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하라’ 강요하는 세종시의회 - 묘수 찾는 교육청
‘법 위반하라’ 강요하는 세종시의회 - 묘수 찾는 교육청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0.09.13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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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미성년 학생에 소송비용 부과 말라’ 압박하며 청원 정식 채택
세종교육청은 행정안전부·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 회신 오길 기다려
교육행정직 퇴직 공무원 “유권해석은 잘한 선택... 탈출구 찾을 가능성”
행정소송에서 진 세종시 어진중 대성고 학생들에게 부과된 소송비용을 면제해 달라는 청원을 채택한 지난 3일 세종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왼쪽). 학생들에게 부과된 소송비용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고심하고 있는 세종시교육청 전경(오른쪽).
세종시 소송사무처리규칙을 근거로 행정소송에서 진 학생들에게 부과된 소송비용을 면제해 주라는 청원을 채택한 지난 3일 세종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왼쪽).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고심하다 행안부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세종시교육청 전경(오른쪽).

“세종시교육청이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건 교육청 처지에서는 최선의 묘안이죠. 유권해석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세종시의회와 세종시교육청 사이에 걸려 있는, 행정소송 재판에 진 미성년 학생들에게 소송비용을 부과한 문제에 관한 진행 과정을 지켜본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대전시교육청에서만 30년 넘게 재직하면서 학교행정·총무·예산·감사 업무는 물론 일반직 공무원들 대부분이 어려워 한다는 학교설립·신설학교 학생 정원 산출 등 다양한 업무를 하다 서기관으로 퇴직한 인물이다.

세종교육청이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는 유권해석을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 의뢰한 것은 행정소송에 진 세종시 어진중·대성고 학생 41명에게 부과된 소송비용(1인당 약 12만9,000원)을 면제해 달라는 청원을 세종시의회가 채택했기 때문.

세종시의회가 든 근거는 법률은 물론 조례보다 하위에 있는 규범인 세종특별자치시 교육·학예에 관한 소송사무처리 규칙 제24조 ‘교육감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소송비용확정결정신청을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세종교육청은 소송비용 부과를 하지 않을 경우, 지방재정법·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어떻게 우리나라 법률체계 중 가장 하위에 있는 규칙을 들며 법률을 위반하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세종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돼왔다.

즉 고등학생만 되면 다 아는 헌법〉특별법〉법률〉명령〉조례〉규칙의 원칙을, 하위 규범이 상위 규범을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을, 법률이 정한 근거에 따라 조례입법을 하는 시의원들이 무시하고 강요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커져온 것이다.

세종시의원들은 또 시의회에 출석한 세종교육청 간부에게 “상위법 우선 원칙을 적용해야 할 사례라고 보느냐”, “정무적 판단을 하지 말라”, “기관이 패소하면 자체 예산으로 메꾸면서, 개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깐 질의를 돌아가면서 하는 등 거세게 압박했다.

이어 일부 시의원들은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민주적 교육가치에서 옳은 행동이었느냐”, “법률 자구 하나 가지고 이렇게 따지고 있는 게 너무 속상하다”는 등 법의식과 법철학이 저열한 것은 아닌지 유권자인 시민들의 의구심과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세종시의원들의 발언과 태도는 세종시민들 사이에서 “다음에 또 학생들이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오면 소송비용을 면제해 줄 거냐”, “소송비용 회수를 못해 이후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할 담당 공무원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김모씨는 “만에 하나 교육감이 시의회의 압력에 못이겨 소송비용 면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담당 공무원은 이후 감사원 감사, 교육부 감사 등에서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인식과 반발처럼 외부·상급기관의 감사에서 받을 지적과 이에 따른 인사조치 등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어 그는 지방자치단체보다 더 상위의 체계에 있고 권위가 있는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은 교육청 입장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재차 언급하면서, 자신의 기억에 대전시교육청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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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2020-09-18 01:28:26
댓글을 못쓰게 해 놨네. 왜? 기사 자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