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43년간 끌어온 행정수도 이전 끝장 낼 때"
"이젠 43년간 끌어온 행정수도 이전 끝장 낼 때"
  • 송두범
  • 승인 2020.08.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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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 행정수도는 1977년도부터 시작된 국가대계
수도권-비수도권 대결구도,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돼

1977년 2월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통일이 될 때까지 임시행정수도를 이전, 건설하는 문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해 7월 국회에서 ‘임시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통과되었다. 청와대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실무기획단’을 구성하고 백지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도시설계분야는 KIST내 지역개발연구소(당시 소장 황용주, 전 충남연구원장)에 의해 주도되었다.

당시 행정수도 종합 계획도.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행정수도 종합 계획도.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백지계획의 핵심내용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국토의 중심부인 대전 부근에 입법・사업・행정 3부 기관을 모두 옮겨 인구 25만명 규모의 행정도시를 건설한 다음, 1996년까지 업무상업지구를 더해 명실상부한 자족도시 형태로 가꾼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979년 10월 박정희 전대통령의 사망으로 1980년 8월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임시행정수도 추진은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1981년 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임시행정수도를 유보하고, 1985년 행정기관 일부를 대전으로 옮기는 ‘중앙행정기관 및 외청배치계획안’을 추진하였다.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에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을 설치하였고, 1990년 11개의 청을 대전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당시 정부3청사로 불렸던 대전청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기인 1993년 9월 착공, 1997년 완공되어 1998년 병무청과 통계청 등 일부 정부기관이 이전을 마무리 하였다.

백지계획이 폐기되면서 부분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기능이전은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가 신행정수도건설 공약을 발표하면서 다시 행정수도건설에 불을 붙이게 되었다. 신행정수도건설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1.16.)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신행정수도건설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좌절되었고, 대신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대통령은 제외)을 이전하여 행정기능이 중심이 되는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위한연기・공주지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위한특별법’(2005.3.18.)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한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업도시로 수정안하자는 안을 제안하고 부결되는 과정에서 3년 이상 제자리 걸음을 하는 우여곡절은 겪은 끝에, 현재 52개 중앙행정기관중 22개 중앙행정기관(소속기관 포함시 43개) 및 19개 공공기관(국책연구원 15개)가 세종시로 이전완료하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7년 후보시절에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이전,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건설, 국민적 합의만 전제된다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으로 이전하여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상당수 공약은 추진되고 있지만, 1977년부터 추진해 왔던 행정수도는 미완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발표할 당시 서울에는 국토의 0.6%의 면적, 남한 인구의 20%인 725만명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과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km거리 안에 군과 행정기관에 모두 위치해 있어 유사시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라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밝힌 수도이전의 주된 이유였다.

43년이 지난 현재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불균형 발전 양상은 더욱더 심화되었다. 지난해 말 국토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서면서, 수도권 과밀화화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고 군사분계선과 서울간 물리적 거리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다시 말해 임시행정수도를 계획했던 당시에 비해 수도권의 여건은 더욱더 악화되어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이재명, 남경필, 김관용 등 그동안 대선 및 경선공약에서 거의 모든 후보들은 행정수도 이전관련 발언을 한 것을 보면, 행정수도 이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와 충청권 시민단체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한 것은 적절하다 하겠다.

여전히 수도권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비대화되고 있는 반면, 전국의 수많은 자치단체들은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43년간 끌어온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이제 끝장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어떤 정책이 무려 43년간이나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던가?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이제 국민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 갈등하는 양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는 것이다. 1977년부터 시작된 행정수도이전은 현재도 유효한 거스를 수 없는 국가대계이기 때문이다.

송두범, 행정학 박사, 충남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세종특별자치시 안전도시위원장, 공주시정책자문위원회부위원장,
이메일 : songd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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