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 vs 발레, 주민자치회 거친 결정이면 따를 것”
“스쿼시 vs 발레, 주민자치회 거친 결정이면 따를 것”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0.08.14 16: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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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세종시장, 다정동 시민과 대화... “발레 영재교육 이뤄지도록 주민께 요청” 호소
복컴 내 스쿼시 코트, 발레실로 전환 문제 놓고 市 - 주민들 대립, 날선 질의응답도 오가
14일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다정동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왼쪽)이 이 복컴 내 스쿼시 코트를 발레 교육장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4일 오전 세종시 다정동 주민센터 개소식에 이어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다정동 시민과의 대화’.

예상대로 이 복합커뮤니티센터 안에 있는 스쿼시 코트를 발레 연습실로 바꾸는 문제가 가장 먼저 뜨거운 안건으로 올랐다.

세종시는 다정동 복컴의 스쿼시 코트를 발레 연습실로 바꾸려고 하고 있고, 주민들 상당수는 이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

세종시가 다 지어진 스쿼시 코트를 발레 연습실로 바꾸려는 이유는, 지난달 1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발레를 포함한 세종시 예술영재 교육을 한예종이 맡기로 한 데서 출발한다.

문제는 발레 교육을 하자면 천장 높이가 최소 5m는 돼야 하는데, 이 같은 천장 높이를 가진 시설이 세종시에서는 지난 4월 완공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스쿼시 코트밖에 없다는 것이 세종시의 설명이다.

이런 세종시의 변경 시도에 다정동 스쿼시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해, 이날 주민센터 개소식 때까지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춘희 시장은 이날 오전 약 50명의 다정동 주민이 참석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에 고급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한예종 영재교육원이 꼭 유치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수십억,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따로 발레 연습실을 지을 생각은 없다”면서 “주민들이 다시한번 생각해 주십사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세종시에 고급 교육기관이 오는 것 자체를 환영하는 시민들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해 상의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한 뒤 “그럼에도 도저히 안 된다면 저희가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다정동 주민들의 절대적 의견이 스쿼시 코트 고수에 있다면 한예종 발레 연습실로 전용하려는 방침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이 시장이 전제한 것.

그러나 이 시장은 다른 주민의 의견 개진을 막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주민자치회를 구성해 주민자치회를 통해서 결정이 나면 시가 따르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공정한 과정을 거친 주민들의 실제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시장은 주민자치회 구성에 대해 “주민자치회 위원은 다정동의 각 단지를 골고루 대표하고 남녀, 연령별 대표성을 지닌 위원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렇게 선출된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스쿼시 코트 유지를 원한다면 저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인 용지에 기표하는 공개투표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아파트단지 및 남녀, 연령별 대표성을 가진 주민자치회를 거친 결정이어야 세종시가 승복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과 일부 주민이 다소 언성을 높인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이 시장의 발언을 한 시민이 자르고 들어와 사회자가 한두 차례 제지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다정동 주민이 반대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교육원 유치를)포기한다는 인상을 주고 주민에게 책임을 지우는 말씀을 하시면 찍어누르기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반발했고, 이 시장은 “찍어누르기식이라고 말하면 안 되고, 자기하고 의견이 다르다고 찍어누른다고 하면 안 되죠.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게 찍어누르기식 발언입니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이춘희 시장은 톤을 낮추고 설득과 해명을 이어간 뒤 “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어떤 일이더라도 주민 때문에 못하겠다, 라는 말을 안 하려고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공복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면서 “서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결론이 나도록 하려면 진지하게 토론하고 감정 섞지 않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여러분이 동의해 주시면 하는 거고, 동의 안해주면 저도 못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에서 한예종 예술영재교육원의 발레 교육이 이뤄질지 여부는 다정동 주민자치회 구성과 이를 거친 의견수렴이 향방을 좌우하게 됐다.

14일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다정동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춘희 세종시장(단상 가운데)이 한 시민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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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혹 2020-08-27 10:30:57
일반 시민과의 대화이어야할텐데요...아마도 저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은...안 끼는데 없다는 통장, 주민자치회장이나 위원들...등 등 동장과 시장 지지자들....관변 자생단체 회원들일 겁니다.

유나 2020-08-25 13:06:51
제발 무능한 세종시장이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세종시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해주세요.

you 2020-08-15 07:12:35
스쿼시장만이 아니라 클라이밍장도 있습니.다. 간담회 내용도 많이 비틀어서 기사를 쓰셨는데 좀 공평하게 기사를 쓰시죠

isp 2020-08-14 17:04:47
이것은 단순히 스쿼시vs 발레 구도의 선호도 충돌이 아닙니다
극소수 무용교육생과 지역 무용인들을 위해 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수있는 체육시설을 없애겠다는것은 시장의 독단적 횡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