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봄법안 공방, 당사자인 학생은 소외된다
온종일 돌봄법안 공방, 당사자인 학생은 소외된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09.2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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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지자체, 서로 책임 떠넘기기 식 태도 일관 인상 줘
국가·학교·지자체, 아이들 잘 키우자며 머리 맞대야 할 때
코로나 사태로 학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돌봄체계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를 두고 학교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온종일 돌봄체계를 법으로 정하는 관련 법안 제출로 이해를 달리하는 학교와 학부모, 돌봄 교사 간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작 정책의 대상자인 아이들은 논외로 밀려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육부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해서 운영하는 것과 학교는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에서 책임지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교육기관과 학부모, 돌봄교사 등 관계자 모두 불평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지 돌보는 곳이 아니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지자체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반면, 학부모 측에서는 학교에 맡기면 안심할 수 있지만 장소제공만 하고 지자체가 관리하면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하는 엄마들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권칠승·강민정 의원의 온종일 특별법 법안소위 심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온종일 돌봄법이 학교의 주인인 학생은 안중에도 없는 법안이라며 학생 돌봄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 6월 10일 제출한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초등 아동의 온종일 돌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교육부 장관은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지자체장은 교육감과 협의해 지역의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센터를 설립할 수 있으며, 온종일 돌봄 시설의 설치 기준, 인력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고 했다.

또, 강민정 의원이 지난 8월 4일 제출한 법안은 초등 돌봄교실과 관련해 학교는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학부모들은 돌봄교실을 학교에 설치하되 그 책임과 권한을 교육부와 지자체가 나누어 갖겠다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듣기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얘기로 들린다는 반응과 함께 학교가 책임지는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돌봄교실 관련 법안은 전국적인 상황이지만 세종시에서도 학부모들간에 첨예한 관심사가 되면서 구성원 간에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 한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사태로 정상적인 등교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 긴급돌봄을 전학년으로 확대해 실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며 “3분의 1의 저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교대로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과 서로 배치되는 지시”라고 말했다.

또, 돌봄관리교사의 늘어나는 업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실 부족 현상과 돌봄 관리 교사의 업무가 가중돼 이중고가 불 보듯이 뻔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돌봄교실에는 돌봄 전담사가 있어 돌봄 학생들을 전담하는 업무를 하게 되지만 학급을 운영하는 담당교사 입장에서는 돌봄 관련 업무를 맡아 학부모 민원과 돌봄 전담사의 관리까지 책임져야하는 등으로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을 맡기는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 공간이 모두 돌봄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돌봄 현장을 둘러보면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은 교실을 개조한 돌봄교실에 한정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돌봄교실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져 학생들은 학교와 돌봄의 규율에 혼란을 느낀다”며 “하루종일 학교 좁은 교실 공간에 갇혀 있는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세종시에서 돌봄전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 모씨는 “돌봄전담교사는 대부분 교사자격증을 갖추고 있거나 교육에 대한 소양이 높은 분들이 함께 일한다”며 “비정규직으로 6시간 근무로 계약하며 2시간 행정업무에 4시간 돌봄으로 규정됐지만, 학교 사정에 따라 6시간 계속 돌봄 업무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법안 통과를 두고 구성원 간에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에 돌봄운영을 넘긴 곳에서는 비교적 매끄럽게 운영돼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서울 중구는 관내 흥인초등학교 활용가능교실 3실을 활용해 2019년 3월부터 ‘모든 아이 돌봄교실’을 시범 운영 중이다.

흥인초의 사례는 학교 내 공간을 활용해 돌봄교실을 자치구에서 직영하는 첫 사례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교육청·지자체·학교 간 업무협약을 맺어 교육은 학교가 돌봄은 지자체가 분담함으로써 학교는 교원의 업무경감, 교육청은 예산 절감을, 학부모는 교육비 절감과 더불어 돌봄 공백이 없어져 안전한 돌봄을 이용하는 등 모두가 만족한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 돌봄전담사, 교사, 교육행정 모두 한마음이다.

하지만 이번 온종일돌봄법과 관련된 논란을 지켜보며 학생의 입장은 실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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