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세종출마 선동한 사람이 바로 저 분입니다"
이해찬, "세종출마 선동한 사람이 바로 저 분입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8.0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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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뒷 얘기] 이 대표 세종 출마는 임각철 원장 요청이 결정적으로 작용
고심 끝에 출마 결심, 13일간 선거운동으로 심대평 후보 누르고 당선 영광

“그때 제가 여길 올 적에 저를 찾아와서 여기에서 출마를 해야 한다고 선동을 한 사람이 바로 여기 계신 원장님입니다.”

지난 달 3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한 특강 서두에 사회를 보고 있던 임각철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장을 가리키면서 한 말이다.

오는 29일 당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지역주민들을 위해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그는 “전혀 모르는 분인데 세종시에 지역구가 생겨서 출마를 하라고 하니 웬 뜬금없는 소리인가 했었다” 며 “어차피 (우리가)만들었고 발전시켜야 할 도시이기 때문에 그때 왔었다”고 출마에 따른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같은 해 4월 13일 총선이 치러졌다. 세종시가 단독선거구로 독립되면서 국회의원 의석수는 의정사상 처음으로 300석이 됐다. 당시 국민중심당과 새누리당 등 여권 성향이 짙었던 연기지역에 민주당의 당세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었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박종준 청와대 경호실 차장 등이 범여권에서는 후보로 거론됐고 민주당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인물만 예비후보로 오르내렸다.

이해찬 대표가 이날 언급한 임각철씨도 대전에서 오랜 정당생활을 기반으로 고향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勢)가 너무 약했다. 언론사 자체 여론조사에서 심대평 30%, 박종준 8%, 임각철 5% 지지도가 나왔다. 심대평, 박종준이 실질적으로 여권이어서 한사람이 나올 경우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임각철 원장이 이때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찾아가 ‘금강벨트’라는 말을 꺼내면서 불출마 의사를 비치면서 대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카드를 꺼냈다.

노무현이 만든 세종시를 여권 후보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전국적이고 충청도에 연고가 있는 인물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후보로 적격이었다.

안 지사는 “선배님! 서운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말로 재차 의사를 확인했고, 낙동강벨트에 이어 금강벨트가 여기에서 만들어졌다. 그 길로 이해찬 전 총리 쪽에 접근을 하니 “내가 왜 거기에 나가니”였다. 대신 이 총리는 “나는 정권 교체에만 신경을 쓰겠다”며 거부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이후 ‘세종시민과의 약속’,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 실현’, ‘세종시 기획자’ 등을 내세워 출마를 요청했고 세종시를 축으로 대전, 충남·북을 연결하는 금강벨트 구축의 필요성을 인근 지역 총선 후보들이 강조했다.

그러는 사이 당내 복잡한 사정이 조금 풀리면서 인천도시공사 사장이었던 이춘희씨의 세종시장 출마가 확정됐고 후보 등록 3일 전에 결심하고 꼭 13일 선거운동 끝에 당선됐다.

임각철씨
임각철 세종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장

물론 선거 출마를 결심하기까지에는 인근 지역 후보들의 간청과 연기군 지역의 시의원 등 민주당원들의 요청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에서 민주당은 6석의 당선이 예상됐으나 이해찬 전 총리의 출마 후 결과는 10석으로 대만족이었다.

이해찬 후보의 첫 선거운동은 노인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이날 강연에서도 털어놓았듯이 “한 노인은 세종시에 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고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게다가 조치원 전통시장에 유세에 약 300여명이 지지자들이 모여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을 고무시켰으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눈에 보일 정도로 지지율이 올라갔다.

이 대표는 민심에서 멀어진 심대평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고, 금강벨트 형성으로 훗날 충청권에서 민주당 압승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여당으로 탄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출발점은 이해찬 대표의 세종시 출마였고 임각철 세종시평생교육진흥원장의 결심이 크게 작용을 한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 이해찬 대표가 임 원장을 에둘러 거론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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