 실시한다. 얼마 전 드림스타트에서 사례관리 업무를 맡고 계신 복지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복지사가 5명뿐이어서 세종시 전체의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사례관리하기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정은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학교 및 북부학교지원센터, 교육청에 있는 10명의 교육복지사로 세종시 전체의 취약계층 학생을 모두 관리할 수가 없다. 이 지점이 바로 교육청, 학교, 시청이 협업해야 할 지점이다. 서로 협업한다면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복지사각지대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생활권역별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를 왜 구축하는가?

위의 에피소드에서도 살펴보았지만, 학교 안팎의 복지자원이 연계‧통합되지 못함에 따라 복지 혜택이 중복되거나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예산이 낭비되거나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교육취약계층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학교만의 자원으로는 교육취약계층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지원할 수 없다. 교육취약계층 학생이 밀집한 교육복지선도학교에 교육청에서는 500 ~ 2,8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고, 교육취약계층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에는 교육복지사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교육소외 현상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가장의 실직이나 주거환경 부실 등 학교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학교만의 노력만으로는 학생을 온전히 성장시킬 수 없고, 지역사회의 여러 복지기관이 함께 협업을 해야 한다. 특히, 가족 단위로 사례를 관리하는 읍면동의 맞춤형 복지와 협업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러한 거버넌스가 존재하지 않았는가? 이미 존재했었다. 사회보장위원회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그것이다. 그러면 왜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를 구성했는가? 무엇보다 이전의 거버넌스는 아동‧청소년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배제한 거버넌스였다. 따라서 이번 거버넌스는 아동‧청소년의 복지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거버넌스인 것이다.

앞에 붙은 ‘생활권역별’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거버넌스를 구축하되 학생의 통학이나 통원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기관끼리 협력하여 프로그램이나 공간, 인적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치원에 사는 학생에게 종촌종합복지관의 바리스타 프로그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올해 조치원거버넌스와 종촌거버넌스를 구축하였는데 추후에 학생․학부모 및 학교의 요구 등을 파악하여 거버넌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행복한 교육 동행을 위한 활동은 지역과 교육당국이 함께 참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활권역별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란 무엇인가?

레고 회사가 경영난에 빠졌을 때 회사는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고민했었는데, 컨설팅 회사에서는 기존 질문을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도록 했다. 이러한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을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즐거움도 좋아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어려운 기술을 익히고 이를 자랑하는 것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레고는 이때부터 힘도 더 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지만,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블록 장난감을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은 전 세계적인 장남감 회사가 될 수 있었다. 그처럼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앞서 왜(Why) 혹은 무엇(What)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하여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권역별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란 교육취약계층 학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통합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민‧관‧학교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말한다.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각각의 거버넌스에는 학교와 학교 밖 기관 중 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을 각각 1개씩 설정하여 그 기관의 실무자가 회의를 소집하거나 연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성하여 운영할 것인가?

이전에도 교육복지선도학교는 학교 밖 자원들을 연계하여 교육취약계층 학생들을 돌보는 네트워킹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이 구축하는 거버넌스는 기존의 네트워킹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한 학교와 여러 기관이 연계하는 ‘1 : 다수’의 관계가 아니라 여러 학교가 여러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하는 ‘다수 : 다수’의 관계이다. 따라서 네트워킹하는데 역량이 부족한 학교도 거버넌스 내에서는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다. 지난 7월 업무협약을 맺은 조치원거버넌스에는 7개교와 9개 기관이, 종촌거버넌스에서는 5개교와 13개 기관이 서로 협력하기로 하였다.

협력 방안으로는 학교 밖 여러 복지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우리 학생들이 참여하거나, 복지기관 선생님들이 학교로 찾아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고, 여러 기관의 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맞춤형 통합 지원 시스템은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 뿐인가?

아니다.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는 교육복지통합지원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학교, 교육청, 마을공동체(지역사회 복지자원)는 복지가 중복해서 전달되지 않도록 각자의 역할을 다 해야 하며, 기관들 간에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여 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은 무늬뿐인 거버넌스가 아니라, 실제로 협업이 이루어져서 그 혜택이 교육취약계층 학생들에게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그리고 2021년에는 거버넌스를 2개 더 추가함으로써 교육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이때 교육복지선도학교 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인근의 일반 학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교육복지통합거버넌스는 교육복지와 관련된 네 가지 난제, 즉 복지 사각지대, 전달체계의 중복, 낙인효과, 학생을 온전하게 성장시키기 어려운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학교와 마을이 협력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서로 중복되지 않게 조정하며,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임으로써 낙인감을 줄일 수 있고, 학교와 마을의 협업을 통해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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