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부모 협업통한 상호 이해, '마을 교육의 중요한 시작"
신규교사 시절 ‘두드림 봉사단’이라는 봉사단 지도교사를 하면서 학교 근처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께 크리스마스 캐롤도 불러드리고 선물도 전해드리며 봉사단 학생들과 함께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고학년에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었는데도 어찌나 열심히 노래를 부르던지. 봉사활동을 마친 후 개인 SNS에도 그 감회를 탑재했었을 만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그 기억은 참 마음 따뜻해지는 기억이다.
그 따뜻함을 이어가고자 우리 마을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뵈며 연탄도 나누어드리고 겨울을 따뜻하게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달해드리는 봉사활동도 했었는데, 그 활동이 지역 신문에 실렸던 경험은 지금도 잊지 못할 짜릿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봉사활동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의 댁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마을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과, 연탄을 파는 곳의 위치 등은 아이들이 교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경험 때문이었을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에 적극 공감하며 교직에서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담임교사 한 명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주변에 여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좋은 어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들은 여러 분야에서의 배움이 심화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러한 교육을 ‘마을교육과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마을교육과정’이란 학교의 교육과정에 우리 마을의 시설이나 인적자원을 활용하고, 우리 마을에 대한 교육을 교육내용으로 넣어 우리 학생들에게 우리 마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려는 교육의 움직임이다. 학교가 시민이 탄생하는 곳이라면, 마을은 시민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마을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운영하고 있을까?
첫째로, 교사와 부모님의 협업은 마을교육의 중요한 시작이다.
마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와 마을의 좋은 관계 맺음과 신뢰다.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을 잇고, 학교와 마을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마을교육의 핵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사는 학부모님과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사는 아이가 가정에서 생활하고 학습하는 모습 등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님으로부터 얻을 수 있고, 학부모님들도 교사에게 가정에서 남는 시간은 어떻게 학습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얻으신다.이렇게 코로나-19로 변화된 우리의 일상이 마을교육과정의 시작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반은 온라인 학습 외에도 아이들이 매일 꾸준히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여 자유롭게 탐구하고, 독서와 글쓰기로 등교수업의 부재로 인한 학습의 공백을 메꾸어보기로 하였다.
이때 교사와 부모님 사이의 협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부모님들도 세종시에 터를 잡고 열심히 일하시고 있는 세종시민이자 각각의 분야에서의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아이들의 자유 탐구에 재능 기부 형식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또, 교사는 세종국립도서관의 재개장 소식과 함께 아이들이 가정에서 읽으면 좋을 만한 도서 목록을 부모님들께 알려드렸고, 부모님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아이들과 함께 읽어주셨다. 우리 마을의 공공시설과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야 했을지 아찔하다.
둘째로,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3~4학년 사회는 우리 마을과 우리 지역에 대해 배우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교과서엔 서울특별시, 대전광역시 등 다른 지역에 대한 내용이 사례로 실려 지나치게 표준화되어 있다. 이때 지역화교과서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직접 학습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 마을과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길러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세종시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세종시의 상징, 지역축제 등에 대해 조사해보던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을 통해 세종시에 대해 알아가며 교사도 아이들도 우리 마을에 대한 애정이 싹텄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발령 받았던 해인 2014년은 세종시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해였고 세종시는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 온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신도시였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마을과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했었다.
셋째로, 마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엔 우리 지역의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수업주제로 나온다.
학생들이 직접 [세종시청 홈페이지] - [공개민원] - [시민의 창]에서 세종시민들이 어떠한 불편함을 겪고 있고, 이러한 불편함이 어떻게 해소되어가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초등학교 수준에서의 시민성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넷째로, 마을의 이곳저곳을 탐색해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엔 현장체험학습지로 세종시의 이곳저곳을 답사해보곤 했었다. 비암사, 김종서장군묘, 운주산성 등 우리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을 시작으로, 정부세종청사, 세종호수공원, 대통령기록관 등 행정복합도시가 설립된 이후 생겨난 곳을 방문하다보면 교사와 학생 모두 세종시의 역사와 발전에 대한 이해심이 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특히 세종시는 촌락과 도시의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세종시의 이곳저곳을 답사하다보면 4학년 2학기에 배우는 촌락과 도시는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올해도 사실은 「세종시티텔러」라는 주제중심 프로젝트로 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세종시티텔러가 되어 세종시내 답사 장소를 선정하여 방문하고,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발표자료를 작성하여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공유하는 것을 큰 테마로 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려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많은 부분 축소하여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교사 선생님을 교실로 초청하여 우리 마을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고, 온라인 학습 과제로 우리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문화재에 대해 조사해보는 것이 올해의 최선이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아이들과 세종시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우리 마을에 대한 애정을 심어줄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한 우리 세종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