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산오르면서 다듬이 방망이 소리에 취하다
침산오르면서 다듬이 방망이 소리에 취하다
  • 임비호
  • 승인 2020.09.07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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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 연기 8경 중 침산추월<상>, 충령탑이 서 있는 침산
오봉산 자락 낮은 구릉이지만 일대 조망해 중국 태산과 같은 곳
지금은 충령탑이 들어서 있는 침산공원은 메카세콰이어 나무가 숲을 이루면서 연기팔경 중 하나인 '침산추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은 충령탑 주변 전경

침산공원에 들어가 보다

인터넷에서 조치원에 대한 지도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확인한 것이 있다. 조치원 시내는 거의 여러 모양 건물로 표시되는데 거의 유일하게 녹색으로 표시되는 곳이 있었다.

충령탑이라 표시되는 부분이다. 조천 넘어 너른 오송 뜰과 서편으로 산지의 중간에 조치원읍이 형성되는데, 도심의 중간에 섬처럼 짙은 숲이 있는 것이다. 근 100년이란 기간 동안 개발의 압력에서 벗어나 시간도 멈추어 있는 듯 한 곳이다.

하늘을 치솟는 아름드리 메콰세콰이어가 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높이 2m에 넓이 3m 회양목이 정원 가운데 무심히 잠자고, 어느새 커버린 중국 단풍나무는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곳이다.

침산공원과 침산추월을 연결 지어 보다

처음 연기팔경 중 제2경인 침산추월을 접하고 이곳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팔경은 자연이 수려한 곳인데 이곳은 높고 깊은 산도 아닌 도심의 낮은 날맹이 동산이고, 호국 영령을 모신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27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연기팔경 기사

일명 침산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들어가면서 정원 같은 숲이 있고, 더 들어가면 큰 광장에 호국 영령을 모신 탑이 있고, 그 뒤로는 읍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배수 탱크 시설이 있기에 이런 곳에서 가을밤 달을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문 해 보기도 하였다.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의미가 있을까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세 번의 큰 변화가 이곳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조치원역이 생기기 전 자연마을의 시기, 일제 신사가 있었던 시기, 현재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 변화과정을 알고 나니 침산추월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조치원역이 부설되기 전 마을을 보면 침산추월이 보인다.

처음 연기팔경을 제안 한 맹의섭 선생은 그의 저서 추운실기에서 침산추월을 이리 소개하고 있다.

“침산은 조치원 서편에 위치 한 동명(洞名)인 동시에 산명(山名)이다, 산상에 오르면 조치원 시가가 일목요연하게 보이므로 어느 달밤이고 오르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지만 가을 밤에 도의성(다듬이 방망이 소리)을 들으면서 산책하는 것이 제일 취미가 있으므로 추월을 택한 것이다.(출처: 추운실기 맹의섭 저, 이상우 편)”

이곳 지명인 침산의 침(砧)은 다듬잇돌 침이다. 이렇게 불리게 된 이유는 옛 지명이 ‘방아미’인데 그 뜻은 마을의 지형이 디딜방아 발판의 두 다리 사이에 있는 모습이라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경부선 철도가 부설되기 전 침산리의 지형은 현재의 욱일아파트 인근 산자락이 동쪽으로 뻗어 우체국을 지나 광성당 안경원(조치원로 36)의 시장 입구까지 걸쳐 멈추었으며, 충령탑의 산자락은 남으로 강원 연탄을 지나 구세군교회(조치원2길 64)까지 뻗쳐 있었다 한다. 철도가 생기기 전의 침산은 4, 9일장이 서고, 큰 저수지가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나름 큰 마을이었던 것 같다.

충령탑에 서 있는 보훈의 빛(사진 가운데), 조국통일기원비(사진 왼쪽), 연기출신 독립열명사 숭모비(사진 오른쪽)

결국 침산추월의 모습은 오봉산 산자락이 낮은 구릉으로 오다가 독산처럼 솟아오른 곳(침산)에서 좌우의 능선 안 마을 모습과 앞의 너른 들 위에 떠 오르는 달을 쳐다보는 기분을 노래 한 것이리라. 중국의 태산이 실지로 여타의 산보다 높지 않지만 산동성 평지에서 보면 솟아올라 있기에 높은 산으로 인지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앞에는 너른 황금들판이 있어 풍족하고, 좌우로는 바람을 막아주는 산자락이 있어 편안하며, 마을 가운데는 이곳저곳의 사람들이 저잣거리를 만들어 물산이 활발한 동네인지라 뒷산에 올라 가을 달빛을 보는 마음은 감흥이 절로 올랐으리라.

   
 

임비호, 조치원 출생, 국제뇌교육과학대학원 지구경영학 박사과정,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전)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전)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전)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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