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고향집 안 가고... 긴 추석연휴 쇠기 풍속도 ‘제각각’
시댁·고향집 안 가고... 긴 추석연휴 쇠기 풍속도 ‘제각각’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09.30 0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비대면 선물, 화상통화·안부전화로 추석 인사 대신해
장보기 품목도 바뀌어... 일부 시민들, 여행·호텔패키지 등 계획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석 명절엔 이동을 자제하자는 현수막이 세종시 곳곳에 붙어 있다.

“올 추석엔 시부모님이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하세요.”

세종시 보람동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올 추석은 “결혼 후 처음으로 추석 때 시댁에 안 간다”며 집에서 조용히 명절 연휴를 보낼 생각이다.

세종 도담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 모씨도 출가한 자녀들에게 “추석 명절 연휴에 어디 움직이지 말고 집에서 지내라”고 당부했다.

“화상으로 손주 얼굴을 보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가족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박 씨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연달아 ‘코로나 예방을 위해 고향 방문 및 외출·모임·여행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극복! 주민 여러분의 참여가 절실합니다’는 현수막이 세종지역 이곳저곳에 붙어 있다.

추석 장보기 품목도 많이 바뀌고 있다.

29일 오전 세종시 가람동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의 카트에는 제수용품 재료보다는 즉석식품과 과자, 라면 등 군것질거리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추석 연휴엔 집에서 가족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보내게 될 것 같아요. 명절에 부모님도 찾아 뵙고 여행도 다녀왔던 일상이 그리워요. 그런 명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장을 보던 한 주부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해는 확실히 건강기능식품이 선물로 많이 나갔어요.”

할인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한 모씨는 추석 명절 달라진 선물 풍속도를 이렇게 전했다.

이번 추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대면보다 비대면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존에는 택배로 선물을 보내거나 직접 만나 선물을 주고 받았지만, 요즘은 모바일 상품권으로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층도 카카오뱅크나 모바일 상품권에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이런 명절 분위기에는 아랑곳없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추석 연휴기간의 청주공항 - 제주공항을 오가는 비행기표의 여유 좌석은 그다지 남아 있지 않고, 관광지의 호텔은 제법 예약률이 높다.

서울 도심에 있는 호텔에서 연휴 이틀을 보낼 예정이라는 김 모씨는 “5세, 7세 아들 형제와 연휴 내내 집에 있으면 아랫집에도 민폐를 끼칠 것 같고 너무 답답할 것 같아 여행을 계획했다”며 “오히려 호텔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키지로 추석 연휴를 보내는 ‘호팩족’이 많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빈 방이 없다”고 말했다.

연휴에 여행 일정을 짜는 사람들을 보는 시민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도담동에 사는 시민 장 모씨는 “추석에 이동을 자제해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이 시기에 여행이라니 제정신인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추석 대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때가 때인 만큼 최대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오랫동안 학교에서 정상수업을 못했던 세종시 학생들을 위해 정상 등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추석 연휴에 코로나가 확산되면 정상등교가 어렵지 않겠냐”며 학생들의 정상등교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맞이하여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무엇보다 고향 부모·형제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 방문이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아쉽지만 언택트로 안부와 건강을 묻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 아닐까.

올해 추석은 움직이지 않고 집에 머물며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새 풍속도에 동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