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공부해서 전과목 만점 받았어요”
“아들과 함께 공부해서 전과목 만점 받았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10.03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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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다문화엄마학교 제1기 졸업생 김명춘씨 초졸검정고시 수석
초등학교 5학년 아들 공부 도와주기 위해 공부 시작
세종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김명춘씨가 교재를 들어보이면서 공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들 학교 공부를 봐주기 위해 엄마 학교에 지원했어요.”

지난 8월 세종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검정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김명춘씨(38, 소담동)는 세종 다문화엄마학교 지원동기를 밝히면서 활짝 웃었다.

25일 세종시 소담동 5단지 한양수자인엘시티아파트 자택에서 만난 그는 “한국 역사가 들어있는 사회과목이 가장 공부하기 힘들었다”며 “생각하지도 않았던 수석을 차지하게 돼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다문화 엄마학교는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실과, 도덕 등 7개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매일 수업을 하며 강의가 끝날 무렵에 형성 평가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켰다.

졸업생 11명 중 8명이 지난 8월에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응시해 한명만 탈락하고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김명춘씨는 전국 수석을 차지해 그동안 공부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중국 길림성에 사무실을 둔 무역회사에 다녔다. 한국인 직장동료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할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 와서 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이 한국으로 발령나서 함께 한국에 왔다. 조치원에 살다가 다시 러시아로 발령받은 남편과 러시아에서 2년 살았다. 그 후 세종시 소담동으로 이사왔는데 아이 키우기 좋고 동네 분위기가 좋아 세종시에 정착했다.”

- 공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공부를 봐주는 일이 버거워져 내가 직접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가 자녀교육에 고심하던 중 세종다문화센터에서 '더 이상 자녀교육 문제로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를 캐치프레이즈로 건 2020세종다문화엄마학교 학생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

3월에 개교한 세종엄마학교는 국어시험과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 등 면접과정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11명의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엄마를 선발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초등학교 7개 과목을 온라인수업과 원격수업으로 강의했다.

- 살림하면서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공부했나.

“일주일치 공부량이 동영상으로 제공되었다. 동영상 수업을 듣고 학습을 점검하는 시험을 보고 2주에 한번씩 ZOOM을 통해 실시간온라인 수업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 특별하게 다른 방식이 있었나.

“엄마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재도 충실했고 일주일간의 학습량을 정해주어 진도에 따라 공부하다보니 5개월만에 초등학교 과정을 끝낼 수 있었다. KAIST에서 개발한 학습사이클이 학습내용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것 없었는가.

“코로나19로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어서 아이와 엄마에게 모두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엄마학교 관계자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공부하기에 가장 어려운 과목은 무엇이었나.

“한국역사가 포함된 사회과목이 가장 어려웠다. 선생님이 이야기식으로 한국사 수업을 해 주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잊어버린 부분은 아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 중국에 살다 한국에 와 보니 문화적 차이를 느끼는가.

“중국은 행정 분야에 권위적 문화가 강한데 한국은 공항에 들어올 때부터 따뜻하게 환대받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상대할 때 너무 친절한 것 같다.”

김명춘씨와 인터뷰하는 기간 내내 중국인이었다고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마치 동네 아줌마와 함께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대한 관심은 국적과 문화에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엄마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학습자조모임'을 만들어서 계속 공부하기로 했다”며 “천천히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할 예정”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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